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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2월 17일 19시 06분 등록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9기 예비연구원 3차 과제(김대수)

닥터 노먼 베쑨(실천문학사_테드 알렌, 시드니 고든)”

 

 

저자에 대하여

 

(작자는 테드 알렌, 시드니 고든이나, 닥터 노먼 베쑨의 자서전임을 감안, 닥터 노먼 베쑨을 저자로 간주함)

1890 : 캐나다 온타리오, 그레이븐허스트에서 아버지 말콤 니콜슨 베쑨과 어머니 엘레자베스 앤 굿위 사이의 장남으로 태어남

1914 : 캐나다 육군에 자원 입대, 1차세계대전 참전.

1915 : 토론토 대학교 의학부 졸업

1919 : 캐나다 비행단 의무장교로 근무하다 영국에서 제대. 잃어버린 세대의 한 사람으로 보헤미안적 자유분방함을 만끽

1923 : 프란시스 캠벨 페니와 결혼

1924 : 신혼여행과 유학으로 유럽대륙 여행. , 베를린, 파리 등지에서 최고의 외과의사 밑에서 공부. 늦겨울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병원 개업, 큰 성공을 거두나 의료현실을 둘러싼 사회 모순에 눈뜸.

1927 : 결핵으로 죽음을 앞두고 프란시스와 이혼. 인공기흉술을 통해 기적적으로 회복.

1929 : 캐나다 몬트리올 왕립 빅토리아 병원의 세계적 흉부외과 의사 아취볼드 밑에서 일함.

1930 : 프란시스와 재결합

1934 : 몬트리올 성심병원의 흉부외과 과장.

1935 : 러시아 방문 사회주의 의료제도를 배움. 빈민아동을 위한 몬트리올 아동미술학교를 설립, 자신의 집을 학교로 사용. 의료혜택을 가장 절실히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의료혜택을 제공하기 위해 몬트리올 국민보건 그룹 창설. 캐나다 공산당 입당.

1936 : 북미 스폐인 민주주의 원호위원회가 파견하는 의료지원단을 이끌고 스페인 행. 이동식 혈액은행 설립해 전시의료분야를 개척.

1937 : 스페인 공화국 지원 기금 마련을 위한 북미 순회강연.

1938 : 스페인보다 더 열학한 조건에서 일본과 맞서 싸우는 중국 의료봉사대자원. 진찰기를 중심으로 활동. 송암구 시범병원을 비롯하여 20여 곳의 기지 병원 설립. 유격전 의료체계를 혁신함으로써 중국 민중의 영웅으로 추앙을 받음.

 

호기심, 거침없음, 고집스러움, 강직함, 예의 없음, 투철한 직업의식, 팔방미인, 무소유, 자유분방, 고정관념타파, 사회주의, 생명

닥터노먼베쑨은 거침없고 고집스러웠다. 자신이 궁금한 것은 참지 못했으며 바로 실행에 옮겼다. 어릴 때부터 파리를 해부하거나 닭뼈를 맞춰 보기도 했고, 삶은 암소다리를 해부하는 등의 일종의 기행(?!)을 서슴지 않았다. 열살 아이에게 버거운 조지아 만 행단 시도 또한 그렇다. 민주주의 하의 자본주의와 의사들의 행태에 대한 신랄한 비판도 그랬고, 스페인 내전과 중일전쟁에 종군하며 수 많은 수술을 하고 헌혈을 하는 가운데도 그의 고집스러움은 계속되었다.

그는 고정관념에 도전했다. 의사는 부자여야 된다는 생각을 버렸고, 닥터 아취볼드 밑에서 일할 때는 수많은 흉부외과기계를 만들 정도로 모든 방식을 베쑨화할 줄 알았다. 폐결핵 치료에 인공기흉술 정착에 일조하였고, 전시에 이동 수혈대(이동식 헌혈병원)을 만들어 전시의료 또 한 분야를 개척하는 등 그는 언제나 기존의 관념에 도전하고 새로움을 추구하였다.

그는 팔방미인이었다. 비록 의사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었지만, ‘생명환자를 중심에 두고 끊임없이 고민한 결과, 그의 관심은 기술, 정치, 경제, 사회까지 확장되었다. 그는 많은 효과적 의료기기를 개발하였고, 경제학, 사회학을 병리학과 연결하고자 하였으며, 이를 전파하고자 했다. 그는 아동미술학교를 설립하고, 중국에서 활동할 당시에는 의사 양성을 위한 의료교육체계도 염두해 두고 있었다. 그가 글과 미술에 뛰어난 재능이 있다는 것 익히 알려진 바이다.

그는 자신의 감정에 충실했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면 원없이 사랑했고, 그에게 상처를 줄 것이 겁나 헤어졌지만 다시 사랑할 수 있다고 판단했을 땐 거침없이 사랑하는 그였다. 1차세계대전에 참전할 때도, 스페인 내전에 참전할 때도, 중일전쟁에 의료지원을 할 때도 그는 거침없었다. 그가 거침없었던 이유 중에 하나는 그는 사적인 소유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무소유의 정신이 한 몫했지만, 무엇보다도 사회에서 자신이 해야 할 역할을 정확히 알았기 때문이다. 그는 그가 속한 사회에 도움이 되길 바랬으며, ‘의술이라는 조미료에 희생이라는 재료를 넣어 결국 수많은 생명을 살리는 영웅이 될 수 있었다.

그의 생은 생명살리기그 자체였다. 부의 차이로 인해 생과 사가 나뉘어지는 현실을 그냥 볼 수 없어, 사회주의 의료체계를 도입하고자 했으며, 이런 그의 문제인식은 결국 그를 공산주의자로 만들었다. 하지만 이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는 생명을 최우선으로 하는 인도주의자이자 평화주의자였다. 그에게 돈은 중요하지 않았다. ‘의사라는 직업을 통해 부를 축적하려 하지 않았고, 생환하는 병사들을 더 많이 축적하고자 했다. 그는 살아나는 생명을 축적하고자 했던 진정한 의사였다.

 

내 마음을 무찔러 그는 글귀

 

51. “얘야, 대체 거기서 무슨 짓이냐?” // “ 살점을 발라내고 있어요. 뼈들을 조사해 보려구요. 그래서 훌륭한 표본을 만들 생각이에요.” 이 대답에 그녀는 아들의 행동을 내버려두었다.

51. 그리고 그가 굳은 표정으로 이제는 헨리라는 이름 대신에 노먼이라는 이름을 쓰겠다고 선언하면서 자신의 침실방문에다가 노먼이라는 이름의 외과의사였던 할아버지의 놋쇠명패를 걸었던 일 역시 그의 나이 여덟 살 때의 일이었다.

52. “말콤, 나비 잡기에는 두 가지 요소가 있어. 첫째 잡는다는 행동이고, 둘째 나비라는 대상이야.”

53. 아버지는 아들의 물불을 가리지 않고 행동하는 버릇에 점점 더 참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어머니는 늘 조용한 말씨로 남편을 설득했다. 그녀는 남편에게 이렇게 말했다. “내버려두세요. 저렇게 운명에 맡기고 이것저것 시도해 가노라면 자기 나름의 방식을 익히게 될 테니까요.”

54. 젊은 베쑨이 대학에서 흡수하고 있었던 새로운 사상들 가운데에는 다윈의 진화론이라는 것이 있었다. 그리고 그의 부모들에게 이 다윈주의라는 것은 반그리스도란 말과 동의어였다.

