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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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시골에 내려가 있던 어느 날 외삼촌이 문을 열고 들어오시는데 엄마가 ‘오빠~!’ 하면서 달려가는 거예요. 그 때 처음으로 아, 엄마한테도 오빠가 있구나! 둘의 관계가 분명히 오빠와 동생 사이인데, 나는 그렇게 안보고 늘 우리 엄마라고만 생각했던 거죠. (중략) 생신이라고 보통 하지만 그런 기념적인 의미가 아니라 정말로 엄마에게도 태어난 날, 태어난 순간이 있고 작은 신발을 신고 또 손가락을 움직이면서 성장해서 어린 시절을 거쳐, 소녀가 되고, 처녀가 되고, 결혼을 하고, 우리를 낳고 하는 과정이 있었는데 그걸 모른 척 했거나 모르면서 그냥 엄마라는 대상으로만 봤구나 하는 생각이 그때 들었죠.”
- 작가 신경숙, 웹진 북커스와의 인터뷰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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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와의 해묵은 갈등 때문에 상담을 하러 온 여성이 있었습니다. 어린 시절에 아버지와 싸우는 안 좋은 모습만을 보여주고, 자신을 돌보는데 소홀했던 엄마가 너무 밉고 용서가 되지 않아 찾아 왔습니다. 상담이 얼마나 지났을까요? 그녀는 문득 자신이 얼마나 엄마의 삶을 모르고 살아왔는지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늘 자신에게 무엇을 해주었느냐는 측면에서만 엄마를 보았지, 엄마가 한 사람으로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너무 몰랐던 것입니다. 엄마가 어떤 환경에서 자라났는지, 엄마의 상처가 무엇인지, 엄마와 아빠는 어떻게 만났는지 생각하면 할수록 알고 있는 것이 없었습니다. 알려고 하지도 않았습니다. 마치 엄마는 태어날 때부터 엄마로 태어난 것처럼 여겨왔는지도 모릅니다. 그녀는 30년 만에 처음으로 엄마의 인생을 이해하기 위해 말을 꺼내게 되었습니다.
국내 프로야구 심판들의 경우, 볼 하나의 판정에 대한 압박감과 스트레스가 장난이 아니라고 합니다. 외국의 경우에는 심판이기 이전에 한 인간으로 바라보고 실수에 대해 비교적 관대한 편이지만,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야구에 경기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면서 심판에게 기계처럼 정확히 판정할 것을 요구하기 때문입니다. 즉, ‘심판도 인간’이라는 아주 평범한 사실을 인정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은 셈입니다.
아무리 강한 영웅이나 황제라 하더라도 ‘한 인간'이라는 보편성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 당연한 진실을 까맣게 잊어 버릴 때가 많습니다. 엄마 이전에 한 여성으로, 배우자 이전에 한 인간으로, 자녀 이전에 한 인격체로 바라보지 못하고 역할만을 강조하기에 우리의 관계는 길을 잃고 표류하게 됩니다.
당신은 누군가를 역할 이전에 '한 인간'으로 바라보고 있나요? 그렇다면 당신은 어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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