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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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을 잃어버렸습니다. 웃음을 찾으려고 아이는 여행을 떠났습니다. 만나는 동물들에게 물었죠. 염소도, 개구리도 자신은 본적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숲에 사는 늑대를 만났을 때, 늑대는 올빼미는 밤에도 잘 보니까 혹시 웃음이 어디로 사라졌는지 알고 있지 않을까하고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밤까지 기다려 올빼미에게 물었습니다. 아이는 올빼미에게 웃음을 찾을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을 받아가지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어제 빌린 그림책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명절을 쇠고 서울로 올라왔는데 몹시도 불안했습니다. 집에 싸한 공기가 흐르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일부러 말을 걸지 않으면 한마디도 하지 않은 무거운 분위기, 가족들의 대화소리 대신에 TV 소리가 있는 거실. 다음날이면 새벽밥 먹고 일터에 가야하는 상황인데 눈이 내리고, 안개가 자주 낀다는 곳을 지나야 하는, 뭔일이 일어날 것 같은데 그것이 아직은 안 일어난 것같은 불안함이 겹쳐졌습니다. 전화를 해서 불안하다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오래전에 동생이 가출했을 때처럼 불안하다고. 이야기를 들어주시고는 걱정말고 편히 지내라고 하십니다. 털어놓고 나니 무거움이 조금은 가신듯이 불안이 조금 덜어집니다. 그래도 멀리 떨어져서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황이 여전히 남았습니다.
이 이야기의 클라이막스에서는 오빠가 올빼미에게 받아온 것으로 여동생의 잃어버린 웃음을 찾아줍니다. 여동생 달은 크게 웃고, 남자아이가 여행중에 만났던 동물들이 그 모습을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왜 작가는 여자아이의 이름을 '달'이라고 지었는지 궁금합니다. 그림책속에는 하늘에 달이 커다랗게 환하게 그려진 장면이 여럿 나옵니다. 왜 하필 달일까요. 남자아이의 이름은 데니라고 하는 평범한 이름이던데, 여자아이는 루나가 아닌 달(Moon)입니다.
어렸을 적에 본 달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제 또래들은 국민학교 다닐 때 국어책에서 보았을 겁니다. 달을 따달라고 우는 공주를 달래려고 애를 쓰는 이야기를. 하늘의 달을 따줄수는 없는데, 그걸 달라고 하니 어찌할까 고민하는 이야기. 어느 현명한 사람이 달을 닮은 목걸이를 주고는 달을 따왔다고 합니다. 그러고는 그날밤 하늘에 달이 떠오릅니다. 공주에게 달을 따온 게 아니라는 게 들통날까봐 커튼을 치는 둥 요란스런 일을 벌이지만, 공주는 달은 이처럼 새로 난다고 자신이 가진 것이 하늘에서 따온 달이라고 여기는 이야기를 말입니다.
'Where did Moon lose her laughter?' 그림책을 덮을 때는 ''터치' 그게 웃음을 찾는 비결이야?'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다가는 달의 웃음을 찾아주겠다는 데니의 그 모든 노력이 웃음을 찾아준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말한다면 달처럼 너무나 멀리서 바라보는 거 아니야라는 말을 듣을지도 모르겠지만, 우리는 별거 아닌 걸로, 살면서 있을 만한 일로 웃음을 잃어버리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달처럼 찼다가 기울었다가 하는 일로 말입니다. 지금은 웃음이 물러가고 불안함이 커졌지만 그것도 기울었다가 다시 차는 달처럼 되길 바랍니다. 달이야 한달에 한번 그러는 줄 이미 알고 있지요. 우리의 삶도 그렇게 빨리 전환되었으면 하고 바래보지만, 아닌 것도 이미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웃음을 찾기 위한 노력, 현자 올빼미의 깃털이 필요한 것일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