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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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 속에 있는 분노하는 나. 나는 네가 거기에 있는 것을 알고 있단다. 네가 거기에 존재하고 있음을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인정하고 있단다. 그래서 네 옆에 내가 있단다.”
- 정인석의 삶의 의미를 찾는 역경의 심리학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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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 조절에 힘든 분들 가운데는 오래전부터 그런 경우도 많지만, 이전에는 분노조절에 별다른 어려움을 보이지 않았던 분들도 많습니다. 그렇기에 언제부터인가 화를 참지 못하거나 공격적 충동에 사로잡혀 있는 자신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과거를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괴물처럼 커져버린 분노의 뿌리를 찾아내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삶 곳곳에 억압된 묵은 분노들이 여기저기 뭉쳐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그렇게보면 억압당한 것들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언젠가는 다시 돌아오게 되어 있나 봅니다.
포커싱 기법의 창안자인 심리학자 젠들린(Eugene N. Gendlin)에 의하면 사람들은 잘 모르는 감정의 법칙이 있다고 합니다. 즉, 인간의 감정은 그것을 인정하거나 공감하지 않을 때는 변화하지 않고 그대로 머물게 되지만, 반대로 이를 자신의 감정으로 인정하거나 차분히 바라보게 되면 그 감정은 저절로 변화되고 해소되기 시작한다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아물지 않은 마음의 상처란 사건 때문이라기보다는 사건으로 인한 감정들이 제대로 경험되고 받아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이며, 결국 치유란 지지적인 관계 속에서 억눌렸던 과거의 고통이 충분히 재경험될 때 이루어지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자신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중요합니다. 하지만 자신의 그림자를 부정하거나 외면할 정도의 단편적인 긍정성은 경계해야 합니다. 그러한 외눈박이로서의 긍정의 힘은 모래위의 성처럼 어려움이 닥쳤을 때 우리를 지탱시켜줄 수 없습니다. 우리는 오히려 부정적인 감정이나 보기 싫은 마음이 머물러 갈 수 있도록 마음의 공간을 내어주어야 합니다. 감정은 원래 그 속성상 지속되는 것이 아니라 경험되면 사라지게 되어 있으며, 그 목적상 우리를 괴롭히기 위해서가 아니라 도움을 주기 위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불쾌한 감정 때문에 힘드신가요? 그렇다면 그 마음을 외면하거나 쫓아내려하기보다는 공간을 내어주고 그 옆에 있어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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