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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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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2월 7일 03시 17분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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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살고 있는 집은 6년 정도를 살았습니다. 직장에 다니면서 부터 시작된 자취생활은 군산 나포 관사에서 몇 개월, 집으로 다시 돌아가서 몇 개월, 광주로 발령받아가서 약 2년, 대전으로 근무지를 옮기면서 관사에서 3년, 대전 유성에서 방을 얻어서 2년, 그리고 서울 친구집에서 몇 개월, 그리고는 2006년 12월 부터 지금의  집을 얻어서 계속 살았으니 지금 집은 상당히 오래 산 편입니다. 옮겨다니며 살다보니 어디나 그만그만하게 낯설고, 또 어디나 그만그만하게 고향같은 느낌이 듭니다. 그래서 또 어디서라도 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사할 때가 되니 집이란 뭔가라는 질문이 다시 머리에 박힙니다. 잦은 발령과 이사에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니면서 원룸형 집에 살며, 집에 변변한 가구를 들이지 않고 살았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이건 사는 게 아니다 싶어 졌습니다. 언제든지 이사할 수 있게 단촐하게 살다보니 1인분 살림살이라 집에 누군가가 손님으로 오는 것도 부끄럽고 부담스러웠습니다.

15년전 막 자취를 시작했을 때, 아래층과 위층에 살고 있는 직장 동료들이 놀러와서 방을 둘러보고는 방을 꾸미고 사는지 여관방처럼 잠만 자는 곳으로 쓰는지를 보더군요. 선배는 제 방의 3단 책꽃이 하나, 이불 한채, 옷걸이 뿐인 휑한 모습을 보고는 제 마음이 어디에서 쉬는지를 보았습니다. 몸을 뉘어서 쉬기는 하지만, 마음은 쉬지 않는 공간을 말입니다. 한때는 집을 장만하면 2년마다 한번씩 사는 곳을 옮겨다는 것을 면할 수 있나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그런데 딱 거기까지 였던 것 같습니다. 제가 사는 공간과 시간은 연장되지 않았습니다. 그건 제 마음이 딱 그만큼 밖에 그곳에 머물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도시에서 사는 삶은 현관문 닫아 걸면 외부와는 차단되는 삶입니다. 집에 몇 명이 사는지 뭐하고 사는지도 보이지 않는 삶입니다. 실제 눈에 보이지 않는 것처럼 의식에서 조차 자신 외의 사람은 살지 않는다 여기며 살 수 있는 곳입니다. 그래서 작은 공간에서만 활개치며 갇혀 사는 듯이 보입니다. 살림살이를 늘여 놓은 집 외의 공간에는 자신을 한 치도 늘여 뜨리지 않고 사는 삶, 몸이 움직이는 딱 그 공간만큼이 존재를 말해주는 삶. 1인분 삶이 같이 사는 가족의 수만큼만 늘었을 뿐 여전히 1인분처럼 사는 삶. 저의 자취 생활을 되짚어 보니 '우리 관사', '우리 아파트', '우리 동네'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집주인이 집수리를 한다고 집을 비워달라고 해서 설 지나면 이사할 곳을 찾아다녀야 합니다. 지금 사는 이곳에 '우리 동네'라고 부를 만큼 마음을 펼쳐 놓고 살지 않았지만 그래도 여기가 '우리 동네'였으면 합니다. 붙박이로 같이 살 자격은 조금 미달이어도, 떠돌이 삶은 면하고 '우리'라는 말로 묶어지는 공간에 같이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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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bruary 07, 2013 *.114.49.161

육년이나 살았으면 우리 동네지요.

그 동네, 성곽길이 가깝고, 좋아하시는 도서관도 가깝고, 찻집 나가기도 좋구요. 참 좋던데요 저는요.

신경숙씨 소설 어딘가에서 '시렁 위에 내 밥그릇과 국그릇을 엎어놓고' 구절인가를 읽었어요.

여자들은 '결혼하면 내 살림 산다'면서 자꾸 임시가 되는 것 같아요.

독립하면서 내 살림을 사서 그걸로 3년을 살았어요.

값싸면서도 내 마음에 쏙 드는 두 쪽 옷장, 뚝배기, 좋아라 하는 화분들, 내가 좋아하는 색깔의 이불...

사든 얻든 정화님 머리속 그림 속에 있는 것들이 하나하나 갖춰지시길!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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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bruary 07, 2013 *.11.178.163
콩두님도 화이팅!!
임시로 쓸 것, 시집가면 쓸 것이 아닌 지금을 사는 삶이면 충분해요.

옮겨가려는 그 마음이 스스로를 붙어있지 못하게 했네요. 마음에 드는 테이블 하나, 고운 이불 한 채면 될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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