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종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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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부모는 자녀들이 기대야할 존재가 아니라 기댈 필요가 없도록 만들어주는 존재다.
- 웨인 다이어, ‘서양이 동양에게 삶을 묻다.’ 중에서 -
아이를 키우는 제게 웨인 다이어의 이 한마디는 목에 걸린 생선 가시 같습니다. 삼킬 수도 없지만 켁켁 거려봤자 토해낼 수도 없으니까요. 물고기를 주기보다는 잡는 법을 알려줘야 한다고 머리로는 생각하지만 정작 눈앞에서 벌어지는 현실 앞에선 속수무책입니다. 아이의 성장을 가로막는 것 같아서 뜨끔하지만 매번 때늦은 후회뿐입니다. 그런데 이런 문제가 아이를 키우는데만 머무는 것은 아닙니다.
한 분야에 관심을 갖고 공부를 하다보면 금새 한계를 만나게 됩니다. 그러면 돌파구를 열어줄 스승을 찾아 나서게 되지요. 그 분야가 첨단 과학이 되었든, 주식이나 부동산 같은 재테크가 되었든, 사람들은 ‘비법’을 알려줄 누군가를 찾아 방황합니다. 그러다가 그 누군가를 찾으면 주변에 머물며 요점을 파악하려 들지요. 하지만 그렇게 스승 곁에 머물면 정말 성장할 수 있는 걸까요?
제가 인도에 와서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영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이번처럼 해외 프로젝트를 하다보면 영어를 배우고 싶다며 다가오는 동료들이 있습니다. 이런 동료들과 일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제가 전면에 나서게 되는 경우가 많아집니다. 문제는 이렇게 하는 것이 당장의 불편을 해결하는데는 도움이 되지만 장기적으로 볼때 동료들이 언어를 익히는데 방해가 된다는 사실입니다. 싱거운 영어 표현 몇개 알려주는 댓가로 가장 잘 배울 수 있는 현장을 빼앗은 셈입니다.
큰 나무의 그늘 아래 자리 잡은 작은 나무는 성장할 수 없습니다. 큰 나무가 양분을 빼앗아가기 때문이 아니라 뜨거운 태양과 거센 바람을 직접 받아내지 않고는 성장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때가 되면 떠나야 합니다. 그렇게 일단 길을 나서면 여정을 통해 배우게 되겠지요. 혹시 아직 큰 나무 그늘 아래 머물고 있나요? 언제 여러분만의 여행을 떠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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