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오늘의

마음을

마음을

  • 승완
  • 조회 수 3575
  • 댓글 수 2
  • 추천 수 0
2010년 8월 31일 00시 04분 등록

구본형 사부님과 오세나 연구원과 함께 첫 책을 쓰며 박원순 선생님을 인터뷰한 적이 있습니다. 2006년 5월이었는데요. 인터뷰 중에 그의 다이어리를 본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다이어리 속 일정표에는 약속과 미팅이 가득 적혀 있었는데 대부분 개인적인 약속이 아닌 아름다운가게나 희망제작소와 관련된 공적인 일들이었습니다. 박원순 선생님은 자신의 일을 좋아하고, 일을 찾아서 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런 그가 인터뷰 중에 내 기억에 오랫동안 남을 말을 했습니다.

“제가 간사들에게 과로사하고 싶다는 말을 한 적이 있어요. 늙어 아파서 여러 사람 고생시키는 것보다 이곳(현장)에서 장렬히 전사하는 게 낫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하곤 해요. 언젠가 직원들에게 이런 말을 했더니 다음 날 누군가가 제 책상 위에 <과로사 이기는 법>이라는 책자를 갖다 두었더군요.”

‘현장에서 과로사하고 싶다’는 말이 진담 같은 농담처럼 다가왔습니다. 그런데 이 말을 그의 다른 책에서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2002년 이화여대에서 ‘NGO 경영학(NGO Management)’을 주제로 강연한 것을 모아 책으로 엮은 <세상은 꿈꾸는 사람들의 것이다>에서도
“내 꿈이 과로사하는 것”이라는 문장이 나옵니다. 그리고 2009년 4월 출간된 <희망을 심다>에서도 똑같은 문장을 볼 수 있습니다. 선생님의 말은 ‘진담 같은 농담’이 아니라 ‘농담 같은 진담’인 것 같습니다.

“아름다운가게 할 때 간사들에게 제 꿈이 과로사라고 했어요. 병원에서 몇 개월, 아니 몇 년 동안 투병하면 주변 사람들이 괴롭잖아요. 그러니까 열심히 일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이 세상과 이별하는 것이 참 보기 좋고 아름답지 않느냐, 이런 얘기였죠. 그랬더니 어떤 간사가 제 책상 위에 <과로사 이기는 법>, 이런 책을 갖다 놓았더라고요.(웃음)”

놀라웠습니다. 같은 표현을 반복한 진부함 때문이 아니라 그 변하지 않는 태도와 열정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과로사하고 싶을 정도로 사랑하는 일을 찾은 박원순 선생님은 운이 좋은 사람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직접 인터뷰를 하고 <희망을 심다>를 읽으며 느낀 그는 자신이 선택한 일이 무엇이든, 죽어도 좋을 정도로 그 일에 헌신할 수 있는 마인드를 가지고 있습니다.

과로사하고 싶을 정도로 자신이 사랑하는 일을 찾을 수 있다면, 혹은 이 일을 하다가 죽어도 좋을 정도로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좋아할 수 있다면, 그 일을 잘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마흔 살에 그런 일을 찾아 그런 태도로 꾸준히 일하고 있는 한 사람의 이야기가 <희망을 심다>에 담겨 있습니다.

sw20100831.gif
* 오늘 소개한 책 : 박원순, 지승호 저, 희망을 심다, 알마, 2009년
* 홍승완 트위터 : @SW2123

* 안내
‘1인 창조기업 전문 웹진’을 지향하는 변화경영연구소의 웹진 <CHANGE 2010> 9월호가 발간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여기
를 클릭하세요.

IP *.255.183.127

프로필 이미지
맑은
2010.08.31 01:57:17 *.129.207.200
안그래도, 지금 선생님의 '공익을 경영하라' 읽는중인데, 묘한 인연이네요. 학창시절, '공부하다가 쓰러지는 것이 꿈'이었는데,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지요. 저는 제 생각보다 튼튼한가 봅니다. 

일이라는 것이, 이것 조금, 저것 조금 할 수가 없어요. 과로하지 않으면 되는 일이 없지요. 대부분 과로와 피곤, 과중한 업무를 싫어하는데, 이분은 오히려 기꺼이 받아들이시는군요. 새로운 시각입니다. 

찾아서 읽겠습니다. 

좋은책 소개, 고맙습니다. 


프로필 이미지
승완
2010.09.02 19:15:12 *.255.183.127
박원순 선생님을 몇 번 뵌 적이 있는데, 그때마다 느끼는 건 뭔가 '마인드'의 차원이 다르다는 거였어요.
곰곰히 생각해보니, 자신의 소명과 일에 대한 열정과 헌신이 그런 마인드의 핵이 아닌가 싶어요.
그리고 '현장에서 과로사하고 싶다'는 말이 그런 마인드의 상징적 표현인 것 같아요.
박 선생님에게서 또 하나 느낀 건, '저 분이랑 같이 일하는 분들 참 힘들겠다'는 것이었어요.
동시에 선생님의 언행을 보면서 상당히 개방적이고 유연한 분이라는 생각도 했어요. ^_^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354 삶의 여정: 호빗과 함께 돌아본 한 해 [1] 어니언 2024.12.26 959
4353 엄마, 자신, 균형 [1] 어니언 2024.12.05 979
4352 [수요편지] 발심 [2] 불씨 2024.12.18 1016
4351 [수요편지] 능력의 범위 불씨 2025.01.08 1024
4350 [내 삶의 단어장] 크리스마스 씰,을 살 수 있나요? [1] 에움길~ 2024.08.20 1058
4349 [수요편지] 형세 [3] 불씨 2024.08.07 1090
4348 [수요편지] 문제의 정의 [1] 불씨 2024.08.21 1111
4347 [목요편지] 흉터 [2] 어니언 2024.07.11 1128
4346 [목요편지] 육아의 쓸모 [2] 어니언 2024.10.24 1133
4345 [책 vs 책] 무해한 앨리스 화이팅! file [2] 에움길~ 2024.07.22 1157
4344 [목요편지] 장막을 들춰보면 어니언 2024.08.22 1157
4343 [월요편지] 세상이 분노가 가득한데 [1] 에움길~ 2024.07.08 1162
4342 새로운 마음 편지를 보내며 [4] 어니언 2024.07.04 1165
4341 [목요편지]’호의’라는 전구에 불이 켜질 때 [4] 어니언 2024.07.18 1166
4340 [수요편지] 행복 = 고통의 결핍? 불씨 2024.07.10 1169
4339 [내 삶의 단어장] 알아 맞혀봅시다. 딩동댕~! [1] 에움길~ 2024.07.30 1174
4338 [목요편지] 별이 가득한 축복의 밤 [3] 어니언 2024.12.19 1181
4337 [책 vs 책] 어디든, 타국 [1] 에움길~ 2024.08.26 1183
4336 [수요편지] 성공의 재정의 [2] 불씨 2024.07.03 1186
4335 [수요편지] 불행피하기 기술 [3] 불씨 2024.07.17 11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