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종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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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솔이 이모 죽었어.”
퇴근하는 아빠를 반기러 뛰어나온 아이의 한마디에 가슴이 덜컹 내려앉습니다. 알고 있었습니다. 터져 나오는 울음을 억지로 참으며 전화를 건 아내가 흐느끼는 틈새로 소식을 전해주었으니까요. 하지만 까만 눈을 크게 뜨고 올려다보며 아이가 전하는 부고의 충격은 더 크고, 더 아팠습니다. 옆에 서있던 아내의 눈물샘이 다시 터졌습니다.
그녀는 겨우 33살이었습니다. 5살, 3살짜리 예쁜 두 딸이 있고요. 말기 위암 선고를 받고 수술을 받은 지 불과 6개월 만에 하늘은 그녀를 데리고 가버렸습니다. 작년 말, 마음 편지를 통해 그녀의 쾌유를 빌었지만, 벼락치기 기도는 별 소용이 없었던 모양입니다. 아이들은 아직 그녀의 죽음을 모릅니다. 엄마가 다 나으면 놀러 오겠다며 아이가 웃습니다. 가슴이 뭉텅 녹아 내립니다.
변화경영연구소의 연구원 제도에는 한 가지 전통이 있습니다. 첫 수업에서 자신의 장례식 연설을 발표하는 것입니다. 죽기 직전, 사람들에게 마지막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10분의 시간이 주어졌다고 가정하는 거지요. 몇 년간 살펴보니, 사람들은 두 부류로 나뉩니다. 한 무리의 사람들은 천수를 다 누리고 후련하게 세상을 떠나는 상황을 떠올리며 글을 씁니다. 이들은 발표하는 동안 울지 않습니다. 그들의 글 속에는 앞으로 이루고 누릴 것에 대한 ‘희망’이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또 한 부류의 사람들은 다릅니다. 이들은 당장 ‘내일 죽는다’는 생각으로 유서를 준비합니다. 이들은 자신이 쓴 유서를 읽으며 통곡합니다. 아직 이루지 못한 수많은 미래의 계획들과 바로 잡지 못한 과거의 잘못들이 고스란히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남겨질 가족을 향한 그들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까지 이어지면 듣는 사람도 눈물을 떨구기 일쑤입니다. 어느 하나 슬프지 않은 죽음이 없지만 젊은 죽음은 유독 날카롭게 가슴을 할큅니다.
예전에 이런 말이 유행처럼 번진 적이 있지요. ‘내가 헛되이 보낸 오늘 하루는 어제 죽은 사람이 그토록 바라던 내일입니다.’ 이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망치로 뒤통수를 맞은 듯 찡한 자극을 받았습니다. 부지런히 살아야겠다고 마음 먹었지요. 요즘 제 마음에 들어온 글귀가 또 하나 있습니다. ‘오늘은 내 남은 생의 가장 젊은 날’이라는 말입니다. 여러분과 제가 맞이한 ‘오늘’이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인생의 가장 젊은 날이라는 사실이 새삼스럽습니다.
두 딸을 남기고 떠난 그녀가 애타게 원했을 내일인 나의 오늘을 그냥 보내서는 안될 것 같습니다. 너무 빨리 그녀를 데리고 간 운명에 대한 원망은 그만 거두겠습니다. 대신 오늘이 마지막인 양, 내 남은 인생의 가장 젊은 날을 뜨겁게 살겠습니다.
멀리 떠난 그녀의 걸음 아래 마음으로 꽃을 뿌립니다. 부디 아프지 말고 평안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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