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승완
- 조회 수 3432
- 댓글 수 2
- 추천 수 0
구본형 사부님과 오세나 연구원과 함께 첫 책을 쓰며 박원순 선생님을 인터뷰한 적이 있습니다. 2006년 5월이었는데요. 인터뷰 중에 그의 다이어리를 본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다이어리 속 일정표에는 약속과 미팅이 가득 적혀 있었는데 대부분 개인적인 약속이 아닌 아름다운가게나 희망제작소와 관련된 공적인 일들이었습니다. 박원순 선생님은 자신의 일을 좋아하고, 일을 찾아서 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런 그가 인터뷰 중에 내 기억에 오랫동안 남을 말을 했습니다.
“제가 간사들에게 과로사하고 싶다는 말을 한 적이 있어요. 늙어 아파서 여러 사람 고생시키는 것보다 이곳(현장)에서 장렬히 전사하는 게 낫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하곤 해요. 언젠가 직원들에게 이런 말을 했더니 다음 날 누군가가 제 책상 위에 <과로사 이기는 법>이라는 책자를 갖다 두었더군요.”
‘현장에서 과로사하고 싶다’는 말이 진담 같은 농담처럼 다가왔습니다. 그런데 이 말을 그의 다른 책에서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2002년 이화여대에서 ‘NGO 경영학(NGO Management)’을 주제로 강연한 것을 모아 책으로 엮은 <세상은 꿈꾸는 사람들의 것이다>에서도 “내 꿈이 과로사하는 것”이라는 문장이 나옵니다. 그리고 2009년 4월 출간된 <희망을 심다>에서도 똑같은 문장을 볼 수 있습니다. 선생님의 말은 ‘진담 같은 농담’이 아니라 ‘농담 같은 진담’인 것 같습니다.
“아름다운가게 할 때 간사들에게 제 꿈이 과로사라고 했어요. 병원에서 몇 개월, 아니 몇 년 동안 투병하면 주변 사람들이 괴롭잖아요. 그러니까 열심히 일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이 세상과 이별하는 것이 참 보기 좋고 아름답지 않느냐, 이런 얘기였죠. 그랬더니 어떤 간사가 제 책상 위에 <과로사 이기는 법>, 이런 책을 갖다 놓았더라고요.(웃음)”
놀라웠습니다. 같은 표현을 반복한 진부함 때문이 아니라 그 변하지 않는 태도와 열정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과로사하고 싶을 정도로 사랑하는 일을 찾은 박원순 선생님은 운이 좋은 사람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직접 인터뷰를 하고 <희망을 심다>를 읽으며 느낀 그는 자신이 선택한 일이 무엇이든, 죽어도 좋을 정도로 그 일에 헌신할 수 있는 마인드를 가지고 있습니다.
과로사하고 싶을 정도로 자신이 사랑하는 일을 찾을 수 있다면, 혹은 이 일을 하다가 죽어도 좋을 정도로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좋아할 수 있다면, 그 일을 잘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마흔 살에 그런 일을 찾아 그런 태도로 꾸준히 일하고 있는 한 사람의 이야기가 <희망을 심다>에 담겨 있습니다.
* 오늘 소개한 책 : 박원순, 지승호 저, 희망을 심다, 알마, 2009년
* 홍승완 트위터 : @SW2123
* 안내
‘1인 창조기업 전문 웹진’을 지향하는 변화경영연구소의 웹진 <CHANGE 2010> 9월호가 발간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여기를 클릭하세요.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997 | 족제비는 정말 입으로 새끼를 낳을까 ? [6] | 부지깽이 | 2010.09.03 | 4822 |
996 | 곡선의 힘 [1] | 김용규 | 2010.09.02 | 3455 |
995 | 무게중심을 낮춰라 [2] | 문요한 | 2010.09.01 | 3556 |
» |
열정적인 한 사람의 이야기, <희망을 심다> ![]() | 승완 | 2010.08.31 | 3432 |
993 |
있지도 않은 다리는 잊어라 ![]() | 신종윤 | 2010.08.30 | 3338 |
992 | 49대 1 [2] | 부지깽이 | 2010.08.27 | 4268 |
991 | 개척자에게 요구되는 것 | 김용규 | 2010.08.26 | 3359 |
990 | 쓸모없음의 쓸모있음 [2] | 문요한 | 2010.08.25 | 3393 |
989 |
좋은 하루가 쌓이면 좋은 삶 ![]() | 승완 | 2010.08.24 | 4563 |
988 | 닭다리를 챙겨라 [2] | 신종윤 | 2010.08.23 | 4710 |
987 |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내 세상 하나 꿈꾸세요 [3] | 부지깽이 | 2010.08.20 | 3642 |
986 |
원칙이 있는 삶 ![]() | 김용규 | 2010.08.19 | 3476 |
985 | 당신의 정신면역 상태는? [1] | 문요한 | 2010.08.18 | 3358 |
984 |
반구제기(反求諸己)의 정신 ![]() | 관리자 | 2010.08.17 | 6199 |
983 |
뒤돌아 흘끔거리지 말자 ![]() | 신종윤 | 2010.08.16 | 4589 |
982 | 침묵 [1] | 김용규 | 2010.08.12 | 3294 |
981 | 그대, 강으로 흘러가라 [2] | 문요한 | 2010.08.11 | 3197 |
980 |
짐 콜린스의 <위대한 기업은 다 어디로 갔을까> ![]() | 승완 | 2010.08.10 | 6030 |
979 |
진짜 원인을 찾아라 ![]() | 신종윤 | 2010.08.09 | 3568 |
978 | 버려지세요 | 부지깽이 | 2010.08.06 | 457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