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지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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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빌론에는 의사가 없다. 그래서 환자를 집에 두지 않는다. 데리고 광장으로 나간다. 그러면 지나가는 사람 중에서 그 사람과 같은 병을 앓은 적이 있거나 또 다른 사람이 그렇게 아픈 것을 본 일이 있다면 환자에게 가서 병에 대한 지혜를 가르쳐 준다. 자기도 그와 같은 병을 앓았을 때 시도해서 효과를 보았던 요법, 또는 자기가 아는 다른 회복자가 시도했던 요법을 환자에게 가르쳐 주고 시도해 볼 것을 권고한다. 그리고 누구나 환자에게 무슨 병이냐고 묻지 않고 모른 체 하고 지나가서는 안 되도록 되어 있다.
이 이야기는 헤로도투스의 '역사' 속에 나오는 기록입니다. 의사가 없을 때 사람들이 어떻게 병에 접근해 갔는지를 보여주는 이야기입니다. 우리 속담에도 '병은 자랑해라' 라는 말이 있습니다. 많은 사람이 알면 그 중에 좋은 해법도 있다는 뜻입니다. 경험이 유효한 시대의 문제해결 과정입니다.
자기경영은 쓸만한 조언과 그렇지 않은 조언을 가려 쓰는 지혜입니다. 전문가들은 그럴듯한 대안들에 대한 임상 실험을 하여 이미 그 결과를 알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어떤 대안은 유효하고 어떤 대안은 엉터리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는 것이지요. 그러니 그때는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따라야 합니다. 그러나 마땅한 전문가를 찾을 수 없는 상황이라면 광장에 나가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직접 판단해야 합니다.
인터넷이나 소셜 미디어를 통해 떠도는 많은 이야기들이 바로 오늘날 광장의 목소리들입니다. 어떤 이야기는 귀를 기우릴만 하고 어떤 이야기는 절대로 믿으면 안되는 것들이지요. 그것을 어떻게 판단할까 ? 황당한 이야기는 채로 먼저 걸러내고, 그렇게 해서 남은 그럴 듯한 이야기는 자세히 들려다 보는 것이지요. 이리저리 검증해 보다보면 대체로 조언의 가치와 진위를 알게 됩니다.
그리했으나 상황도 조금 다르고, 조건도 상이하여 딱 떨어지게 그 결과를 알 수 없는 경우에는 어떻게 할까요 ? 할 수 없지요. 그건 살아봐야지요. 그래서 삶이 짜릿한 것이지요. 그것은 정해진 궤도를 달리지 않으니 공포와 흥분 모두 진짜입니다. 진짜인 것, 그게 바로 삶입니다. 내가 나를 실험하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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