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지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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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빛 용의 모습을 한 신 중의 신, 황제(黃帝)에게는 늘 몸에 지니고 다니는 아끼는 보물이 하나 있었다. 현주(玄珠)라고 불리는 검은 진주인데, 이 구슬을 들여다보면 세상만사를 모두 다 꿰어 볼 수 있었다. 어느 날 황제는 경치 좋은 산과 들을 쏘다니면 놀다 궁궐로 돌아와 보니 구슬이 보이지 않았다. 어디서 잃어버린 것이다. 황제는 가장 현명하고 아는 것이 많은 신인 '지'(知)에게 현주를 찾게 했다. 그러나 그의 머리로도 구슬을 찾을 길이 없었다. 이번에는 세상에서 눈이 가장 맑은 이주(離朱)롤 하여금 찾게했다. 그는 1백보 앞의 바늘구멍을 볼 수 있는 천리안을 가졌으나 실패했다. 다시 황제는 끽구(喫訽)라는 끈기의 신에게 처음부터 온 길을 더듬게 했으나 찾지 못했다. 실망한 황제에게 '홀황'(忽恍)이라는 신이 자청하여 구슬을 찾아오겠다고 나섰다. 늘 술에 취해있는 흐리멍텅한 표정의 신이라 황제는 미덥지 않았으나 마지못해 승낙했다. 홀황은 슬슬 돌아다니는 듯 하더니 너무도 쉽게 구슬을 찾아 가지고 돌아왔다.
- 장자, '천하'편에서
아마도 황제가 찾으려고 했던 것은 단순한 보물구슬이 아니라 세상의 이치와 미래를 통찰할 수 있는 혜안이었던 모양입니다. 그 혜안은 지식이나, 도구, 그리고 물러서지 않는 끈기만으로 얻게 되는 것은 아닌 듯합니다. 마음을 비우면 지혜에 이르게 되고, 자연히 이치를 터득하게 된다는 뜻이겠지요.
자기경영은 되도록 마음을 비워 여백을 많이 갖는 것입니다. 욕망함으로 얻는 것 보다, 마음을 비우고 즐김으로 얻게 되는 것이 많습니다. 마음은 이상합니다. 이기겠다 달려들면 참패하고, 있는대로 힘을 주어 움켜지면 그 손에 오히려 아무 것도 잡히지 않습니다. 돈을 벌겠다면 돈이 멀어지고, 그저 무심히 일을 즐기다 보면 돈이 따라옵니다. 한때 얻은 듯 풍요롭던 부유함도 마치 악마의 지갑 속에 든 지폐처럼 어느 날 꺼내 보면 마른 낙엽으로 바뀌어 있음을 또한 종종 보게 됩니다.
마음이 하자는 대로 따라도, 그 마음이 세상의 이치를 벗어나지 않게 될 때, 공자가 말한 '종심'(從心)에 이르게 됩니다. 종심은 자유로움입니다. 사자의 삶으로 상징되는 자유로운 제2의 인생을 위한 자기경영의 핵심은 '비움으로 채운다'는 패러독스입니다. 비우지 않고 마음의 평화는 얻기 어렵고, 이해를 벗어나지 않으면 끝내 남에게 매이기 마련입니다. 자기경영은 '그들의 기준'을 넘어 섬으로 자신의 기준을 얻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내가 바라는 살고 싶은 인생에 도달하게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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