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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2월 12일 11시 19분 등록

이번 사건이 뭐야? 



 “확률이 뭘까?”

 여러가지 답이 나올 수 있다. 어떤 사람은 가능성이라고 이야기 할 수도 있고 어떤 사람은 전체 사건의 경우의 수 분의 어떤 사건이 일어난 경우의 수 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또 다른 사람은 어떤 실험을 여러번 시행해보고 나온 결과를 분수로 나타낸 것이라고 이야기 할 수도 있겠다. 나는 이 모든 대답이 확률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 이유는 일단 확률은 어떤 방법으로 구하느냐에 따라 세가지 정도로 분류할 수 있다. 통계적 확률, 수학적 확률, 기하적 확률.

 학교에서는 통계적 확률로 확률을 도입하고 수학적 확률로 가르친다. 무슨 말이냐고? 일단 생각을 열어주기 위해서 주사위나 동전을 여러번 던진 실험을 보여준다. 그리고 주사위에서 나올 수 있는 사건 6가지 모두 동일하게 등장할 것이라는 가정을 세우고 수학적 확률로 계산을 하는 것이다. 즉 주사위를 던졌을 때 1이 나올 확률은 1/6이다. 주사위는 정육면체이고 각 면이 나올 가능성이 같으므로 1/6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조금 어려운 말로 하면 ‘동가능성의 원리’를 인정하고 확률을 구한다. 동전의 경우는 앞면이 나올 확률이 1/2가 된다. 뒷면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확률을 구할 때 늘 실험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수학적으로 설명하게 된 것도 있다. 매번 주사위를 200번 500번 1000번씩 던져 볼 수 없다. 동전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수학적 확률을 잘 구하기 위해서 우리가 무엇을 먼저 파악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알아 볼 생각이다. 앞에서 확률을 ‘전체 사건의 경우의 수 분의 어떤 사건이 일어난 경우의 수’라고 말했다. 우리는 이 문장에서 포인트가 되는 두 단어를 발견할 수 있다. 무엇일까? 바로 ‘사건’과 ‘경우의 수’이다. 경우의 수는 ‘사건’이 몇가지 인지 세어보면 알 수 있는 것이다. 결국 우리는 ‘사건’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파악해야 경우의 수를 구할 수 있고, 그 경우의 수를 구해야 확률을 구할 수 있는 것이다. 결국 확률을 잘하려며 사건을 잘 파악해야 한다. 여러가지 사례를 통해 우리 사건을 뭔지 보자. 

 

 정육면체 주사위를 던졌다. 우리에게 나타나는 사건은 무엇인가? 실제로 주사위를 던진다고 상상해보자. 주사위를 던지고 나면 우리 눈 앞에 어떤 일이 생길까? 브르마불 게임할 때 우리는 사고 싶은 땅 위에 자신의 말이 놓아지도록 주사위를 던진다. 나는 게임이 무르익었을 때 쯤이면 꼭 대한민국 땅이 사고 싶어 주사위를 던졌을 때 나올 숫자를 계산하고 기도하곤 했었다. 바라던 숫자가 나오면 환호성을 지르고, 그렇지 않으면 시무룩 해졌다. 자, 주사위를 던지면 어떤 사건이 발생하나? 1,2,3,4,5,6이다. 그럼 정팔면체 주사위를 던진다면? 여기서 가정은 1부터 자연수가 차례대로 쓰여진 주사위라는 점이다. 정팔면체 주사위를 던지면 사건은 1,2,3,4,5,6,7,8이다. 사건을 파악했다. 그렇다면 정육면체 주사위를 던졌을 때 나올 수 있는 전체 사건의 경우의 수는 얼마인가? 6이다. 정팔면체 주사위는? 8이다. 경우의 수는 숫자 하나로 나타내어진다. 사건은 여러가지가 나올 수 있다. 

