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요한
- 조회 수 5191
- 댓글 수 2
- 추천 수 0
“나는 산을 정복하려고 온 게 아니다. 또 영웅이 되어 돌아가기 위해서도 아니다. 나는 두려움을 통해서 이 세계를 알고 싶고 느끼고 싶다. 이 높은 곳에서는 아무도 만날 수 없다는 사실이 오히려 나를 지탱해준다. 고독이 더 이상 파멸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 고독 속에서 분명 나는 새로운 자신을 얻게 되었다. 고독이 정녕 이토록 달라질 수 있단 말인가. 지난날 그렇게도 슬프던 이별이 이제는 눈부신 자유를 뜻한다는 걸 알았다. 그것은 내 인생에서 처음으로 체험한 흰 고독이었다. 이제 고독은 더 이상 두려움이 아닌 나의 힘이다.”
- 라인홀트 메스너의 <검은 고독, 흰 고독> 중에서 -
---------------------------------------------
1970년 산악인 라인홀트 메스너는 히말라야 주봉 가운데 하나인 낭가파르바트 등정길에서 사랑하는 동생을 잃어버립니다. 하지만 시신조차 찾지 못한 채 하산을 하게 됩니다. 이후로도 그는 산 때문에 많은 것을 잃게 됩니다. 동료의 죽음, 발가락 절단, 아내와의 이혼 등등. 하지만 그럼에도 그는 산을 떠나지 못합니다. 오히려 힘들수록 산을 오릅니다. 그리고 1978년에는 8,000m가 넘는 낭가파르바트의 무산소 단독등반에 나섭니다. 무모해 보이는 그의 도전에 많은 사람들이 왜 그렇게 산에 오르느냐고 묻습니다. 그는 대답합니다. “내가 산에 오를 수 없게 될 때, 그 때는 이미 내가 아닙니다.”
그는 산소기의 도움도 없이 최소한의 등반도구만을 가진 채 정상에 한 발 한 발 올라갑니다. 그리고 정상에 가까워지면서 지금껏 맛보지 못한 깊은 안식을 만나게 됩니다. 오랜 시간동안 자신을 괴롭혀 왔던 불안감에 가득 찬 검은 고독에서 벗어나 평안함으로 가득 찬 흰 고독과 마주합니다. 극한의 고독에서 오히려 존재의 확장을 체험하며 죽음까지도 이해하는 새로운 세계와 조우한 것입니다.
메스너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우리에게도 각자 올라가야 할 인생의 산이 있습니다. 결코 벗어날 수 없는 운명의 산이 있습니다. 그 산은 어쩌면 위험해보이고, 정상을 쉽게 허용하지 않으며, 때로는 혼자서 올라가야 할 절대고독의 산으로 보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 산을 올라가야만 우리는 진정한 자유와 새로운 자아와 대면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그 산은 어렵고 두려워도 고독과 손잡고 가야할 곳입니다.
당신의 인생에 그 산은 무엇일까요?
- 2010. 7. 14. '당신의 삶을 깨우는' 문요한의 Energy Plus 402호-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3376 | 그 남자가 사는 법 [3] | -창- | 2017.07.08 | 1008 |
3375 | 백열두번째 편지 - 1인 기업가 재키의 여름방학 [2] | 재키제동 | 2017.07.28 | 1008 |
3374 | 절실함의 근원, 그리고 열정과 의지 [1] | 불씨 | 2022.10.04 | 1008 |
3373 | 할 때의 기쁨 | 김용규 | 2017.01.13 | 1010 |
3372 | 월급쟁이의 자식 | 장재용 | 2020.04.21 | 1010 |
3371 | [목요편지] 눈을 들어 숲을 보라 [1] | 어니언 | 2021.02.25 | 1010 |
3370 |
[알로하의 맛있는 편지] 신의 선물을 마신 사람들 2 ![]() | 알로하 | 2019.04.05 | 1011 |
3369 | 삶이라는 모험 [1] | 어니언 | 2022.12.29 | 1011 |
3368 | 자기 인생을 통째로 장악한 사람 | 한 명석 | 2016.10.19 | 1012 |
3367 | [수요편지 10- 피카소의 현실참여] [4] | 수희향 | 2017.07.26 | 1013 |
3366 | 회사적인 너무도 회사적인 | 장재용 | 2020.06.30 | 1013 |
3365 | 가을 뒤안길 | 書元 | 2016.11.12 | 1014 |
3364 | [내 삶의 단어장] 쵸코맛을 기다리는 오후 1 | 에움길~ | 2023.05.01 | 1014 |
3363 | [월요편지 1] 설레이는 첫 번째 편지를 보내며 [3] | 습관의 완성 | 2020.03.22 | 1015 |
3362 | [월요편지 127] 나는 왜 그 말이 상처가 될까? [1] | 습관의 완성 | 2022.11.06 | 1015 |
3361 | [수요편지] 가을 하늘, 그리고 삶의 의미 [1] | 불씨 | 2022.11.15 | 1016 |
3360 |
[화요편지] 바다를 '나는' 여인들 ![]() | 아난다 | 2020.10.19 | 1017 |
3359 | 우리가 흙수저라고? - 네번째 이야기 [2] | 제산 | 2017.03.26 | 1018 |
3358 | 상호가 브랜드는 아니에요 | 이철민 | 2017.05.25 | 1018 |
3357 | 캠핑 가보셨나요? [2] | 어니언 | 2023.06.22 | 10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