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지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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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과부가 남편이 누군지 모르게 애를 낳아 사복이라고 불렀다. 열두 살이 되도록 말을 못하고 걷지도 못했다. 사람들은 기어 다니는 그 아이를 놀려 뱀의 새끼, 사동(蛇童)이라고 불렀다.
어느 날 사복의 어머니가 죽었다. 원효는 그때 고선사에서 지내고 있었는데, 사복이 찾아왔다. 원효가 예를 갖춰 맞았지만 사복은 답례도 하지 않고 말했다.
"그대와 내가 옛날에 경전을 실고 다니던 암소가 죽었소. 함께 장례를 치르는 것이 어떻겠소 ?" "좋다"
그래서 둘이 함께 사복의 집에 이르렀다. 사복이 원효에게 시신 앞에서 축원을 해달라고 부탁했다. 원효가 멋지게 지어 불렀다.
태어나지 말 것을, 죽음이 괴롭구나.
죽지 말 것을, 태어남이 괴롭구나.
사복이 답하여, "글이 번거롭군요" 하더니, 고쳐서 말했다.
"죽고 남이 괴롭구나"
- 삼국유사, 의해편
원효가 만났던 사람들은 바닥 인생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그 바닥 인생을 사는 자들 가운데 뛰어난 인물들이 많습니다. 세상은 넓어 지혜로운 자들이 숨어 지내기 좋습니다. 원효는 그들에게 종종 당합니다. 우리 일상의 수다체로 말하면, 바보에게 당해 엿된 셈입니다. 큰 지혜는 큰 어리석음이기도 합니다.
자기 경영은 배우는 것입니다. 아랫사람에게 배우고, 바보에게 배우고, 바닥 인생에게 배우는 것입니다. 누구에게나 배우고, 언제나 배우는 것입니다. 자신이 학생이라는 것을 잊지 않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누구도 계획하지 않은 일을 해내는 자가 됩니다. 세상은 그런 바보들에 의해 지금에 이르른 것입니다. 우주 속에서 자신 만이 해 낼 수 있는 일을 결국 찾아낸 사람들, 그 기이한 바보들에 의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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