 설날이면 친척들과 함께 모여 윷놀이를 한다. 여러분도 하나? 윷놀이를 할때면 말을 어떻게 놓을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해진다. 그런데 윷이나 모가 나오면 흥분해서 이성을 잃고 말을 이리저리 돌게 만들기도 한다. 자, 윷놀이를 할 때 나오는 사건은 무엇인가? 도,개,걸,윷,모이다. 전체 사건의 경우의 수는 5이다. 그러나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윷놀이는 수학적 확률을 적용할 수 없다. 왜냐하면 윷가락의 생김새를 보면 앞면과 뒷면이 동일하게 나올 가능성을 가지고 있지 않다. 한쪽면은 평평한 반면 다른 면은 둥글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학 문제에 윷놀이를 낼 때는 반드시 괄호 속에 전제를 넣는다. ‘윷가락의 앞 면과 뒷 면이 나올 확률은 같다.’ 이렇게 말이다. 어떤 학자는 윷놀이를 실험을 통해 도,개,걸,윷,모가 나올 확률을 구하기도 했다. 통계적 확률을 사용한 경우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윷가락을 던졌을 때 나오는 사건이 ‘도,개,걸,윷,모’라는 사실이다. 

 이번엔 동전을 던지자. 동전을 던졌을 때 나오는 사건은? 앞면과 뒷면이다. 그렇다면 이번엔 동전 두 개를 던져보자. 어떤 사건이 우리 눈앞에 나타날까? 앞면-앞면, 앞면-뒷면, 뒷면-앞면, 뒷면-뒷면이다. 총 4가지의 경우의 수가 된다. 

 학교에서 집까지 가는 방법에 대해 생각해보자. 나는 숙명여자중학교에서 우리집까지 오가는 방법이 버스와 전철, 걷기가 있다. 그런데 버스는 4319, 402, 11-3, 917번이 다닌다. 전철은 3호선 하나, 그리고 걷는 것 한가지가 있다. 내가 집에서 숙명여자중하교까지 가는 사건의 경우의 수는 6가지이다.  

 며칠 전에 쇼핑을 했다. 그래서 나에겐 바지 2벌과 티셔츠 3벌이 생겼다. 옷을 입을 수 있는 사건은 뭐가 있을까? 바지에 이름을 붙이자. A, B. 티셔츠에도 이름을 붙여주자. a,b,c. 그럼 나는 A-a, A-b, A-c, B-a, B-b, B-c로 옷을 코디할 수 있다. 사건은 총 6가지다. 

 오랜만에 친구와 분식집에 갔다. 떡볶기, 순대, 오뎅, 튀김이 있다. 2가지를 골라 먹을 수 있는데, 우리는 어떤 조합으로 친구와 맛있는 분식을 먹을 수 있을까? 사건을 나열해 보자. 떡볶기-순대, 떡볶기-오뎅, 떡볶기-튀김, 순대-오뎅, 순대-튀김, 오뎅-튀김 이렇게 먹을 수 있다. 사건은 총 6가지이다. 

 

