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지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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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폴론의 아들, 젊고 용감한 청년 밀레토스는 빠른 배로 소아시아로 건너가 작은 도시를 건설하고 자신의 이름을 따 밀레토스라고 불렀다. 그리고 아름다운 강의 요정과 결혼하여 쌍둥이 남매를 얻게 되었다. 딸의 이름은 뷔블리스였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뷔블리스의 마음에 제 오라비를 사랑하는 마음이 짙어갔다. 그 사랑은 상궤를 벗어나 뷔블리스 자신도 인정하기 부끄러운 상상으로 이어졌다. 그녀는 어찌하여 그런 불쌍한 비극에 빠지게 되었는지 스스로 푸념하고 울었지만 마음에 싹을 내린 오라비에 대한 사랑을 지워내지 못했다.
뷔블리스가 결코 포기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게 된 오빠는 제 나라를 떠나고, 절망한 뷔블리스는 역시 제 나라 제 집을 떠나 세상을 떠돌다 어느 숲에 이르러 쓰러져 울게 되었다. 숲의 요정들이 쓰러져 우는 뷔블리스의 상처받은 마음을 위로해 주려 했으나 그녀에게는 이미 어떤 말도 들리지 않았다. 그저 끊임없이 흘러 내리는 뷔블리스의 눈물을 위해 땅을 파서 눈물길을 내어주는 것이 고작이었다. 부드러운 서풍이 그녀의 머리카락을 어루만지는 동안 뷔블리스의 눈물은 그치지 않았고, 이윽고 그녀의 온 몸이 하나도 남김없이 눈물이 되어 흘러내렸다. 그녀의 온몸이 그만 샘으로 변하고 만 것이다. '뷔블리스의 샘'은 지금도 그 산자락 계곡 감탕나무 그늘에 있다고 한다.
오빠를 남자로 사랑한 누이 뷔블리스는 아주 많은 번민을 합니다. 오비디우스의 변신이야기 속에 그녀의 고뇌와 절망과 한숨은 참 따라 읽기 괴로울만큼 길게 이어집니다. 그녀의 비극은 부끄러운 금단의 탐욕을 조금씩 몰래 키워온데서 부터 연유합니다. 결국 그녀는 자신이 키워 온 탐욕에 눌려 쓰러져 스스로 비극적 운명에 굴복함으로써 온몸이 눈물로 녹아 내려 샘이 되고 맙니다. 나는 이 금단과 슬픔의 이야기를 오래 읽었습니다.
자기경영은 절제입니다. 절제는 부끄러운 탐욕에 대한 저지입니다. 허락되지 않은 것에 대한 자기 통제입니다. 허락된 것과 허락되지 않은 것의 경계가 어디인지, 어디에서 욕망의 발걸음을 멈추어야할 지를 결정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댐과 같습니다. 70%면 경계 수위입니다. 80%면 위험 수위입니다. 90%면 반드시 멈춰서야 합니다. 용량을 넘어서면 필히 넘치게 되고, 여지없이 후회가 생기게 됩니다. 오래 방치하면 댐이 무너져 내려 뷔블리스처럼 눈물의 샘이 되어버리고 맙니다.
절제는 또한 '되돌아 옴'입니다. 설사 잘못되어 후회가 생기더라도 자기를 쉽게 포기하여 내어주지 않는 것이며, 허망한 감정적 비극에 오래 휘말리지 않는 것입니다. 부질없는 일에 눈물로 세월을 보내지 않는 것이며, 벌어진 슬픈 일을 곱씹고 후회에 시간을 더 이상 쓰지 않은 것입니다. 후회를 거듭하고 후회 위에 다시 새로운 후회를 구축함으로 더 깊은 절망으로 스스로를 이끄는 것을 그만두는 것이 바로 절제입니다. 절제는 점점 모래 무덤처럼 빠져드는 마음의 병에 대항하는 것입니다. 절제는 스스로의 상처를 덧냄으로써 괴롭히는 자학의 위로에서 벗어나는 것입니다. 그것은 단호한 것이며, 냉정한 칼날입니다. 동시에 도려낸 상처에 대한 따뜻한 간호와 치료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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