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종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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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중에 하나만 선택해! 담배야, 나야? "
분위기 좋은 고깃집에서 저녁식사를 했습니다. 안주가 좋으니 자연스레 소주도 한잔 곁들였지요. 벅차 오르는 포만감을 달래려 담뱃갑을 여니, 마지막 한 개비가 유혹합니다. 여자 친구의 한마디가 정수리를 강타한 것은 바로 그 순간이었습니다. 아니, 담배와 자기 중에 하나만 선택하라니……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랍니까? 하필이면 담배 피우기에 이토록 아름다운 순간에 말입니다.
표정을 보아하니 그냥 한 말 같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남자가 어찌 한번 뽑아 든 칼을 그냥 다시 칼집에 넣겠습니까? 흔들림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못들은 척 담배를 입에 물고 불을 댕겼습니다. 여자 친구의 눈빛이 잠시 흔들리는가 싶더니 급히 짐을 챙기더군요. 술기운을 타고 니코틴이 온몸으로 퍼져나가는 짜릿함을 즐기는 사이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뛰어나가는 그녀를 보며 생각했습니다. '아~ 내가 정말 미쳤구나. 아이고~ 이 원수 같은 담배야.' 하지만 때는 이미 늦었습니다.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살아가기 정말 팍팍한 세상입니다. 연기가 되어 날아가버리는 돈도 아깝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눈총도 따갑습니다. 어디 그뿐인가요? 조금만 빨리 걸으면 턱까지 숨이 차오르는 걸로 보아 몸 속에서 심상치 않은 일이 일어나고 있을 것 같아 불안하기 짝이 없습니다. 조만간 길거리 흡연을 금지하는 법까지 시행된다고 하네요. 이쯤 되면 눈 딱 감고 끊어버릴 만도 한데, 쉽지가 않습니다. 모두들 그저 약한 의지만 탓하고 있습니다. 뭔가 좋은 방법 없을까요?
히스 형제가 함께 집필한 책, 『스위치』는 한 가지 재미있는 실험을 소개하며 시작합니다. ‘팝콘 연구’라고도 불리는 이 실험은 아주 간단합니다. 영화를 보러 온 관객들에게 다 먹기 힘들만큼 많은 양의 팝콘을, 큰 통과 더 큰 통에 담아서 무료로 나눠주는 겁니다. 그리고는 영화가 끝난 후 나오는 피실험자들을 대상으로 얼마나 많은 팝콘을 먹었는지 측정하는 겁니다. 어차피 다 먹을 수 없을 만큼 양이 많고, 튀긴지 한참 지나서 눅눅한 팝콘이었기 때문에 통의 크기에 상관없이 비슷한 양의 팝콘을 먹었을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달랐습니다.
나오는 사람들을 조사해보니 더 큰 통에 들어 있는 팝콘을 받은 사람들이 그보다 작은 통을 받은 사람들에 비해 무려 53%나 더 많은 팝콘을 먹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53%는 173kcal나 높은 칼로리 섭취를 의미합니다. 21번이나 더 집어먹은 셈이라고 하네요. 이 실험이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짧지만 강렬합니다. 우리가 매번 무언가를 결심하고 금새 포기하기를 반복하는 이유가 단순히 의지가 약하기 때문만은 아니라는 겁니다. 정작 문제는 우리를 그렇게 몰아가는 상황인 거지요. 마치 더 큰 통에 들어있는 팝콘처럼이요.
자! 이제 문제는 분명해졌습니다. 우리는 지긋지긋한 담배를 끊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동안 우리가 머리를 쥐어박으며 자책했던 의지 대신 상황을 개선하는 것이 효과가 높다는 것도 알게 되었지요. 상황을 어떻게 다시 설계(Re-design)해야 담배를 끊을 수 있을까요? 여러분의 아이디어를 나눠주세요. 게시판에 댓글로 달아주셔도 괜찮고요. 메일 또는 트위터(@mappist)를 통해서 알려주셔도 좋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방법과 함께 다음 편지에 공개하겠습니다. 기발한 아이디어를 보내주신 분께는 소정의 상품(?)을 보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어떠세요? 좋은 생각이 떠오르셨나요?
아! 삼겹살 집을 박차고 나간 그 여자친구는 어찌 됐냐고요? 담배를 다 피우자마자 미친 듯이 달려나가 길바닥에 무릎 꿇고 빌었지요. 그리고 그 후로 10년의 시간을 함께 했네요. 덕분(?)에 담배도 끊었고요. 담배에 대한 고민 아닌 고민으로 한 주를 시작합니다.
*** 안내 ***
변화경영연구소의 박승오, 홍승완 연구원이 진행하는 ‘나침반 프로그램’을 소개합니다. 20대의 갈림길에서 인생의 방향을 찾기 위한 자아탐색 프로그램입니다. 개인적으로 주변의 후배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프로그램입니다. 날짜가 7월 17 ~ 18일로 바뀌었다고 하네요. 자세한 내용을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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