 아주 간단한 것들만 알아보았다. 하지만 살아가면서 우리들에게는 다양한 사건들이 벌어진다. 그리고 선택해야 할때 좋은 쪽 확률을 고르려면 확률을 구하기 전에 좋은 쪽 사건이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해야 손해보지 않는다. 재미있는 예를 하나 더 보자.  몇 년 전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관객에게 상품을 주는 코너가 있었다. 관객은 3개의 천막 중 한개를 고를 수 있다. 3개의 천막 뒤에는 상품이 숨겨져 있는데 한 천막 뒤에는 아주 좋은 가전제품이 있고, 나머지 두 천막 뒤에는 아무것도 없다. 꽝이다. 관객은 먼저 한 천막을 고른다. 그러면 이미 천막 뒤에 어떤 상품이 있는지 알고 있는 사회자가 꽝인 천막 하나를 열어 보여준다. 그리고 관객에게 선택을 바꿀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이때 관객은 자신의 선택을 고집하는게 좋을까? 아니면 선택을 바꾸는 것이 좋을까? 즉 선택을 바꾸는 것이 가전제품을 탈 확률이 높을까? 바꾸지 않는 것이 더 높을까? 먼저 우리에게 벌어진 사건이 무엇인지 생각해보자. 우리는 3개의 천막 중 하나를 뒤집을 수 있다. 뒤집었을 때 나타나는 사건은 ‘가전제품, 꽝, 꽝’ 총 세가지이다. 그리고 가전제품을 고를 경우의 수는 1가지, 꽝을 고를 수 있는 경우의 수는 2가지이다. 따라서 관객은 각각 1/3의 확률로 천막을 열 수 있다. 그런데 이때 관객이 첫 번째 천막을 골랐다고 하자. 첫 번째 천막 뒤에 있는 물건이 가전제품일 확률은 1/3이다. 천막 뒤에 무엇이 있는지 알고 있는 사회자는 꽝을 열어줬다. 그럼  이제 남아 있는 두 가지 중 하나가 가전제품인 것이다. 이때 사회자가 세번째 천막을 열어 꽝임을 확인시켜줬다면 두번째 천막 뒤에 있는 것이 가전제품일 확률은 얼마일까? 2/3이다. 따라서 관객은 선택한 천막을 바꾸는 것이 가전제품을 탈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다. 왜냐하면 확률은 모두 더했을 때 1이 되어야한다. 그런데 첫 번째가 가전제품일 확률은 1/3이었다. 그런데 세번째가 꽝인 것을 알았으므로 두 번째가 남은 확률을 다 가져야 한다. 즉 두 번째가 가전제품일 확률인 1/3에서 꽝 하나를 알게 됐으므로 1/3의 확률을 더 갖게 된다. 즉 두 번째가 가전제품일 확률이 2/3이 되는 것이다. 두 번째가 가전제품이 될 사건은 세 번째 사건이 꽝이라는 사실을 알고 난 뒤 바뀐다는 그것을 알아차려야 한다. 물론 확률이기 때문에 반대로 생각하면 가전제품일 아닐 확률이 1/3이라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사건을 잘 파악해야 경우의 수를 구할 수 있고 경우의 수를 알아야 확률을 구할 수 있다. 많은 학생들이 사건이 뭔지 잘 이해하지 못하고 대충 시험에 잘 나오는 경우의 수만 외우면서 공부했다가 시험에 생소한 사건을 알아차려야 하는 문제가 나오면 틀리고는 말한다. “경우의 수, 확률 너무 어려워요.”라고. 그런데 잘 생각해보자. 우리가 무엇을 파악하지 못하는 것인지. 문제를 잘 이해하고, 사건이 무엇인지 잘 파악해야한다. 그래야 그 다음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확률을 아무리 배우고, 계산을 잘해도 실제 살면서는 엉뚱한 선택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질 수 있다. 가능성이 더 높은 것을 선택하며 살고 싶은가? 그리고 자신의 선택을 신뢰하며 선택의 실패도 잘 감당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우리에게 일어나는 ‘사건’이 무엇인지 잘 파악해보는 연습부터 하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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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13 06:19:40 *.154.223.199

여러가지 예가 나오네요.

저는 윷놀이하고 가전제품을 탈 확률이 젤 술술 읽혔어요.

수학적 확률과 통계적 확률이 다른가요? 그런 이 글을 읽고서 모르겠네요.

 

그러면서 생각나는 것

첫째는 어디서 읽은 건지는 모르겠는데요(어딘가 고전에서 읽은 듯 -_-) 

둘 다 죽는 걸로 적힌 쪽지 두 개를 놓고 시험당하는 사람이 한 개를 집어삼켰고 나머지 것을 개봉하게 해서 살아난 예

둘째, 생활 속 확률의 예는 로또, 비평준화 지역의 고등학교 뺑뺑이, 또는 난자와 정자가 결합해서 수정란이 만들어지는 예가 아닐까?

잡념 몽글몽글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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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13 09:56:38 *.142.242.20

^^ 맞아요. 

다른 예들은 수학 책에 나와있는 거고, 윷놀이와 가전제품은 교과서에 없는 예거든요 ㅋㅋ

그리고 수학적 확률과 통계적 확률은 다른거긴한데, 이 컬럼에서 이야기 하고 싶진 않았어요 ㅋㅋ 기하적 확률도 언급만 있죠? 

이 컬럼은 오로지 '사건'을 파악하는 것의 중요성을 이야기 하고 싶었음. 

간단히 설명하면 통계적 확률은 실험을 통해서 얻어지는 확률이에요. 

주사위를 진짜 200번 1000번 던져보고 1이 200번 중 몇 번 나오는지, 1000번 중 몇 번 나오는지 알아보고 계산을 하는거에요. 

수학적 확률은 주사위에서 '1~6까지 고르게 나올 거다'라고 생각하고 각각의 숫자가 1/6의 확률로 나올거라고 이야기 하는거죠. 


언니 머릿속에 생각나 첫번째 예를 그리스 비극에서 본건가...어디서 봤지? 초반에 본것 같은데.. 찾아봐야겠어요. 

그거 정말 좋은 예가 될 듯 ^^ 

비평준화 지역 고등학교 뺑뺑이도 그렇고, 난자와 정자 결합은 (어느 책에 나왔었음 ^^) 이것도 좋고.. 


잡념 몽글몽글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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