54. 그는 어머니에게 사과를 했다. 그러나 어머니는 노먼이 사랑스런 아들로서 용서를 구한 것이지, 자신의 정신적 독립을 선언하고 나선 성인으로서 용서를 구한 것은 아니었다는 사실을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56. 그는 캐나다가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을 선언한 바로 그날로 육군에 입대했는데, 이것은 의학박사 학위 취득을 1년 앞두고 일어난 일이었다. 그는 토론토에서 열번째로 지원한 신병이었다.

57. 그리고 정치가들의 달콤한 웅변이나 후방에 있는 모든 애국자들의 이야기와는 달리, 그의 두 눈에 들어오는 것은 폐허와 진창과 살육의 광경뿐이었다.

57. “잔인한 학살의 광경에 나는 오싹거리고 있네. 과연 이런 행위들이 무슨 가치가 있는지 참으로 의심스럽기 짝이 없네. 의무대에 배속되고 나서 내가 본 것은 전쟁의 영광이 아니라 전쟁의 황폐뿐이네.”

58. 그는 전선을 떠나 집으로 돌아와 있으면서도 그 학살과 파괴 뒤에 무엇이 남아 있을까를 궁금해했다.

58. 그가 괴로워하고 있었던 것은 단지 다른 사람들이 여전히 그곳에 남아 있다는 사실뿐이었다. 그리고 만사를 불문하고 자신이 캐나다에서 방관자노릇을 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굉장히 부담스러웠다. 자신도 마땅히 그들 속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59. 그에게 남아 있는 것은 오로지 정리되어야 할 잃어버린 시간뿐이었다.

62. “경험이란 그 열매가 목적이 아니라 그 자체가 바로 목적이다. 늘 격렬하면서도 우아한 불꽃으로 타오르는 것, 인생에서의 성공이란 바로 이것인 것이다

63. 전쟁의 경험은 그에게 인생이란 값싼 것이고 죽임이란 불현듯 닥쳐오는 것이며, 따라서 인생의 모든 것을 맛볼 시간은 충분하지 못하다는 사실을 가르쳐주었다.

65. 그녀의 음성, 그녀의 미모 그리고 세속성을 거의 찾아보기 어려운 그 천진난만한 태도와 뛰어난 지성이 모든 것이 그를 완전히 매료시켜 버렸다.

65. 대답은 간단했다. 결혼을 했기 때문에 남편으로서의 책임을 지겠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자신의 계획을 일부 연기하겠다는 답변이었다.

66. 두 사람 사이에는 곧 좌절과 적대와 오해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이 서로에 대한 존경과 사랑에 균열을 만들기 시작했다.

66. 베쑨에게 결혼은 곧 실패의 상징이 되었으며, 전후 유럽의 혼란스러운 분위기가 그의 그러한 혼란을 가중시켰다.

68. “당시 나는 삶에 대해서나 죽음에 대해서나 아무런 목적도 갖지 못하면서 마치 불빛을 향해 날개를 퍼덕이며 맹목적으로 돌진하는, 그리하여 어리석게도 그 주위를 무작정 돌도 도는 한마리 나비와 같은 존재였소.”

68. 이 신혼여행은 미친 방황이었다.

70. 그곳은 당시 홍등가의 중심지였다. 집기를 임대하고 매트리스를 사들여 영업을 시작하였을 때, 그는 자기 자신이 나이 많은 매춘부들에게 봉사하는 풋내기 히포크라테스라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다.

72. “왜 빨리 의사를 찾아오지 않고 상태가 이 지경이 될 때까지 여태껏 그냥 있었소?”

73. 급속하게 발전해 가고 있는 이 번영의 도시에서 꾀죄죄한 플랫식 주택들과 휴지나 다름없는 청구서들 그리고 도처에 널려 있는 한심한 질병들에 대해 그는 혐오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73. “그래 그까짓 것, 내가 알 바가 아니지. 나는 의사일 뿐이고, 세상은 세상이야. 그러니까 나는 다리 부러진 환자한테는 그것을 붙여주고, 내장이 빠져 나온 환자한테는 그것을 집어넣어주고, 메리라는 여자가 직업병에 걸렸다면 성병을 취급하는 병원으로 보내주면 그만인 거야.”

76. “도대체 무엇이 변했단 말인가! 이 두 손은 예전과 달라진 바가 없다. 그런 이 두 손에 전에는 없었던 마력이 갑자기 붙어버리기라도 했단 말인가.”

76. 그는 대답을 알고 있었다. 전에는 그 두 손이 가난한 사람들만을 상대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 두 손이 부유한 사람들을 상대하고 있는 것이다.

76. 돈이 알파요 오메가였다. 그는 자신이 벌 수 있는 만큼 악착같이 벌었다. 그리고 그렇게 번 돈을 가지고 빈민가에 있는 그의 처음 환자들에게 돌아갔다. 그럼으로써 자신의 잃어버린 평화감 그리고 병들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봉사한다는 빛바랜 이상을 다시금 맛보는 것이었다.

77. 그는 밖으로 나와 드럼통에서 물을 한 대야 떠서 손을 닦았다. 아이 아버지가 1달러짜리 지폐 한 장을 손에 쥐고 부리나케 쫓아왔지만, 베쑨은 그 지폐를 다시 그 사나이의 셔츠 주머니에 찔어넣어 주었다.

78. 산모는 회복되겠지만 그 갓난애는 아마 한 달이 못 가서 죽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신성한 의술? 이 무슨 개뼈다귀 같은 말인가?’ 베쑨은 그곳을 나서면서 이렇게 생각했다. 그 남편에게는 불운한 자식의 생사보다도 주급 20달러의 일자리가 더 중요할지 모른다. 인술이라? 거 참 말이 좋군. 그 사기꾼들은 자신의 안락한 수면을 위해서 그 박스카에 사는 남편의 간청을 거부했지 않은가? 그는 이제 서서히 일부 자신의 동료의사들에 대해 거침없는 말들을 내뱉게 되었다.

79. “그런 작자가 외과의사라니. 차라리 남자인 내가 아이를 낳는 편이 더 쉽지. 그 바보 천치들은 자기들이 실업계에 뛰어들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야. 이곳 의료업계에서도 심사위원 같은 것을 만들어서 이 사업에 뛰어든 지 이 년이 되면 그 자격을 다시 한 번 심사해야 할 걸세. 윤리를 들먹이면서 변호사들을 욕하고 있지만 일부 의사들에 비하면 필라델피아의 변호사들 쪽이 한참 더 윤리적이지.”

79. “의사들 가운데 일부는 지독히 권위적인 사람들이야. 그들은 일반인들이 모두 저 요정 이야기와도 같이 자기들의 무오류성과 헌신성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여주기를 기대하거든. 그들은 비판을 당하면 견디지를 못해. 그들은 자기들이 절대로 오류를 범할 수 없다고 남들이 생각하기를 바래.

80. “말하자면, 한 푼도 받지 않고 누군가의 생명을 구했다면 그것은 실패가 되고, 만약 어떤 부인네한테 운동 좀 하면 될 증세에 대해 강장제 한 첩을 조제해 주고 그 약값을 엄청나게 받았다면 그것이 성공이 된다는 말일세.”

83. 그는 자신의 목 속에서 뜨겁고 짠 핏덩이가 솟구치는 것을 느끼면서 밤낮없이 자다깨다 자다깨다 할 뿐이었다. 

85. 거리의 소리들을 들으면서 불현듯 오늘 역시 다른 날들과 다를 바 없는 또 하나의 날일 뿐이며 거리의 소음 역시 여느 때와 마찬가지라는 생각에 묘한 느낌을 맛보지 않을 수 없었다.

87. “격렬하면서도 우아한 불꽃으로 타오르는 것!” 페이터의 이 경구조차도 환상이었단 말인가…….

