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종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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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속에 보이는 노란색 자동차(?)가 오토 릭샤(auto rickshaw)입니다. ‘릭샤’가 인력거라는 뜻이니까, 자동 인력거쯤 될까요? 릭샤는 인도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교통 수단으로 우리 나라의 택시와 비슷합니다. 기본 요금이 10 루피 정도인데요. 1루피가 25원 정도니까, 택시치곤 요금이 아주 착한 셈입니다. 물론 소음과 진동 그리고 지독한 매연은 감수해야겠지요.
문제는 이 오토 릭샤를 잡는 일이 만만치 않다는 겁니다. 영어를 못하는 운전사들 입장에서는 말도 통하지 않는 제가 그리 달갑지 않겠지요. 그래서인지 아무리 손짓을 해도 못 본 척 그냥 지나치기 일쑤입니다. 막상 탔다고 하더라도 문제는 또 있습니다. 저를 관광객쯤으로 생각하는 기사들이 바가지를 씌우려 들기 때문입니다. 거리에 따라 정산하는 원칙을 무시하고 비싼 요금을 요구하는 거지요.
비싸다고 말은 하지만 실제 금액 차이는 10~20 루피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묘하게 분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네요. 다행히(?) 저만 그렇게 느낀 건 아니었던 모양입니다. 동료들 모두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더군요. 그나마 시간이 흐르면서 나름의 방법을 찾아내는 듯했습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입니다. ‘일단 타기 전에 흥정을 잘한다.’, ‘못 알아듣는 척하면서 대충 주고 내린다.’, ‘목소리를 높여서 기선을 제압한다.’ 이 모든 방법들이 그다지 효과가 있는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사실 무슨 뾰족한 수가 있겠습니까? 적어도 제 아내의 이야기를 듣기 전까지는 그랬습니다.
아내는 조금 다른 셈법을 가지고 있더군요. 미리 조금 넉넉하게 주자는 겁니다. 더 달라고 말하기 전에 알아서 10 루피쯤 더 주는 거지요. 낯설기는 하지만 그냥 팁이라고 생각하고 말이죠. 아내의 방법대로 팁이라고 생각하니까 상황이 달리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알아서 미리 주니까 억울하고 괘씸한 마음이 생길 리 없습니다. 자연스레 릭샤를 탈 때마다 느껴야 했던 흥정의 부담감도 사라졌습니다. 따지고 보니 이전보다 돈을 더 많이 쓰는 것도 아니더군요. 무엇보다 돈을 받고 떠나가는 릭샤 기사들의 눈빛이 달라졌습니다. 감사의 표정이 얼굴에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우리 돈, 250원으로 누릴 수 있는 호사치고 이만한 것이 또 있을까요?
설악산 자락에 자리잡은 유명한 음식점에 들른 적이 있습니다. 막국수와 수육으로 유명한 집이었는데요. 돈이 아까워서 막국수만 먹고 돌아왔지요. 몇 년이나 지난 지금까지도 못 먹고 돌아온 수육에 미련이 남네요. 돈, 아껴야지요. 아끼고 또 아껴서 아이들 맛난 것도 사주고, 부모님께 효도도 해야지요. 그런데 말이죠. 우리 삶에서도 못 먹고 그냥 온 수육과 비슷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어요. 작은 일에 목숨 거느라 정작 중요한 가치를 놓치고 사는 건 아닐까요?
여러분이 릭샤를 탄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끝까지 깎아보시겠습니까? 아니면 조금 더 주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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