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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종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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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9월 27일 09시 38분 등록

날이 밝으면 600억짜리 프로젝트를 위한 계약서에 최종 서명을 합니다. 종이 한 장에 글자 몇 자를 적는 일 덕분에 그간 지독히도 마음을 졸였습니다. 이번 프로젝트는 제가 몸담고 있는 회사의 첫 해외 사업으로 기록될 것입니다. 또한 연계되어 진행될 12조원 규모 사업을 위한 의미 있는 초석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그런 거창한 의미보다는 얼른 서명을 끝내고 밀린 잠을 푹 자고 싶다는 마음이 더 간절하네요.

이 프로젝트에서 저희 회사가 맡은 역할은 SI(System Integration)입니다. 여러 개의 서로 다른 회사들을 모아서 고객이 원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납품하는 역할이지요. 문제가 생길 경우 그에 대해 최종적인 책임을 지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계약 단계에서의 사소한 결함도 그냥 지나칠 수 없습니다. 간과하고 넘어간 작은 문구 하나가 부메랑이 되어 정수리를 향해 날아들지도 모르니까요.

그런데, 문제가 있습니다. 저희 프로젝트의 고객사는 인도 정부의 예산으로 사업을 수행합니다. 자연스럽게 여러 면에서 통제를 받지요. 현재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은 정부에서 업체들에게 강요한 불합리한 조항 하나입니다. 중소 업체들이야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받아들이지만 대기업들은 단호하게 거절합니다. 객관적인 입장에서 본다면 이들의 주장은 타당합니다. 문제는 저희 회사가 이 둘 사이에 위태롭게 서있다는 점입니다.

대기업의 안정된 제품을 대신할 대체품을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특히 짧은 기간 내에 프로젝트를 완료해야 하는 이번 사업의 특성상 신뢰도가 낮은 제품을 선택한다면 커다란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되고 맙니다. 하지만 정부와 감리 기관의 사람들은 업체의 반발을 받아줄 마음이 전혀 없습니다. 조항을 수용하거나 사업에서 빠지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종용할 뿐입니다. 

살다 보면 때때로 생각을 멈추고 그저 결정을 내려야 하는 순간이 있습니다. 창 밖으로 부옇게 동이 터오는군요. 아마도 제게는 지금이 바로 그 순간인 듯합니다. 여러분이라면 어떤 결정을 내리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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