89. “끔찍이도 예쁜 내 스코틀랜드 여인, 자 그럼 안녕……..”

96. 달콤한 죽음이여 / 그대는 천사들 중에서도 가장 친절한 천사, / 그대의 부드러운 품안에서 / ! 마침내 나를 잠들게 하라. / 불타는 태양이 사라진 지도 이미 오래 / 지금은 밤하늘에 별들만 반짝거릴 뿐, / 보잘것없는 내 연기의 끝과 함께 / 지루한 연극도 막을 내리네.

96. 자신의 내부에서 아직도 무엇인가를 고대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다시금 가슴이 에이도록 고통스러웠다.

99. (그러나) 아무래도 난 좀 늦된 놈인가 보오. 환경희 희생자가 자신의 패배를 감수하는 대가로 자기 운명의 지배자가 된다니, 이 얼마나 무서운 아이러니겠소…….

100. ‘어느 결핵환자의 1 9장의 드라마속에 그려진 죽음의 천사의 온화한 모습이 어둠 때문에 소름끼치도록 잔인한 모습으로 일그러져 가는 것 같았다.

101. 우리는 현재 폐결핵 수술 분야의 진보를 도외시하고는 20세기 외과술의 발전에 대해 말할 수 없을 것이다.

102. 그는 불현듯 엄습해 오는 흥분에 사로잡혔다.

102. (그러나) 흉곽성형술과 이에 따른 기술의 발전은 결핵균이 주로 한쪽 폐에 몰려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죽음에서 생명으로 나아갈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하게 되었다.

102. 외과수술을 통해 치료를 시도할 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으며 미국에서 이 방법이 시도되지 않고 있는 것은 지독한 편견과 무지 때문이며 수천 명의 남녀들이 이 때문에 죽어가고 있는데도 잘못된 오해로 이 방법이 전적으로 무시되고 있다는 알렉산더의 논리정연한 주장을 보면서 베쑨은 계속 고조되어 가는 흥분감을 억누를 수 없었다.

105. 알렉산더의 책을 읽으면서 그는 편협한 인습에 대항하여 결핵 퇴치를 위해 혁명적 방법을 추구한 사람들에 대해 찬탄을 금치 못하였다……. 이들은 의학의 개념들을 정태적으로 받아들이기를 거부한 사람들이었다.

108. “신사 여러분, 나는 그 위험을 환영하기로 결심하였습니다.”

110. 그는 탐욕스럽게 책들을 뒤적이면서……

111. “바보천치 여러분, 저 역시 여러분 곁을 떠나게 되어 몹시 섭섭합니다. 그러나 단 한 가지 점만은 전혀 서운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모두가 곧 건강한 몸으로 회복되리라는 사실입니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기흉치료를 받아야 될 테지만 말입니다.”

111. “완치로 오늘 퇴원했소. 당신에 대한 사랑은 변함이 없소. 다시 결혼합시다.”

112. (그러나) 그가 좌절했던 이유는 환멸스러운 현실을 조롱하면서도 그 화려함과 부에 스스로 집착했기 때문이다.

112. 그는 자신이 떠벌리는 이상에도 불구하고 인술이 홀로 자리하고 있어야 할 의학의 왕조에 명성과 부를 대신 앉혀놓았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 다시는 그런 일이 없으리라.

112. 다시는 결코 메스를 들면서 그 어떠한 생명체에 대해서는 단순한 기계적인 유기체로 취급하지 않으리라 사람이란 육체가 전부가 아니다. 사람이란 꿈을 가진 것이다. 따라서 이제부터 나의 칼은 육체와 동시에 그 꿈을 꾸리라. 피셔와 리 같은 사람들이 아직도 얼마나 많이 트뤼도에 남겨져 있는가? 또 수만, 수십만의 사람들이 앞으로 계속 그들과 같은 신세에 빠질 것 아닌가? 지금 그는 트뤼도를 뒤로하고 있지만, 1년 내내 그는 자신의 직업과 재능을 결핵에 빼앗겨버리고 고통과 절망 속에서 몸부림치는 사람들을 생각해 왔다. 그리고 그 일부는 미지에의 행군을 스스로 거부함으로써, 그리고 또 일부는 단순한 무관심에 의해 그들 모두가 교살되고 있었다. 그러나 진정한 의료인들도 있었다. 그들은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으면서 눈앞의 이익을 좇지 않고 모색을 계속하는 사람들이었다.

115. 맙소사, 그는 곧 서른일곱 살이 될 터였다. 그가 지금까지 얼마나 오랫동안 시간을 허비하고 기회를 흘려 보내며 살아왔던가. 그러나 그 모든 것은 이제 다 지난날의 일이었다.

122. 그는 자신의 삶이 두 개의 기둥에 의지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 하나가 그녀였고, 또 하나가 일이었다.

125. 당시 그는 모든 일에는 다 목적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의 미친 듯한 추구와 환멸 그리고 발병과 소생, 이 모든 일에는 다 목적이 있다는 것이었다. 그 모든 일들이 그를 형성시키고 그를 인도했다. 그의 아이는 이제 마흔을 넘어서고 있었다.

127. 기존의 지식은 과거의 창고였다. 따라서 그는 탐구를 계속하면서 또한 끊임없이 그것을 확대시키고가 했다.

127. 아취볼드는 현대적 기술들을 수술에 도입해야 한다고 굽힐 줄 모르고 주장하는 이 조수의 모습에 깊은 감명을 받고 하였다.

130. “수술에 임하는 의사라는 사람들이 자연과 세계 속에서 아무런 힌트나 해답을 떠올리지 못한다면, 그는 인명을 학살하는 일을 즉시 중지하고 도랑이나 청소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130. 그는 늘 확실한 지식 앞에서 겸손했다. 그러나 그의 성마름은 끊임없이 그에게 기술혁신을 위한 여러 가지 착상을 던져 주었다. 이럴 때 그는 공격적일 정도로 변화에 적극적이었다. 이러한 기질은 종종 주위 사람들을 쩔쩔매게 만들었는데, 때로는 대단히 격렬한 기세로 표출되기도 했다.

133. 이러한 수군거림에 대한 그의 공식적인 반응은 완전한 무관심 바로 그것이었다. 그러나 겉으로는 이렇게 침착하게 대응하면서도, 그의 내심은 그러한 빈정거림과 격렬한 투쟁을 벌이지 않을 수 없었다.

134. 그는 탐구자로서의 역할뿐만 아니라 모르모트의 역할까지도 받아들이고 있었던 것이다.

137. 아취볼드의 이 생도는 이미 자신의 힘으로 성장해 가고 있었다.

139. ‘남편한테는 자신의 일이 있다. 남편은 우리 두 사람 사이가 나쁠 때도 그 일에 몰두하면 그만이었다. 그런데 나는 뭔가?’

140. 그러나 프란시스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다른 남자와 함께라면 자신이 예전에 기대하고 있었던 평범하고 조용한 사람을 살 수도 있을 것 아닌가? 하는 생각에 빠져들게 되었다.

141. 사랑과 그리움의 그 모든 세월이 그에게 단지 인형 하나만 남기고 사라졌던 것이다.

142. 그는 자신의 기량이 전보다 크게 성숙했다고 생각했으나 그를 불러주는 병원이 없었다. 트튀도에서 퇴원한 이후 그는 개업문제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그것은 그가 외과의사로서 대성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자신의 목표를 위해 한걸음 한걸음 내딛고 있었지만, 그 과정에서 완전히 빈털터리가 되었던 것이다.

