- 꽃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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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신화란 무엇인가?
<꿈꾸는 자만이 신화를 완성한다.>
요즘은 좀 뜸하지만 처음 어린이집을 시작해서 원생 수도 들쑥날쑥 많지 않고 운영도 미숙하여 불안할 때 점집을 자주 찾은 적이 있었다.
처음엔 잘 아는 친구 따라 한두 번씩 찾아가다 마음이 답답하고 불안해 질 때면 용하다는 집을 수소문해서 나의 운명을 점쳐보곤 했다. 그렇다고 점쟁이들이 특별한 대답을 해주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몇 년만 지나면, 40대 초반이 되면 안정이 돼서 잘 풀릴테니 걱정하지 말라는 말 뿐이었다. 별 얘기 없을 것이란걸 뻔히 아는데 그냥 ‘잘 될테니 걱정 말아라’ 한마디가 듣고 싶어서 점집을 드나들었다.
점이란 건 이미 정해져 있는 나의 운명을 무속인의 입을 통해 전해 듣는 것이다. 그들에게서 일단 나의 미래에 대해 듣고 나면 더 이상 내가 할 일이 없어진다. 이미 나의 미래는 정해져 있기 때문에 열심히 살 필요도 없고 잘 살려고 노력할 필요도 없다. 그저 잘 살 운명이면 잘 살 것이고 못살 운명이면 그렇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어느 순간부터 점에 대한 흥미가 없어지고 점도 보러가지 않게 되었다. 어린이집이 그럭저럭 자리 잡아가면서 불안감이 점차 사라지고 자신감이 붙으면서부터였던 것 같았다.
아마 내가 실패할 것이라는 점괘를 들었다면 나는 실패했을 것이다. 내 불행한 운명을 저주하며 나에게 주어진 시간과 재능을 쏟아 부으려는 노력도 하지 않고 그대로 주저 앉았을지도 모른다. 시간이 지나면 잘 될 것이라는 말을 듣고 안심해서 아무런 노력도하지 않았다면 그때도 실패했을 것이다.
오이디푸스는 자신의 저주스러운 혹독한 운명을 견디며 스스로 불행의 정점에 이르러 비로소 운명과 화해할 수 있었다. 아킬레우스도 죽음을 알고도 자신의 운명앞에 당당히 나섬으로써 빛나는 최고의 용장으로 우뚝 설 수 있었다.
신화는 우리를 운명 앞으로 당당히 나설 수 있게 이끈다. 앞으로 내 앞에 전개 될 일들이 험하고 어려워 보이지만 그 시간을 극복하면 오늘보다 더 아름답고 영광스러운 미래가 다가 올 것임을 알려주기 때문에 운명 앞 에서 용감해 질 수 있다.
평소에 나는 꿈을 잘 꾸지 않는 편이다. 그런데 최근 1,2주 사이에 비슷한 꿈을 두 차례나 꾸었다. 두 번 다 배경은 다르지만 내가 익숙한 장소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꿈을 꾸었다. 꿈 속에서 계속 길을 찾아 헤매다가 결국은 못찾고 잠에서 깨어났다.
두 번째 꿈을 꾸었을때 눈을 뜨자마자 스마트폰으로 검색을 했다. - 길을 잃고 헤매는 꿈- 꿈 해몽에는 ‘실행하는 일이 의도와 달리 어긋나서 곤란을 겪음’ 이라고 나왔다.
뭐지 이거? 안 그래도 꿈속에서 길 찾는라 피곤해 죽겠는데 이 맥 빠지는 해몽은 뭐지?
꿈 자체가 꿈꾸면서 진을 다 빼놓는 꿈이었으니 길몽일거란 기대는 안했지만 하는 일이 어긋난다는 말에 하루 종일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내 꿈 이야기를 들은 어떤 이는 내가 요즘 여러 가지 일로 바쁘고 신경 쓸일이 많아 그런 꿈을 꾸게된 것 같다며 그냥 신경쓰지 말라는 충고를 해주었다.
그러다 문득 이건 길몽도 아니고 흉몽도 아니고 앞으로 나의 신화를 만들어 가는 동안 내가 걸어야할 길이란 생각이 떠올랐다.
꿈에 대해 여러 가지 해석이 있을 수 있지만 꿈의 진정한 의미는 꿈 꾼 자만이 알 수 있을 것이다.
캠벨에 따르면 ‘꿈은 개인의 신화요, 신화는 모듬살이의 꿈’ 이라고 했다
두 번의 꿈에서 아직 나는 길을 찾지 못했다. 지금도 여전히 길 위에 서있다. 그러나 지금 나는 나의 신화를 만들어 가고 있고 그 신화가 완성되면 신화에 이를 쭉 뻗은 길을 곧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요즘 언젠간 분명 방향을 찾고 목적지에 다다른 꿈을 꾸길 바라면서 잠을 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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