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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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이 하면 불륜 내가 하면 로맨스”라는 말이 있다.
사랑이라는 프레임으로 보면 같은 의미 아닐까?
말을 할 때 선택하는 단어는 지극히 개인적인 판단에서 출발한다. 이 말이 사람들의 공감과 더불어 웃음을 자아내는 데는 인간의 심리를 정확히 집어냈기 때문이다.
자신과 타인을 동일한 잣대로 바라보지 않는 시선이 잘 나타난다. 애절함으로 보면 불륜이 더 사랑에 가깝다라고 말하는 철학자도 있다. 철학자의
입을 통하니 웃고 넘긴다. 보통사람의 입으로 나온 말이라고 하면 말하는 사람의 개념 없음을 탓할지 모른다. 사랑은 도덕이나 윤리의 말하지 않는다. 현실과 문학작품 내의 괴리가 큰 부분 중 하나가 사랑을 바라보는 시선이 아닐까 한다.
투자의 세계에도 이와 비슷한 단어가 있다. 비슷하다고 말하는 것은 내 생각이다. 그것은 투자(投資)와 투기(投機)이다. 내가 하면 투자 남이 하면 투기라고나 할까?
사전적 의미는 별반 다르지 않다.
살펴보자. 투자는
이익을 목적으로 자금을 대는 행위이고 투기는 기회를 틈타서 큰 이익을 얻으려 하는 행위이다. 둘 다
이익을 보기 위하여 자금을 댄다는 말이다. 똑같다. 앞뒤에
붙은 수식어가 다를 뿐이다. 그래서 어감도 다르다. 말이란
것이 '아'다르고 '어'다르니 어감의 차이가 큰 차이를 말한다고 하면 그도 할말은 없다. 투자는
좋은 분위기를 풍기고, 투기는 나쁜 이미지가 있다. 자신이
하는 행위는 왠만하면 투자라고 하고 싶어진다. 그래야 타인에게 인정을 받을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다. 투기를 하는 인간은 왠지 찌질해 보인다. 합리적인 인간이란 느낌이
상실된 캐릭터이다. 돈을 위해 눈이 벌겋게 충혈된 인간이라고나 할까?
도박이나 카지노 노숙 가정파괴범 이런 단어와 어울림직한 것이 투기라는 단어가 가진 이미지이다. 포털의
한 줄 기사를 장식할 것 같고 선하고 훌륭한 사람은 근처에도 얼씬거리지 않을 법한 단어이다. 그래서
난 강원랜드 주식을 관심종목에도 넣어두지 않는가 보다.
주식, 선물(先物), 상품(商品)시장 등 경제시스템의 기본틀에서 세워진 대부분의 시장에서는 투자와 투기가 혼용된다. 말하는 사람에 따라 기준을 달리한다. 투기라는 단어를 선택하기를
꺼린다. 그렇게 말하면 불법이 아님에도 좋지 않은 행동을 한 것 같은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보도섀퍼의 “돈”이란 책이 있다. 저자는 독일태생이고 열 여섯에 미국으로 건너가 다양한
직종에서 일을 했고 또한 스스로 많은 돈을 벌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신이 경험한 것을 토대로 책을
썼는데 초대형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26세 때 그는 빚에서 헤어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경제적 문제를
안고 있었지만 스승의 도움에 힘입어 30세에 이자만으로 살 수 있는
'경제적 자유'를 얻는다. 자신의 경험을 '누구나 부를 쌓고 부자가 될 수 있다'는 세미나 컨셉으로 발전시킨다. 그의 세미나는 커다란 반향을 불러 일으켜 유럽 전체에 화제가 된 인물이다.
저자는 투자와 투기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제시한다.
“투자는 팔면서 돈을 버는 게 아니라 사면서 돈을 번다. 투자는
처음부터 고정적인 수익을 보장하는 것이어야 한다. 자신에게 돈이 들어오지 않는 한, 돈을 어딘가에 ‘보관’한
것일 수는 있어도 투자한 것은 아니다”라는 말한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돈의 방향을 보면 명확하다. 돈이 자신에게 흘러 들어오면 투자, 반대로 흘러나가면 단지 돈을 어딘가에 묶어 둔 것이다. 주기적으로
현금흐름이 발생하고 그것이 투자자에게로 흘러 들어오는 것. 이것이 투자라고 말하고 있다.
반대로 투기는 “자기가
산 것을 되 팔면서 비로소 돈이 손에 들어 오는 것”이다. "투기는
고정적으로 돈을 벌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저자의
주장에 대하여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라고 할 수도
있다. 투자와 투기 사이의 거리는 그리 멀어 보이지 않는다. 투자가
되었건 투기가 되었던 자신의 자금을 대고 그 자금을 회수하면서 투입된 금액에 더하여 수익을 얻고자 하는 것은 같다. 중간에 현금흐름이 있다고 투자이고 그렇지 않다고 투기라고 하는 기준은 애매할 수 있다. 어떤 행위를 하든 돈을 버는 것이 목적인 것은 같으니 말이다.