146. 실험실에서의 실험 결과로 구더기들이 감염 세균을 잡아먹는다는 사실이 여러 차례 입증된 바 있었기 때문이었다. 환자의 상처에 구더기를 투입시킨 베쑨은 이제 조용히 그 결과를 기다렸다.

147. 이 무렵 베쑨의 생활은 일과 성취 그리고 성장과 안정의 연속이었다. 그는 자기 자신의 주인이었다.

148. 그는 글을 쓸 때마다 결핵이란 질병이 단지 폐의 질병이라는 사고방식을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것은 실제로 몸 전체의 병이었다. 폐에 대한 간상균의 공격은 결국 유기체 전체에 대한 환경의 공격에서 생겨난 결과였다.

148. “인간을 전체적으로 보려 하지 않는, 즉 환경적 스트레인(strain)과 스트레스(stress)의 결과로 보려 하지 않는 한 그 어떤 기도도 이 질병을 치유시킬 수 없다.”

149. “무언가 크게 잘못돼 있어. 치료 능력이 크게 향상되었는데도 입원 환자의 수는 오히려 더 많아지니…… 결핵치료법에 대한 과학지식이 그 최고점에 달해 있는 바로 이 순간, 결핵 발생률도 마찬가지로 최고라니, 이거 원……”

150. 조기 기흉술을 계속 주장하면서도 이 의문을 가지고 씨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이 질문을 끈질기게 파고들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세계를 집어삼키고 있는 또 하나의 질병, 결핵균보다도 훨씬 더 치명적이고 중세의 콜레라보다도 훨씬 더 급속하게 번지고 있는 또 하나의 질병과 마주치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가난이라는 질병이었다.

151. 사실이 그랬다. 그는 이제야 현실에 눈을 떴던 것이다. 각국의 대통령과 장관들이 이제 곧 번영이라는 말을 떠들고 있었지만, 모든 대륙이 다 실업과 파산과 공포에 휩싸여가고 있었다. 리베라 수상이 군사독재를 행하고 있는 스페인, 독재자 히틀러의 국가사회주의가 권력을 장악하고 있는 독일, 장개석이 반대파들에 대한 대량 학살을 통해 인구수를 급속히 축소시키고 있는 중국, 군국주의 집단이 아시아 전체의 지배를 꿈꾸고 있는 일본, 이런 나라들을 거쳐 세계의 엄청난 파국이 시시각각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154. 그 명백한 사실이란 결핵이라는 것이 어떠한 특정 환경에 대한 인간 유기체의 특정한 반응이라는 것이었다.

154. “부자들의 결핵이 있고 가난한 사람들의 결핵이 있다. 부자들은 회복되지만 가난뱅이들은 죽음을 면치 못한다. 경제학과 병리학은 이렇게 밀접한 관계가 있다.”

154. “앞으로 5년 동안 요양소들을 가득 채우게 될 결핵환자들이 지금 당장 손을 쓰면 치료가 가능한데도 그 상태 그대로 거리를 활보하며 책상머리에서 일하고 있다. 시간과 돈이 없기 때문이다. 가난한 사람들은 여유가 없어서 치료를 못 받고 죽어가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경제학자와 사회학자가 만나는 공통적인 기반인 것이다.”

155. “우리 의사들은 감염과 재감염의 소인이 되는 외부환경에 대해 아무런 작용도 가할 수 없다. 가난과 조악한 음식, 비위생적인 주위환경과 감염원에의 노출, 과로와 정신적 긴장 등 모두가 우리의 통제권 밖에 위치한다. 이들에 대한 본질적이고도 근본적인 수정은 경제학자들과 사회학자들의 과제다.”

158. 그는 소유에 무관심했다. 그는 가진 것들에 대해 거들먹거리는 태도를 혐오했다.

160. “여성들은 너무나 오랫동안 노예생활에 시달려왔다. 나는 여성적 마음을 계속 설명하고자 하는 자들을 보면 아주 곤혹스럽기 짝이 없다. 여성의 마음은 인간의 마음이다. 그것은 비인간적인 조건들 하에서 고통 받을 것이다. 이른바 여성적 심성을 떠들어대는 신화들은 여성을 계속 예속시키고자 하는 남성들에 의해 만들어지고 있을 뿐이다.”

160. 그는 허세와 점잔을 지독한 야유로 깨부수곤 하였다.

160. 베쑨을 규정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은 모든 말들을 동원하여 여러 가지 특징으로 그를 규정짓고자 했다. 어떤 사람들은 미친놈이라 했고, 또 어떤 사람들은 자만심이 강하다. 매력적이다. 무책임하다. 예민하다, 거만하다, 의리 있는 친구다, 훌륭한 의사다, 흥행꾼이다, 천재다. 보채는 어린애 같다는 등.

160. 요컨대 어떤 사람들은 호감을 느꼈고 어떤 사람들은 반감을 느겼다. 또 어떤 사람들은 고마움을 느꼈고, 어떤 사람들은 불쾌감을 느꼈으며, 또 어떤 사람들은 슬픔을 느꼈고, 어떤 사람들은 기쁨을 느꼈다. 그는 이렇게 여러 가지 평판을 받으며 많은 사람들의 삶 속을 들락거린 혜성과도 같은 사람이었다.

162. “우리 의사들은 수도승과도 같아야 하오, 그렇고. 헐벗은 옷차림에 샌들을 신고 이리저리 배회하는 수도승 같아야 한단 말이오. 우리의 목적인 인체를 보고하고 소생시키는 것이오. 그것은 신성한 일이오. 따라서 우리의 자세도 신성한 목적에 맞게 치열하지 않으면 안 되오.”

162. “당신의 평안한 기흉을 바라며

163. (그러나) 다음 순간 그 간호사수녀의 보살핌을 받던 젊은 여자 환자가 악성결핵으로 죽어가면서 내게 키스해 주실 수 있겠어요?”라고 속삭이자 그는 그 여자 환자를 가만히 내려다 보았다. 그리고 자신도 전에는 이처럼 누워서 해바라기가 태양을 향해 고개를 돌리듯 남은 인생의 몇몇 바람들을 간절히 좇으려 했던 시절을 되돌아보았다. 그는 잠시 망설이다가 곧바로 허리를 굽혀 그녀에게 키스를 했다. 그러자 지금 막 그에게 야단을 맞았던 그 간호사 수녀가 화들짝 놀라며 그의 팔을 슬쩍 붙잡았다. 그후 며칠 동안 그는 예방약을 먹어야 했다. 그 후 어떤 병원 직원이 그런 악성 환자와 키스를 하고서도 어떻게 괜찮냐고 묻자, 그는 어깨를 으쓱거리며 짤막하게 대답했다. “의사라는 직업이 의학지식만 가지고 일하는 게 아닌 모양입니다그려……”

164. 이럴 때 그의 머리 속은 그 환자의 증세, 치료방법 등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고, 쉴새없이 그의 가슴속은 그 환자가 느낄 수 있는 모든 고통으로 움찔거렸다.

165. “도대체 무어라 설명할 수가 없소. 나의 방법이 잘못되었는가 내가 더 배워야 환자를 구할 수 있는가? 나는 자격이 없는 사람인가 우리 모두 어딘가 잘못되어 있는가? 난 이렇게 자문해 보지만 도무지 분명하게 설명할 수가 없소. 그러나 환자들이 그렇게 죽어나갈 땐 나의 일부까지도 그들과 함께 죽어가는 기분이오.”

167. 그의 불만은 결핵이 박멸될 수 있는데도 현실 속에서는 오히려 그 질병이 증가되고 있다는 것이었다.

