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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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자신이 원하고 잘할 수 있는 영역을 찾아 그 속에서 즐거움을 누리며 사는 것이 자기다운 삶이라는 논의가 활발했고, 또한 그렇게 수렴하는 듯 합니다. 숲의 언어로 표현하면 그것은 마치 나무나 풀이 자기만의 하늘을 여는 것, 그리고 저다운 때에 맞추어 저다운 꽃 피우는 것이라고 비유하며 나 역시 동의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나는 이 숲에서 그러한 삶, 나의 생겨먹은 꼴을 찾아 살아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새롭게 합의되고 있는 자기다운 삶의 새로운 개념을 따르려는 많은 사람들은 다시 근본적 질문을 마주하게 됩니다. 어떻게 하면 나다움을 찾지?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지? 두려움이 많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저 긴 시간 자기에 대한 공부와 세상 연구에 대부분의 시간을 쓰며 늙어갑니다. 어느 튼튼할 것 같은 우산 아래에서 비를 피하는 쪽을 선택하면서.
하지만 용기 있는 사람들은 자기에 대한 분석과 성찰, 혹은 그 어떤 몸부림을 통해 그 대답을 듣기도 합니다. 그들은 결국 분석과 연구의 시간을 접고 구불구불한 길 위에 서야만 자기다워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때로 넘어져보고 기어보고 달음박질치다가 엎어지고 또 일어서면서 제 꼴을 찾게 된다는 것을 몸으로 깨닫게 됩니다. 그러므로 자기다운 삶을 사는 이들은 제 삶의 역사를 온몸으로 써나가는 살아 펄떡대는 삶의 주인공이 됩니다. 그렇게 모두 개척자가 됩니다. 개척자의 삶은 고단하고 위험합니다. 개척자에게 요구되는 것이 그만큼 많기 때문입니다.
이른 봄 나는 수백 주의 감나무와 네 그루의 은행나무를 심었습니다. 그들은 나를 만나는 순간 보살핌의 시대에 종언을 고한 운명들이었습니다. ‘나는 너희들을 보살피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부지런히 네 힘으로 네 하늘을 열거라!’ 나무를 심으며 그들에게 내가 들려준 이야기입니다. 감나무들은 지금 무수한 풀들에게 둘러싸여 힘겨움을 감당하고 있습니다. 네 그루의 은행나무 중 두 그루는 칡덩굴에 휘감겨 삶의 기반조차 위협받고 있습니다. 새로운 땅으로 옮겨온 그들의 삶이 처음부터 순탄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들의 처지와 다르지 않아서 나는 늘 그들에게 배웁니다. 개척자에게 요구되는 많은 것들 중 무엇이 가장 중요한 지를. 그것이 무엇일까요? 큰 키의 풀들에게 휩싸인 감나무들은 그늘에 가려진 묵은 가지를 살리려 애쓰는 노력보다 하늘을 놓치지 않을 새로운 가지를 뽑아내는 일에 최선을 다합니다. 너른 잎을 내고 광합성의 근거지를 확보하려 기를 쓰지요. 칡덩굴에 휩싸인 은행나무 역시 다르지 않습니다. 어느 가지건 햇빛을 놓치지만 않는다면, 지면에 가까운 풀보다 지면으로부터 먼 나무에게 유리한 햇빛이 내려 쬐는 내년 봄이 돌아올 것이라는 점을 본능처럼 알고 있는 것입니다. 개척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자신의 어려운 처지가 영원하지 않을 것임을 믿는 것이요, 자기 하늘을 열기 위한 무기를 계발하는 노력을 멈추지 않는 것임을 웅변하고 있는 것입니다. 오늘은 개척자가 되려는 모든 이들에게 이 숲 그 나무들의 험난하지만 씩씩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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