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지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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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상이 두 번째로 중국을 방문했을 때, 산동 반도의 등주에서 탁발을 하게 되었다. 그는 여기서 선묘(善妙)라는 여인을 만나게 된다. 선묘는 의상의 수려한 용모에 반해 뜨거운 연모에 빠지게 되었고, 이내 그의 불심에 감복하여 불법에 귀의하게 되었다. 의상은 공부를 마치고 귀국하는 길에 등주에 있는 선묘의 집을 찾게 되는데, 그녀는 단 앞에서 일심으로 합장하여 예불을 들이고 있었다. 의상은 선묘의 뒷모습을 가만 바라보다 발길을 돌린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안 선묘는 나루터로 달려가지만 배는 이미 떠나 멀리 의상의 모습은 아스라하다. 선묘는 기원과 함께 바다에 몸을 던졌다. 순식간에 용으로 변해 의상이 탄 배를 신라까지 호위하게 되었다. 의상은 영주에 부석사를 지은 후, 용이 된 선묘가 머물게 했다. 그 우물의 이름이 선묘정(善妙井)이다.
- 송고승전 宋高僧傳 , 고운기의 '삼국유사' 에서 다시 정리
스님은 세속을 떠나있으나 사랑의 이야기는 어디나 아름답습니다. 의상과 선묘의 이야기는 불가의 계율 속에 핀 가장 낭만적인 스토리 중 하나입니다. 나는 이 이야기를 대학 초년기에 이기백 선생님으로부터 강의 시간에 듣게 되었는데, 이 이야기 때문에 영주 부석사에 대한 특별한 마음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어느 날 참지 못하고 한달음에 그 절에 가게 되었는데, 가서 절 한 편에 조용히 서있는 선묘각과 그 안에 그려진 한 여인을 보고 나니, 어느 덧 해가 졌습니다. 엄청난 사과꽃 사이를 걸어 되돌아 온 기억이 생생합니다. 그것은 꽃처럼 곱던 청춘의 일이었는데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자기경영은 그리움입니다. 나날의 반복적 삶에서 빠져나와 특별한 일이 벌어졌던 그 날들을 기억하고, 반복되는 일상의 권태에 항거하던 빛나는 정신에 대한 그리움인 것입니다. 자기경영은 나와 세상 사이의 불화를 잊고, 그 속에서 삶이 충만되었던 날들에 대한 그리움으로 미래를 다시 계획하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삶의 어둠 속에서, 삶의 순수한 불꽃을 기억하고, 그 그리움으로 필사적으로 삶을 소진하는 것입니다.
이 곳 경기도로 옮긴 후 농업인들의 모임에 수업을 하고 있습니다.
농촌진흥청이 있는 수원에서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 자정을 훌쩍넘기고 입안은 일주일 내내 헐어있지만
그 곳에서 만난 사람들로 인해 ' 삶이 충만했던 시절로 다시 돌아가는 힘'을 얻습니다.
휴일이나 퇴근길에 그 분들의 농장을 방문하는 일은 행복 그 자체이구요.
소 똥 거름 냄새를 비롯한 배꽃 향내음, 찔레꽃 향기, 매발톱꽃 사연 등 - 농장은
그분들의 이야기 창고였습니다.
그 분들에게는 흙이 선묘요 의상이었습니다.
오늘,
길상사를 다녀와 멀리 이 곳 남양주에 있는 교실에 와 다시 앉았습니다.
그리고 그분들과 스승님을 가슴으로 떠올려봅니다.
가까이에서는 경기를 비롯해서 김제, 부안, 심지어는 제주에서까지 달려온 흙의 힘을 아는 사람들
우리 반 꼬맹이들, 그리고 우리의 사부님 스승님이 저의 위대한 스승이십니다.
늦게나마 스스의 날의 맞아 감사인사를 올립니다.
귀여운 여인 최정희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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