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승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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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의 책은 번개입니다. 니체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천천히 그에게 빠지는 게 아니라 순간적으로 빠져 듭니다. ‘분석심리학’을 정립한 융은 젊은 시절 니체의 책에 열광했습니다. 니체 전문가인 고병권 씨는 니체의 책을 읽은 경험을 ‘강력한 감전’으로 표현했습니다.
저는 10년쯤 전에 니체의 대표작인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손에 든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제게는 감전의 경험이 찾아오지 않았습니다. 감전은커녕 난해함에 머리를 흔들며 몇 쪽 읽지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니체에 대한 관심을 버리지는 못했습니다. 그에 관한 책을 몇 권 읽으며 기회를 엿보았지만 여전히 니체를 직접 읽을 엄두는 내지 못했습니다. 니체에게 압사 당하진 않을까하는 두려움, 융이 말한 것처럼 니체를 통해 ‘나의 제2의 인격’을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니체라는 성에 진입하는 걸 말렸습니다.
“내 저서의 공기를 마실 수 있는 사람은 그것이 높은 산에 있는 공기이며 강렬한 공기임을 알 것이다. 독자는 그렇게 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 공기에 감기 걸릴 수도 있다.”
- 니체
그래서 믿을 수 있고 이해할 수 있는 니체 안내서를 찾아 읽었습니다. 그 책이 바로 <니체의 위험한 책,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입니다. 그런데 니체를 읽기도 전에 이 책에 감전됐습니다. 독자를 감전시키는 책은 좋은 책입니다. 나를 깨어나게 만들고, 뭔가를 더 읽게 만들고, 생각하게 만들고, 쓰게 만들고, 행동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어쩌면 좋은 책은 위험한 책이기도 합니다. 프란츠 카프카의 말처럼 좋은 책은 ‘내면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입니다. 카프카는 말합니다.
“나는 오로지 꽉 물거나 쿡쿡 찌르는 책만을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읽는 책이 단 한주먹으로 정수리를 갈겨 우리를 깨우지 않는다면 도대체 무엇 하러 책을 읽겠는가?”
고병권 씨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위험한 책’이라고 말합니다. 제게는 그가 쓴 <니체의 위험한 책,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역시 위험한 책입니다. 이 책을 읽으며 나를 사랑하는 방법과 삶을 긍정하는 태도를 배웠습니다. 그리고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주문했습니다. 이제 니체와 놀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와 함께 노래하고 춤추고 싶습니다. 같이 웃고 걷고 뛰고 싶습니다. 그의 ‘월계관을 낚아’ 채고 싶습니다. 이제 니체를 벗 삼아 내 삶의 파괴와 생성의 ‘주사위 놀이’를 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이런 용기를 낼 수 있는 건 <니체의 위험한 책,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덕분입니다.
“니체에 관한 책을 낸 이후로 사람들은 종종 내게 묻는다. 니체를 만나기 위해서 어떤 무장을 해야 하느냐고. 그때 나는 말하곤 한다. 필요한 것은 우선 지금의 무장부터 해제하는 것이라고. 용기 하나만 가지고 가라고. 그리고 그것을 방패로 쓰지 말고 꼭 창으로 써달라고. 부디 당신을 지키려하지 말고, 당신과 니체를 동시에 바꿀 수 있는 훌륭한 전투를 벌여달라고.”
- 고병권, <니체의 위험한 책,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 오늘 소개한 책 : 고병권 저, 니체의 위험한 책,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그린비, 200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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