서술어도 다르게 말한다. 투자는 ‘벌다’라고 하고, 투기는 ‘따다’라고 한다. ‘벌다’는
'일을 하여 돈을 얻거나, 모은다. 또는 시간이나 돈을 안 쓰게 되어 여유가 생김'을 이른다. ‘따다’는 '붙어 있는
것을 잡아떼거나 노름, 내기, 경기에 이겨 돈이나 상품을
얻는다'란 의미이다. 저자는 '주식에 투자하는 행위는 어디까지나 투기이다.'라는 말도 잊지 않는다. 배당을 목적으로 매수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모두 투기라고.
투자는 좋은 것이고 바람직하고 투기는 나쁜 것이고 하면 안 되는
것이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그것의 실체를 알고 하라는 말이다. 우리는 ‘장기투자’ ‘가치투자’라는
말을 많이 들어 왔다. 투자라는 프레임에 잘 어울리는 수식어이다. 좋은
어감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그것이 투자의 정석이라고 단언하기는 힘들다. 적어도 내가 보아온 투자의 세계는 그렇다. 누구나 자신만의 스타일을
구축하면 되는 거다. 타인의 기준으로 투기가 되었건 투자가 되었건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다. 스스로 선택한 행위가 어떤 위험을 감당해야 하는 지에 대하여 알면 된다. 실전에서
사람들은 본의 아니게 장기투자를 많이 한다. 손실 난 주식을 매도하지 못해서 발생하는 경우이다. 가치투자도 마찬가지이다. 자신만이 짝사랑하는 주식을 보유하면서 가치주의
테두리에 넣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나만의 투자스타일을 갖기는 쉽지 않다. 스스로에게 솔직해지고 스스로가 공부하고 찾아낸 방법이 있어야 비로소 가능한 일이다. 자신에게 솔직해 지는 것. 이것만큼 쉬운듯하지만 어려운 것도 없다. 요즘 글쓰기에 관한 관심이 부쩍 늘어난 내가 며칠 전 들었던 강의의 기억을 되살려본다.
주제는 '문학이란
무엇인가?'이다. 4주차에 걸쳐 매주 하루 두 시간 진행되는
강의이다. 1주차의 소제는 "상처받은
자의 아름다움_문학이란 무엇인가"였다.
왜 쓰는가? 에 대하여 발췌한 글 중에 이청준의 [지배와 해방]에서 저자는 말한다.
"보다 나은 세계를 위해서, 보다 많은 사람들의 보다 행복한 삶을 위해서,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가난한 사람들을 궁핍으로부터 구해내기 위해서, 압제 받는 사람들의 자유와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서, 또는 민족을 위해서, 사회 정의의 실현을 위해서, 불의를 고발하기 위해서, 진실을 증언하기 위해서 등등...인간사회 본래의 도덕률에 합당한 일은 무엇이나 나무랄 데 없는 작가의 책임이요 작가의 몫으로 말해질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솔직하게 까뒤집어놓고 보면 여기에는 좀 엉뚱한 속임수가 끼어들 여지가 있습니다. 작가 자신의 개인적인 삶이나 인간적인 욕망의 문제는 자취가 사라져버린 점입니다. 그러한 사회 정의의 실현 자체가 작가 개인의 삶의 욕망이나 목적에 부합하고 있는 거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만, 작가가 글을 쓰게 된 애초의 내면 동기는 사실상 그처럼 이타적이거나 몰 개인적인 순교자풍의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가 애초에 글을 생각하게 된 동기는 그처럼 순교자적인 것이었다기보다도, 오히려
그의 바깥 세계에 대한 강렬한 복수심 때문이었습니다."
'사람이 쓰는 행위를 하는 내적인 욕망이
잘 드러난 글이다'라는 강사의 말이 마음에 와 닿았다.
까뒤집고 자신을 보는 일. 자신을 안다는 것. 돈을 벌거나 따는 행위에도 절대적으로 필요한 덕목이다.
탁월한 장사꾼은 매수매도시기를 잘 안다. 자신이 사고 파는 물건에 대하여 알게 되면 타이밍은 절로 정해진다. 투자의 세계도 장사꾼이 매매시기를 알듯이 매매타이밍을 알면 장기투자이니 가치투자이니 하는 단어는 불필요하다. 허울좋은 단어의 프레임에 갇히지 않고 자신만의 스타일을 구축하면 투자를 하건 투기를 하건 상관없다. 모두가 몰려가는 10차선도로로 가지 않아도 나만의 오솔길을 찾기만 하면 된다. 자신만의 투자스타일을 갖추는 것은 자본주의 경제체제하에서 꼭 필요한 일이다. 태어나서 관 뚜껑이 닫히는 그 순간까지 돈은 인간의 삶과 동행한다. "돈이 전부가 아니다"라는 말로 위장하지 말자. 행복한 삶을 원하는 사람에게 돈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돈으로부터 자유를 얻는 일은 인간행복의 첫걸음이고 인간은 행복하게 살고 싶어하는 존재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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