168 “우리는 모두들 어느 도시 어느 거리에서도 상수도, 하수도, 오물수고, 전기공급 같은 서비스들은 당연한 일로 생각하오. 그런데 의료서비스에 대해서는 그렇게들 생각하지 않는다오. 그것이 바로 문제요. ‘건강의 권리이것이 무시되고 있단 말이오.”

168. “병원이라는 것들이 그런 장사를 하면서도 거들먹거리는 거야. 그러니 양복점하고 다를 게 뭐가 있겠소? 재봉사가 헌 코트를 수선해 주는 식으로 우리 의사들도 팔다리를 수선해 주고 있을 뿐이지. 이것은 분명 본래의 정신에 맞게 의학을 실천한다고 볼 수가 없소. 그저 장사를 하고 있을 뿐이오. 따라서 새로운 의료개념, 보편적 보건개념, 새로운 의사개념이 정립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오.”

168. “우리는 민중 속으로 뛰어들어야 하오. 우리는 민중 속으로 뛰어들지 않으면 안 되오. 앞으로는 더 이상 사적인 치료에만 매달려서는 안 되오! 우리 의사들이 의료제도 자체를 변화시켜야 하오.”

173. 히틀러의 궁극적 목표는 무엇인가? 문명국가의 국민이 어떻게 해서 그런 미치광이의 통치를 허용하는가? 서유럽 외교관들은 왜 그렇게 유약한 태도로 그를 대하는가? 그리고 베네치아 광장에서 목청을 돋우고 있는 저 엉터리 약장수 무솔리니. 나는 어찌하여 이탈리아에도 그런 허영덩어리가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 조차 모르고 지냈더란 말인가? 그리고 왜 누군가 일어나서 그의 입을 봉하지 않는단 말인가? 또 국내의 소란은 대체 무엇인가 그 모든 단체들이 요구하는 것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174. 또 하나 확실한 것은 사람들이 어떤 사람에게 공산주의자라는 딱지를 너무 쉽게 붙인다는 사실일세. 자기들 일에 찬성하지 않으면 공산주의자로 몰아붙이기 일쑤니 나 같은 사람이야 빨갱이 중의 빨갱이 취급을 받을 수도 있겠지.”

180. 부유한 사람들은 스스로를 돌볼 수 있다. 그러나 가난한 사람들은 경우가 다르다. 그들 대다수가 건강에 대한 자신들의 당연한 권리마저도 잊고 살고 있는 것이다.

180. 나는 지금 새로운 길에 발을 들여놓았다. 이 길이 과연 나를 어디로 인도할 것인지……

184. 그는 연설을 할 때마다 하나의 전략을 시종일관 유지했는데, 그것은 사실 제시를 통해 잘난 체하는 태도들을 분쇄시키겠다는 것이었다. 그는 좌익서클에서나 우익서클에서나 상투적인 사고방식을 몹시 싫어했다. 그는 사람들의 기존 견해에 도전하여 그들이 다시 생각하도록 만드는 것을 그 무엇보다도 좋아했다.

186. “왜냐하면 진실이란 종종 서로 명백히 상충된 현실들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188. 조롱과 부정은 본질적으로 그 성격이 자기 보호적인 묘한 심리현상들일 따름입니다. 칭찬하기보다는 조롱하는 편이 더 쉬울 것이기 때문입니다.

191. “나는 그때 피와 땀과 눈물로 범벅이 된 상태였다.” (이사도라 던컨)

192. 러시아는 지금 바로 이러한 출산을 경험하는 것입니다. 산파들과 의사들이 아기를 분만시키는 데 너무 바빠서 아직 어수선한 북새통을 정리하지 못하고 있을 뿐입니다. 검붉은 피 뒤에 숨어 있는 출생의 의미를 알지 못하는 풋내기 처녀들과 총각들이 눈에 불을 켜면서 고개를 돌리는 까닭은 바로 그 추해 보이고 악취가 나는 어수선함 때문일 뿐입니다.

192. 창조란 잘난 척한다고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창조라는 것이 그렇게 이루어진 적은 역사상 한 번도 없습니다. 창조란 거칠고 격렬하고 혁명적인 것입니다.

193. 그러나 분열과 위기와 전례 없는 인간적 고통으로 난파된 나라에서 그는 자신이 단순히 개혁주의자일 뿐만 아니라 세계를 변화시키기 위해 의식적으로 투쟁하는 혁명가라는 사실을 결코 감추려 들지 않았다.

202. 지금 대다수의 엉터리 정치꾼들이 제시하고 임시변통적인 조치들은 매독성 두통 환자에게 아스피린을 처방하는 행위와 다를 바 없습니다. 그 알약들은 고통은 덜어줄지 모르지만, 결코 그 두통 자체를 치료하지는 못할 겁니다.

205. 국민보건을 확보하기 위한 최상의 방법은 질병을 재상산하는 경제체제 자체를 변혁시킴으로써 무지와 빈곤과 실업을 없애는 것입니다.

205. 우리 모두가 의료행위로부터 사적인 이윤을 배제시켜 나가도록 합시다.

207. 국민들에게 당신 지금 치료비를 낼 돈이 얼마나 있소?”라고 물을 것이 아니라, “우리가 어떻게 해야 당신에게 가장 도움이 되겠소?”라고 묻도록 합시다.

207. 제가 말하는 사회주의 의료의 의미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보건이라는 것이 우편, 국가방위, 사법, 교육 등과 같이 공공의 문제라는 것입니다. 둘째, 국민보건을 위해 공공기금이 사용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셋째, 의료보호혜택이 소득에 따라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필요에 따라서 만인에게 베풀어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 자신이 아닌 정의가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자선이란 기부자들을 자기 기만에 빠지도록 함과 동시에 수혜자들을 타락시키기 때문입니다. 넷째, 의료종사자들의 봉급과 연금은 국가가 책임져야 합니다. 다섯째, 의료종사자들 자신이 민주적 자치를 실시해야 합니다.

211. 베쑨은 결핵을 앓고 난 사람들을 위해 적당한 주거지와 공원 그리고 경공업이 이루어지는 신도시 건설을 구사하게 된 것이었다.

213. 병원에 입원중인 그 여자아이, 의사이자 화가인 그의 꿈, 무더기로 투하되는 폭탄, 무관심한 정치가들, 지금 세계를 향해 도움을 호소하는 스페인의 도시들, 이 모든 것들이 이제 그에게는 하나의 일로 생각되었던 것이다.

의식의 확장. 자기 자신의 직무를 뛰어넘는 의식의 확장을 통해 의식적으로, 내면적으로 더 의사, 인간 노먼 베쑨이 되어가고 있다.

218. 그는 의자에서 일어서더니 방 안을 이리저리 서성였다. 1년 저네만 손을 썼어도 이 아이는 쉽게 완치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수술을 하려면 그것은 완전히 동전던지기나 다름없었다.

221. ‘그래 이베트야, 너한테는 지금 어둠뿐이지. 그러나 곧 봄의 햇살 속으로 너를 인도해 주마…….’

224. ‘나의 아이는 무사합니다. 아주 아름다운 수술이었답니다. 지독한 순간들이 간간이 있었지만 수술을 마치고 나니 그지없이 행복합니다. 오른 쪽 폐를 완전히 제거했습니다. 캐나다에서 열살바기 아이에게 이런 수술을 행한 것은 처음인 것 같습니다. 멋진 일 아닙니까?

오늘 밤에는 깊은 잠에 빠질 것 같습니다. 지난밤에는 한잠도 못 잤습니다. 어찌해야 좋을지 판단하느라고 그랬던 것입니다. 그러나 이제 아이가 무사하니 깊은 잠에 빠질 수 있을 것입니다. 안녕히 주무십시오.

