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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줄 놓은 사회에서 법의 정신을 찾는 이유
2012. 2.8
늘 멀고 차가웠다. 기댈 일도 당할 일도 만들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 놈의 법. 딱히 죄지은 일도 없는데 법대로
하자는 말처럼 무서운 말이 없다. 결정적으로 급할 때 기댈 법조인이 친지 중 아무도 없다. 법, 그대 앞에서만 서면 나는 왜 이리 작아지는가… 교통 사고 한번 안 낸 평범한 소시민인
나, 그럼에도 법…이라 하면 왠지 코너에 몰린 듯 심장이
쫄깃해지는 이 불편한 진실. 무언가, 분명 잘못되었다. 몽테스키외를 통해 만난 법은 사회를 구성하는 인간에게 자연적이고 필수적인 창조물이다. 민족과 민족 사이에 있어, 통치자와 피통치자의 사이에 있어, 시민과 시민 사이에 있어 관계를 정하고 갈등을 해결하고 공존할 수 있도록, 무엇보다도
사회와 구성원을 보호할 수 있도록 고안되고 사용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서 법을 확인할 수 있는 가장 가까운 소식통들은 법이 본래의 기능대로 작용하는 것을
보여주는 경우가 드물다. 24시간 쉬지 않는 뉴스를 통해 목격하게 되는 불법적이고 탈법적이고 초법적인
행위와 사건들이 공공의 영역을 뒤덮고 있기 때문에, 법은 원래의 제 용도를 공감해주는 시민들을 잃었다. 그 결과, 법은 불평등한 사회 속의 사람들을 평등하게 만들어줄
유일한 이성의 도구에서, 힘없고 평범한 시민의 일상을 언제든 우지끈 망가뜨릴 수 있는 망치로 전락했다. 법이 승리하고, 양심이 승리하는 것을 목격한 기억이 너무 멀기에, 나 같은 평범한 시민들에게 법은 그 본래의 목적을 잃고 side &
negative effect, 부작용으로만 설명할 수 있는 흉악한 존재로 변하고 말았다. 이것은
분명히 무언가 잘못되었으며, 누군가의 음모다. 법이 제 기능을 할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 시민들은 법을 멀리 한다. 법을
알려고 하지 않는다. 공포스럽고 혐오스러우니까 멀리 하게 되었고 멀리 하다 보니 잊게 되었다. 잊은 것은 되찾으려 노력하지 않으면 결국 잃게 된다. 시민들의 관심을
잃은 탓에 법을 알거나, 살 능력이 있는 자들은 더욱 자유롭게 탈법을 하고 불법을 저지를 수 있게 되었다. 법을 아는 자는 시민이기를 거부하고 초법적인 존재가 되어 갔다. 법이 시민의 소유를 떠난 사회는 야만보다 잔혹하고 정글보다 비정하다.
우리는 그런 사회를 만들기 위해 전쟁을 견뎌내고 혁명을 일으키고 쿠데타를 심판한 것이 아니다. 몽테스키외는
사회가 평등을 잃게 만든다고 했다. 그런 사회 속에서 인간은 오직 법에 의해서 다시 평등해질 수 있다고
했다. 몽테스키외가 법의 정신을 천명한 지 3세기가 지난
지금, 우리는 여전히 불평등한 사회에 살고 있다. 그가 ‘가내 예속제’라 칭한 모욕적인 여성의 상황이 일하는 엄마들로 바뀌었다
해서, ‘그 피부가 너무 검어서 인간의 영혼이 깃들여 있다 상상하기 힘들다’는 흑인이 미국의 대통령이 되었다 해서 현대의 사회를 평등한 사회라 말할 수는 없다. 억압은 보다 교묘해졌고, 차별은 보다 세련되어졌다. 실망과 두려움과 무관심 속에서, 법은 조용히 입을 다물고
우리 앞에서 모습을 감췄다. 또는 법을 알고 소유한 듯 휘두르는 세력들의 흉포한 무기로 전락했다. 한때 그에게 ‘정신’이 있었음을 아는 사람들이 그를 깨워 일으켜 세울 때까지, 법은 시민의
편이 되어 주지 못한다. 지켜보고 질문하고 항의하는 다수의 관심 만이 정신줄을 놓은 사회에 법이라는
나침반을 찾아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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