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종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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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연구에서 참가자들에게 20번의 전기 충격을 가하면서 각각의 전기 충격이 발생하기 3초 전에 그것을 알리는 경보음을 울렸다. 이때, 몇몇 참가자(강한 전기 충격을 받은 집단)는 오른쪽 발목에 강한 충격을 20번 받았고, 나머지 참가자(약한 전기 충격을 받은 집단)는 강한 충격 3번, 약한 충격 17번을 받았다. 실험 결과 비록 약한 충격 집단이 강한 충격 집단보다 전체적으로는 더 적은 양의 충격을 받았지만, 두 집단 중 약한 충격 집단의 심장 박동이 더 빨랐고, 땀도 많이 흘렸으며 더 심한 두려움을 느낀 것으로 보고 되었다. 왜일까? 그 이유는 약한 충격을 받은 집단의 참가자는 충격을 받을 때마다 서로 다른 강도의 충격을 받았기 때문에 미래를 예측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예상치 못한 3번의 강한 충격은 예상할 수 있는 20번의 강한 충격보다 더 고통스러울 수 있는 것이다.
<대니얼 길버트, ‘행복에 걸려 비틀거리다’ 중에서>
지난달 말쯤 마음 편지를 통해 제 다이어트 결과를 공개했었는데, 기억나세요? 막상 아쉬운 성적을 털어놓고 나니까 살짝 욕심이 생기더군요. 기분 좋은 칭찬과 응원을 많이 받아서 용기가 나기도 했고요. 그래서 체중 감량에 속도를 붙일 요량으로 식이 요법을 병행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효과적인 감량을 위해서는 운동과 더불어 식이요법이 필수적이라는 말을 떠올리면서요.
아침은 고구마와 우유로 간단히 해결했습니다. 점심은 그냥 평소대로 구내식당을 이용했고요. 저녁에는 닭 가슴살과 샐러드로 허기를 달랬습니다. 당장 효과가 나타났습니다. 눈에 띄게 체중이 줄어들기 시작한 겁니다. 저울에 오를 때마다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이렇게 가다가는 며칠 만에 목표를 초과 달성할 수도 있겠다는 계산이 나왔습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습니다.
어느 순간 체중계가 거짓말처럼 멈춰버렸습니다. 열심히 운동하고 식사를 조절하는데도 불구하고 전혀 체중이 줄지 않는 겁니다. 하루 이틀은 그냥 그러려니 했는데 일주일 이상 정체가 지속되자 마음이 조급해졌습니다. 어디부터 뭐가 잘못 됐는지 자꾸만 되짚어 생각했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깨달았습니다. 아무 것도 잘못되지 않았다는 것을요.
모든 성장은 직선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학습과 훈련에는 필연적으로 정체가 나타나게 되지요.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이 정체의 지루함을 견디지 못하고 처음에 세웠던 계획을 포기하게 됩니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반복적으로 찾아오는 정체와 그에 따른 초조함을 성장의 자연스러운 일부로 받아들이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한 템포 여유로운 마음으로 다음 도약을 기다리는 거지요. 개구리가 멀리 뛰기 위해 몸을 움츠리듯 우리의 성장에는 정체가 필요합니다.
대니얼 길버트의 책, ‘행복에 걸려 비틀거리다’에 담긴 실험 결과는 재미있는 결론으로 저를 이끌었습니다. ‘매도 알고 맞으면 덜 아프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입증된 셈이지요. 요즘 유행하는 이종격투기에서도 KO는 불의의 일격을 당했을 때나 일어납니다. 날아오는 주먹도 알고 맞으면 버틸만하다고 하네요. 작은 성공을 반복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이를 통해 정체 뒤에 필연적으로 찾아오는 도약의 존재를 경험적으로 믿게 될 테니까요.
이 정체 뒤에 찾아올 감량의 폭풍을 믿습니다. 뻔뻔한 자신감으로 월요일을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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