226 그의 나이 이제 마흔 여섯이었다. 그리고 외과의사로서 일할 세월이 그렇게 많이 남은 것도 아니었다. 그는 서른아홉의 나이가 되어서야 흉부외과 일을 시작했을 뿐이다.

227. 그러나 큰 대의는 개인적 진로의 견지에서 생각할 기회를 허용하지 않았다.

245. 그가 들고 있는 병은 보통의 병들과 다를 것이 없었다. 그러나 그 속에는 진귀한 액체가 들어 있었다. 그것은 혈액이었다. 검붉고 신비스러우며 변질하기 쉬운 피였다. 헌혈자의 정맥에서 뽑아낸, 점착력이 강해서 찐득찐득한 그 액체는 2천 년에 걸쳐서 축적되어온 지식과 경험과 희생과 염원으로 죽어가는 사람의 생명을 되살리는 신비한 물질이었다.

246. 사령관이 조임쇠를 완전히 열었다. 이젠 피가 계속적으로 흘러 들어가기 시작해다. 그리고 곧 기적과 같은 일이 일어날 것 이었다. 사령관은 전에도 그런 광경을 여러 차례 경험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런 때마다 늘 새로운 기분이었다. 시들어가던 꽃이 갑자기 현란한 빛으로 만개하는 느낌이었다.

249. 그 차에는 스페인,캐나다 이동수혈대라고 적혀 있었다.

250. 전장터란 엣날부터 모두들 사람들을 죽이는 곳으로만 알고 있었다. 그런데 역사성 최초로 한 사나이가 이 스페인 전장터에 나타나 인류의 상식을 바꾸기 시작했던 것이었다. 그는 피를 뿌리게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피를 채워주기 위해서 전장터에 나타났던 것이다.

258. “여러분의 생각대로 그 일은 어쩌면 현실적으로 불가능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 일이 필요한 일임에는 분명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만약 그 일이 참으로 필요한 일이라면,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입니다. 그리고 불가능한 일이라면, 그것은 가능한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결국은 누군가가 그 일일 시도하지 않겠습니까?”

263. 1492년 콜럼버스가 대양에 의해 감추어져 있던 비밀들을 찾아내고 있는 동안, 로마의 한 의사는 생명의 흐름 속에 감추어져 있던 비밀들을 탐구하고 있었다. 콜럼버스의 성원들이 육지를 바라보고 있는 동안, 이 의사는 소년의 정맥으로부터 늙은 교황 이노센트 8세의 정맥으로 수혈을 시도하고 있었다. 역사는 이 두 사람 가운데 콜럼버스 쪽을 성공한 사람으로 기록해왔다. 그가 동양은 놓치고 말았지만 아메리카 대륙을 찾아낸 반면, 그 의사는 소년과 교황 모두를 죽이고 말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아메리카의 발견과 최초의 수혈 시도로부터 인간 노력의 많은 흐름들이 합류되어, 이것이 언젠가는 스페인 전장터에서 움직이는 닥터 노먼 베쑨에게 인류의 유산으로 전해질 것이다.

272. 베쑨이 이 기나긴 혈액 이야기에 끼어든 것이 바로 이 지점에서였다. 아마 상황이, 의사이자 시인이요, 연구자이자 군인이요, 수술자이자 화가요, 과학자이자 몽상가인 이 사나이를, 그리고 그 무엇보다도 인간에 대한 크나큰 애정과 생명의 교란자들에 대한 무서운 증오와 새로운 미래에 대한 확고한 신념으로 가득 차 있는 이 사나이를 요구하였는지도 몰랐다.

289. 가슴에 앉은 갓난아이를 쳐다보며 당나귀를 타고 가는 한 열여섯 살쯤 되어 보이는 어린 소녀, 자신의 주름진 얼굴을 검은 숄로 반쯤 가리고 두 남자의 부축을 받으며 질질 끌려가는 할머니, 걸음을 옮길 때마다 멜빵이 살 속으로 파고드는 것을 참아가며 이불보따리를 어깨에 메고 가는 청년, 피골이 상접한 몸으로 길바닥에 피를 뚝뚝 떨어뜨리며 맨발로 걷고 있는 할아버지, 두려움 때문에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배를 움켜지고 걷는 여인들, 한마디로 사람과 동물이 한데 뒤섞여 고통을 참아가며 조용히 걷고 있었는데, 동물들이 오히려 사람들처럼 불평의 울음소리를 내고 있었고, 사람들은 동물들처럼 불평 없이 묵묵히 걷고 있었다.

293. 그들의 눈은 패배와 함께 푹 꺼져 있었다.

297. 나는 이 낯선 아버지에게, 소등 속에서 법석대던 그 얼굴들에게, 그 날 밤 두려움에 부르르 떨며 내 주위로 몰려든 그 얼굴들에게, 흔들거리는 고통의 나무들처럼 내게로 뻗쳐진 그 팔들에게, 나에게 호소해 온 그 음성들에게, 나의 마음을 제대로 전하기 위해서는 스페인어 이상의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했다.

298. 내가 트럭 밖으로 나가 발판에 매달리자, 몰려든 사람들이 내 옷을 잡아당겼다. 뜨거운 분노가 가슴속에서 타올랐다. 이들이 오늘밤을 어디서 새워야 한단 말인가? 그리스도 하나님의 성직자를 자처하는 사람들, 그의 사랑과 구원을 이 땅에서 베풀겠다는 사람들, 그들은 지금 어디에 있단 말인가? 인간의 사랑이 지금 어느 어두운 동굴 속으로 쫓겨 있단 말인가? 세계의 자비와 양심은 지금 어디에서 그 유약한 길을 걷고 있더란 말인가?

301. 나는 천천히 요령 있게 그 광적인 피난민 행렬을 뚫고 나가면서 어린아이들! 어린아이들만!” 하고 외쳤다. 그러면서 나는 이 상황에서 누구를 태울 것이며, 누구를 남길 것인지를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 얼마나 섬뜩한 일인가를 몸서리치며 느끼게 되었다.

영화 타이타닉에서도 이와 비슷한 장면이 나온다. 타이타닉호가 침몰하는 가운데, 선원들은 다급히 구명보트에 승객을 태우지만, 여자와 아이를 우선적으로 태운다. 그 가운데, 이를 통제하기 위해 한 일등항해사(로 보이는) 선원이 총기를 사용하고 그 과정에서 남자승객을 쏘게 된다. 그는 결국 그 자리에서 자살로 생을 마감하게 되는데, 닥터 노먼 베쑨이 느꼈던 똑 같은 고뇌가 아니었을까.

303. “내가 지금 무슨 권한으로 다른 사람의 운명을 결정하고 있단 말인가?”

303. 두 명이 더 탈 수 있다는 소리에 피난민들 사이에 다시 정적이 감돌았다. 그들은 막연한 기대를 완전히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침묵은 형리가 사형수의 목에 밧줄을 걸 때 구경꾼들이 그 마지막 믿을 수 없는 행위를 가슴 졸이며 바라볼 때 그 형장을 감도는 침묵과 다를 바가 없었다.

307. ‘아직도 한밤중밖에 안 됐나? 이렇게 죽도록 걸었는데도 네 시간밖에 지나지 않았다니. 영원처럼 영원처럼 느껴지는 이 네 시간, 그러나 다른 사람들은 적어도 나흘 동안이나 계속 걸어온 것이 아닌가?’

