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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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결함에 대하여
며칠 산방을 떠나 타지에 와 있습니다. 매일 아침 한 기업의 연수원에서 가을 숲과 숲이 가르치는 경영의 비밀을 읽어 나누고 있는 중입니다. 이렇게 며칠 산방을 비울 때면 늘 한 가지 걱정이 있는데, ‘산’과 ‘바다’ 그리고 그들의 자식인 ‘바람소리’의 안위가 그것입니다. 커다란 종이 상자에 개 사료를 잔뜩 주고 오지만, 녀석들이 하루하루 적절하게 양을 나누어 먹지 못하면 시간이 흐를수록 굶주리는 날이 있지는 않을지 늘 걱정을 하며 떠나옵니다. 특히 아직 어려 철없고 식탐 많은 ‘바람소리’가 식욕을 조절하지 못할 경우 녀석들은 굶주리는 하루 이틀을 보낼지도 모를 입니다.
사람을 포함한 동물에게 욕망은 그렇게 다루기 힘든 마음 덩어리입니다. 내 속에서 일어서는 것이지만, 나의 마음으로 스스로 적절히 균형을 이루기가 그토록 힘든 것이 바로 욕망인 것이지요. 하지만 숲은 다릅니다. 통상 입동(立冬)에 앞서 서릿발이 비춥니다. 묵은 밭을 다 뒤덮어버리기라도 할 듯 무섭게 뻗어가던 칡덩굴들의 잎들도 하루 아침에 초록빛을 잃고 회갈색으로 변합니다. 숲 언저리를 오가던 뱀들도 이내 사라집니다. 말벌도 자취를 감추고, 새나 다람쥐들의 이동이 한결 분주하게 느껴집니다. 화살나무, 붉나무, 갈참나무, 은행나무, 산벚나무 모두 제 고운 빛으로 타오르는 요즘이 실은 숲의 모든 존재들이 욕망을 내려놓는 시점입니다.
숲에 사는 모든 생명은 자연이 누구에게도 무한 성장의 궤도를 허락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멈출 것을 요구당하는 늦가을이 다시 성장을 시작할 수 있는 봄으로 건너가기 위해 반드시 겨울이라는 협곡을 만나야 한다는 사실을 숲에 사는 누구나가 알고 있는 것입니다. 나무와 풀의 겨울채비는 의외로 간단합니다. 지우는 것에서 시작하면 됩니다. 풀은 한 해를 키운 땅 위의 성장을 모두 지웁니다. 씨앗만 남깁니다. 씨앗에서 새로 시작하기 위해서입니다. 나무는 물을 내립니다. 성장을 위해 잎과 줄기, 가지로 보냈던 물을 땅 아래로 되돌려 놓습니다. 이때 잎에 남아 있는 영양분도 회수 합니다. 붉거나 노랗거나 갈색으로 빚어지는 이 가을의 단풍 잔치는 그들이 치르며 만드는 간결함의 결과물이요 향연입니다. 찬 바람 불면 잎마저 떨굽니다. 그전에 이미 잎을 달았던 자리에 우리가 문풍지로 틈을 틀어막듯 떨켜를 만들어 한기의 침입을 허락하지 않습니다.
큰 바람 불고 눈 내리며 추워진 시간의 협곡 속에서 그들은 그렇게 안으로 깊어지는 시간을 보냅니다. 이미 만들어 놓은 겨울 눈을 지키며 오로지 침묵하는 시간을 보냅니다. 그래서 숲은 내게 간결함을 위해 먼저 멈추고 침묵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합니다. 내 안에 이미 담겨 있는 씨앗과 새롭게 움틀 눈을 응시하도록 가르칩니다. 새롭게 성장할 때를 기다리되 협곡에 머물러 있는 시간이 필요함을 말해 줍니다.
산방으로 되돌아가는 날의 풍경이 내게는 이미 그려져 있습니다. 산과 바다는 온종일 볕을 쬐며 나의 차 소리가 들려올 먼 곳을 응시하고 있었을 것입니다. 움직임을 최소화하여 호흡량을 줄이고 식량의 소비를 줄이기 위해 그렇게 긴 침묵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을 것입니다. 아직 어린 ‘바람소리’는 차마 모를 그 간결함의 시간을 말 없이 보내고 있었을 것입니다. 이렇게 늦은 가을이면 생명은 모두 새롭게 간결해지는 시간이 필요함을 기억해야 합니다.
늦은 가을, 눈부신 붉은 빛의 숲 전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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