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종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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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씩 우리는 이미 닫힌 문을 너무 오랫동안 주시하는 바람에 문이 열리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할 때가 있다. - 알렉산더 그래햄 벨(Alexander Graham Bell)
"인도요? 내일이요???"
벼락처럼 내리친 출장 통보에 정신이 아득해졌습니다. 뉴스에서 보았던 폭탄 테러 소식도 기억나고, 낮이면 45도가 넘는 폭염 때문에 미칠 지경이라던 친구의 푸념도 떠올랐습니다. 그냥 며칠짜리 단기 출장이라면 여행 삼아 가볍게 다녀올 수도 있겠지만, 출장의 목적 자체가 장기 체류를 위한 사전 조사랍니다. 막막한 제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경기도 어디쯤으로 가라는 듯 심드렁하게 말하는 상사 앞에 서있노라니 멀미가 날 것만 같았습니다.
사실 얼마 전부터 회사 생활이 슬슬 지루하게 느껴지기는 했습니다. 10년째 같은 사무실에서 같은 사람들과 같은 고객을 상대로 비슷한 업무를 수행해왔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일종의 매너리즘에 빠졌다고 할까요? 하지만 10년의 시간 동안 다져진 일상의 안락함을 모두 부정할 수는 없겠지요. 능숙하게 다룰 수 있는 문제와 예측 가능한 하루 속에서 누리는 심리적 안정감을 쉽게 포기할 수는 없었습니다.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미지의 땅으로 떠나는 2년간의 출장, 그리고 10년 동안 조금씩 다져진 익숙한 생활. 여러분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얼마 전, 구본형 선생님의 '북 콘서트'에 다녀왔습니다. 제자니, 연구원이니 말은 하지만 사실 선생님의 강연을 직접 들을 기회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사무실 가까운 곳에 콘서트 장이 마련되었기에 반갑고, 기쁜 마음으로 한달음에 달려갔습니다. 행사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진행자가 질문을 던졌습니다. 질문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선생님의 대답만큼은 선명하게 기억납니다.
"가슴 속에 떨림이 있거든 지금 하는 일을 멈추고 그 떨림을 따라가도 좋다."
물론 그 뒤에는 '하지만 그런 떨림이 없다면……'이라는 단서가 붙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떨림'을 찾지 못한 이들을 위한 이야기가 북 콘서트의 실질적인 주제였지요. 하지만 제게 그날 북 콘서트는 거기까지였습니다.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내내, 그리고 집으로 돌아와 자리에 누워서까지, '떨림을 따라가도 좋다'는 선생님의 목소리가 끊임없이 되살아났습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어떤 선택을 내려야 할지 말해주고 있습니다.
여전히 혼란스럽습니다. 전혀 다른 환경에서 새롭게 일을 배우는 것도 부담스럽고, 회사의 사활이 걸린 중요한 프로젝트에서 제 몫을 다할 수 있을지 두렵기도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8개월밖에 안된 딸아이를 데리고 열악한 환경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비로서 잘하는 짓인지 모르겠습니다. 가지 말아야 할 이유를 쉴 새 없이 100가지쯤 떠올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가슴 속 '떨림'은 제게 떠나라고 속삭입니다. 그래서 조심스레 그 '떨림'을 따라가볼까 합니다.
넋두리처럼 늘어놓은 이 편지를 천천히 다시 읽어 보니 알겠습니다. 제가 얼마나 두려워하고 있는지…... 일년 반 만에 처음으로 편지를 한 주 거를까 하는 생각을 하다가 마음을 다잡습니다. 제목 그대로 '마음을 나누는 편지'니까요. 이리저리 흔들리는 제 마음을 고스란히 담아 여러분께 날립니다. 다음 편지에는 이 두려움 대신 인도의 뜨거운 향기를 담아 여러분께 전하겠습니다.

떨림이 느껴졌다면..따라가심이 후회없지 않을까 조심히 생각해봅니다.
사실 저도 비슷하다면 비슷한 처지이거든요.
중국 장기체류가 될지 말지 올 하반기에 결정됩니다.
사실 두렵습니다. 또 생각해봐도 잘할지...그림이 잘안그려집니다.
더구나 종윤님처럼 얼마전 태어난 단군낭자와 큰아이가 걱정입니다.
하지만...지금의 생활에서..직장8년차...
다시 오지 않을 기회인거 같아 변화를 선택하고자 하는 작은 목소리에 귀를 기우리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과감히 보내만 주신다면 가겠다고 했습니다.^^
종윤님은 저보다 더 확실하게 결정된거 같네요.
많은생각/고민 하시고...더나은 자신을 위해 변화되어 돌아오시길..
언제나 저희부족의 엔돌핀으로 기억하고 ...기억에 남아있을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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