316. 그는 이 알메리아의 체험을 통해 자신의 모든 단점과 허영을 떨쳐버리고 자신을 강철 같은 군인으로 변모시키겠다고 맹세하게 되었다. 오로지 강철 같은 사람들만이 이제 막 탄생의 몸부림을 치고 있는 새로운 세계를 방위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321. 오로지 예술만이 요 몇 달 동안 계속 겪었던 죽음과 공포의 경험을 전달 할 수 있을 것이었다. 예술이란 경험의 합법적 적자’(the legitimate of recognizable child of experience)이기 때문이었다.

321. 진정한 예술가는 자신을 해방시킨다.

321. 그는 인류의 살 속으로, 모든 인간의 삶 속으로 열정을 가지고 들어간다. 그럼으로써 그는 스스로 만인이 된다. 예술가의 기능이란 현상을 타파하는 것이다. 그의 의무는 잠자는 사람들을 잠에서 깨어나게 하고 느긋하게 수수방관적 자세를 취하고 있는 세계의 기둥들을 뒤흔들어놓는 것이다.

321 그는 정적인 것, 기성의 것, 고여 있는 것들을 뒤흔들어놓는다. 변화를 두려워하는 세계 속에서, 그는 혁명이야말로 삶의 원리라고 설파한다. 그는 선동가이며, 평화의 교란자이다. 그는 이 역할을 신속하게 성마르게, 적극적으로, 쉴새 없이, 요란하게 수행한다. 그는 인간의 영혼을 대상으로 하여 일하는 창조적 정신인 것이다.

327. 정치가들은 저마다 그 정도는 각기 다르지만 민주주의 스페인이 이 지상에서 사라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민주주의 스페인이 살아 남아야 한다는 것이 저의 신념이자 지금의 확신입니다.

341. 나는 살인과 부패가 판을 치는 이 세상에서 그 모순을 묵과하기를 거부하오. 나는 우리가 소극적인 탓에 또는 태만한 타에 탐욕스런 인간들이 전쟁을 일으켜 다른 사람을 살육하는 것을 도저히 묵과할 수 없소…….

359. 이 폭격으로 네 명이 부상을 당하고 노새 15마리가 죽고 12마리가 못 쓰게 되었다. 그러자 이 소령은 노새 한 마리당 멕시코 달러로 1백 달러씩 그 임자에게 즉시 지급해 주었다. 후에 알게 된 것이지만, 이것은 팔로군의 규율이었다. 그들은 인민의 재산을 절대로 그냥 빼앗는 법이 없었다.

367 그런데 이상하게도 군의관들이 보이지 않았다. 그들은 도대체 어디에 있을까? 나중에 사정을 알아보니, 국민당의 군의관들은 자기 사단의 병사들만을 치료해 주고 다른 사람들은 치료해 주지 않는다는 이야기였다.  이거야 원 미친 짓이랄 수밖에…….

374. 베쑨이 들어서자, 모가 그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충심으로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그는 키가 크고 몸집이 좋았다. 그리고 그 사자 같은 검은 머리카락을 머리 한가운데에서 가리마를 타고 있었다. 악수를 하는 손에는 힘이 넘쳤으며, 미소를 짓는 얼굴은 온화해 보였다. 그리고 상대방을 조용히 바라다보는 두 눈은 사람을 가늠해 보는 그런 빛을 띠고 있었다.

374. 깜빡거리는 촛불 속에서 부드럽고 나지막한 음성으로 말하는 모의 모습을 보면서, 그는 이 공산당 지도자가 문화적 소양이 깊은 사람이며, 자신의 정치관을 피력할 때는 예리한 표현으로 그 정곡을 찌르는 시인이며, 천만 가지 현상들을 아주 간단한 말로 녹일 줄 아는 대가다운 사람이라는 강한 인상을 받게 되었다.

380. “아까 부상병의 칠십오 퍼센트가 살아날 수 있다고 하셨는데, 그 말 정말 믿어도 되는 이야기 입니까?” “, 적어도 칠십오 퍼센트가 그렇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베쑨이 단호하게 대답했다. 모는 베쑨의 손을 다시 한 번 꽉 잡았다.

380. 이제 나는 모가 왜 그를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주는지 잘 알게 되었다. 그 사나이는 거인이다! 그는 우리 시대의 위대한 사람들 가운데 하나인 것이다!

사회주의 중국, 인민의 나라를 만든 모택동. 한 대국의 대표였기에 그의 카리스마와 개인이 느끼는 그는 진정 컸을지도 모르나, 결과적으로 역사가 바라보는 모택동은 노먼 베쑨의 느낌과 같지 않았다. , 대표 중국사학자 조너선 D. 스펜서은 전통적인 질서를 무너뜨리기 위해 무질서를 만들고 지배한 정치가라고 평가했다. 그리고 모택동 장기집권이 가능했던 이유는 무질서라는 한정된 개념을 크게 확장한 뒤 그것을 장구한 격변의 모험 속에 끌어들였다고 말했다 (여기서의 무질서는 문화혁명(1966~1976)으로 등소평을 중심으로 한 실용 수정주의 노선이 당의 주도권을 쥐게되자 권력강화를 위해 벌인 탈권위 운동. 동 기간 동안 약 200만명의 공산당 간부가 가혹한 자아비판 심문을 받음.) 자본주의의 어두운 단면(양극화)으로 인해 가난한 자를 구제하려고 했던 노먼 베쑨, 그가 공산당에 입당하게 된 이유를 보면, 그의 성향과 일치하는 정치인은 모택동이 아니라 사회주의 국가 중국에 시장경제를 성공적으로 도입한 등소평이 그에 가까울지도 모른다.

389. 예컨대 진찰기 의장인 송소문의 경우 현재 한 달에 20달러를 받고 있다. 병사와 유격대원의 봉급은 한 달에 1달러, 섭 장군의 봉급은 한 달에 5달러이다……. 그러나 현재 국민당정부의 관리들의 봉급은 250~2천달러 정도이다. 그리고 이 금액에는 그 수많은 국민당 관리들이 중요한 소득원으로 삼고 있는 뇌물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

389. 유격개원이란 무엇인가? 그는 한마디로 군복을 입은 노동자이다. 그는 보통의 소농이다. 그는 강인하고 거칠어서 곤경에 잘 견디며 오랫동안 굶거나 조금만 먹어도 버텨낼 수 있는 사람이다. 어릴 때부터 날씨가 어떻든 간에 아무렇게나 입고 자라왔기 때문에 그는 더위나 추위에 그리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392. “이제 나는 전쟁의 한가운데에 서게 되었습니다. 이제야 나는 엄청난 투쟁의 고원하고도 묘한 맛을 온몸으로 느끼게 되었습니다.”

393. 그는 자신이 눈으로 직접 본 상황들을 보고서에 옮기면서 차디찬 결론을 내리지 않을 수 없었다. 서구적 의미에서 생각한다면, 팔로군과 그 유격대원들에게 병원시설이라 할 만한 것이 거의 없었다.

396. 일들이 제대로 되도록 하기 위해서 저는 지금 고함과 눈물과 웃음을 모두 다 동원하고 있습니다. 조수 한 사람이 굉장히 필요합니다. 지금 당장을 위해서 말입니다. 우리는 지금 눈물과 피로 범벅이 된 길을 여행하고 있습니다.

403. 첫째, 저는 매달 1백 달러를 제공하겠다는 귀하의 제의를 사양합니다.   저한테는 현재 돈이 필요 없습니다. 왜냐하면 일체의 음식, 의복 등이 지급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408. 일처리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으면, 일의 방법이 바르지 못하면, 일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내가 성마르다는 것이 그들의 비판이었다.

410 이때가 바로 그가 기다리고 있었던 심리적 순간이었다.

411. 그들이 두려워했던 이유는 죽음이나 부상따위가 아니라 미지의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었다.

412. 사람들은 모르는 것에 대해서는 공포감을 느낀다. 그들이나 나나 그 점은 마찬가지이다. 두려움을 패퇴시키는 것은 무엇보다도 바로 이해와 지식이다.

412. “인민을 가르치기 위해서는 여러분들이 먼저 그들의 학생이 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이 얼마나 옳은 지적인가? 보다 좋은 선생이 되기 위해서는 누구나 먼저 보다 좋은 학생이 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420. “한 달에 5달러 아닙니까? 그리고 또 사병의 봉급은 얼마입니까? 한 달에 1달러 아닙니까? 자 그러니, 우리 한번 순리대로 따져봅시다. 장군은 지구 전체의 최고사령관이고, 반면 저는 그저 의료고문일 뿐입니다. 그리고 또 장군한테는 돌보아야 할 가족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저에겐 그러한 가족이 한 사람도 없습니다. 간단한 산수로도 제가 그 많은 돈을 받을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사병들 봉급 수준이라면 모를까. 아니, 사병의 경우도 저보다 당연히 많아야 합니다. 왜냐하면 대다수의 경우 그들은 가족이 있지 않습니까?”

421. 몸은 몹시 피곤하다. 그러나 이렇게 행복했던 적이 내게 있던가? 나는 지금 아주 대만족이다.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지금 나는 얼마나 부자인가? 매순간을 활기차게 일하는데다, 모두들 나를 필요로 하고 있지 않은가? 그 이상 무엇을 더 바란단 말인가?

421. 이곳 사람들의 공산주의는 단순하면서도 심오하며, 무릎관절처럼 반사적이며, 허파의 운동처럼 무의식적이며, 심장의 박동처럼 자동적이다.

430 영국의 병원에서는 오래된 속담 하나가 곧잘 인용되곤 하는데, 그것은 의사란 사자의 심장과 숙녀의 손을 갖고 있지 않으면 안된다는 말입니다. 이 말은 의사랑 대담무쌍하고 강인하고 결단력이 있어야 하는 동시에 부드럽고 친절하고 사려 깊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434. 여러분이 여러분 자신만 지도한다 할지라도, 여러분 스스로가 지도자가 되시기 바랍니다. 왜냐하면 모든 지도자는 먼저 자기 자신을 지도함으로써 지도자의 길을 출발하기 때문입니다.

444. 만약 앞에 있는 산들이 갑자기 사라져버린다면 그들의 모습이 적의 눈에 그대로 드러날 것이라 생각하니, 이 구불구불한 오솔길을 걷는다는 것이 오싹해졌다. 이것은 그들이 무대 커튼의 이쪽에 있고 적은 무대 커튼의 저쪽에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었다.

450. 어깨가 굽은 농민들, 눈이 반짝거리는 학생들, 전통복장을 한 여성들, 군복을 입은 병사들, 이들 모두가 이 엄청난 문제를 놓고도 마치 일상적인 문제를 논의하듯 태연한 말투로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453. 이 고요한 읍내에 땅거미가 지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차가운 밤공기가 스며들었다. 테이블 위에는 촛불들이 밝혀졌다. 그러자 구릿빛 얼굴들의 그림자들이 창고벽에서 커다랗게 흔들거렸다. 베쑨이 문 밖을 쳐다보니, 하늘에는 창백한 별들이 하나 둘 떠오르고 있었다.

468. “긴 여행으로 우리가 지금 지쳐 있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부상병들의 사정은 우리보다도 더 급합니다.”

474. “만약이라구요! 부목이 없었기 때문이라구요! 지금 우리에게 도대체 무엇이 충분합니까? 또 언제 충분한 상태에서 일하게 되겠습니까? 안 돼요, 도저히 용납할 수 없습니다. 즉시 섭 장군에게 보고하도록 하겠습니다. 만약 병사들 가운데 누군가 자기 총을 버린다면, 그는 처벌될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 의사들 가운데 누군가가 정당한 이유없이 어떤 병사의 다리를 절단하도록 만들었다면, 그 역시 처벌되어 마땅합니다. 총 따위야 다시 구해서 쓸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사람의 사지는 완전히 경우가 다릅니다.”

477. “아닙니다. 저분은 아주 진지하게 말한 겁니다. 저분과 부상병들의 관계는 자석과 쇠붙이의 관계와도 같습니다.”

496. 선생한테 휴식시간이 필요하다는 사실은 의문의 여지가 없었다. 그의 면바지는 자루처럼 헐렁해져 있었고, 그의 어깨는 목이 긴 스웨터를 입고 있는데도 앙상해 보였다. 그리고 오직 두 눈만이 철테 안경 속에서 빛나고 있었다.

497. 동은 아주 기쁜 마음으로 방을 나섰다. 말재주로 백구은을 한 시간 더 자게 했으니, 자기가 이겼다는 느낌이었던 것이다.

503. 12 1일 아침 정각 10, 베쑨은 수술대에서 지친 몸을 일으키면서 부대원들에게 철수준비를 명령했다. 그 동안 그는 40시간을 전혀 쉬지 않고 수술만 계속했다. 첫번째 부상병이 도착한 그날 오후이래, 그는 지금까지 71건의 수술을 했다.

506. 똑같이 복구관통상을 입은 두 환자가 모두 똑같은 수술치료를 받았다. 그런데 한 사람은 살았고, 또 한 사람은 죽었다. 그 이유는? 앞의 환자는 부상을 당한 지 8시간 만에 수술을 받은 반면, 뒤의 환자는 부상을 당한 지 18시간 만에 수술을 받았던 것이다. 생사의 차이가 바로 10시간에 있었다.

508. 부탁 한 가지만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한 달에 책 세 권과 신문과 잡지를 좀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몇 가지 사실은 정말이지 너무나도 궁금합니다. 루스벨트가 아직도 미국의 대통령입니까? 프랑스에서는 인민전선정부가 아직도 집권하고 있습니까? 스페인 사태는 어떻게 돌아가고 있습니까?

고립된다는 것. 같은 사회 안에서도 홀로 있다는 생각 고립된다는 생각이 한 인간의 삶이 얼마나 황폐화 될 수 있는지 우리는 많은 매체를 통해 들리는 소식들로 쉽게 알 수 있다. 고국도 아닌 타국에서, 언어도 제대로 통하지 않는 그 곳에서 그는 그의 모국어로 된 무엇도 접할 수 없다는 것은 엄청남 정신적 외로움을 동반할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다. 물론 투철한 직업의식과 생명을 살리겠다는 목적의식, 그리고 그를 따르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으니 다행이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자신의 언어 하나 읽을 수 없고 들을 수 없는 노먼 베쑨의 하루하루는 외로움과의 싸움이었을지도 모른다.

527. 가정과 평화 그리고 그들이 전취하고자 하는 꿈의 조각들, 그들 모두가 이것을 그리워하고 있었다. 이제는 자기한테 가장 가까운 동지가 된 이 턱수염의 이방인이 어떤 그리움과 외로움 속에서 움직이고 있는지에 대해 다른 사람들은 생각조차 해보지 않은 것이 아닌가!  

534. 그는 어느 절에 설치된 기지 병원을 떠나는 중이었다. 그런데 돌계단을 내려가다가 보니 마지막 계단의 돌이 없어져 있었다. 그는 그대로 출발하지 않고 거기에서 멈춰섰다. 그리고 자기 뒤를 따르는 한 수행원에게 물었다.

자넨 이 계단을 뛰어내릴 수 있나?” 그러자 그 수행원이 아주 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물론이죠.”

그러면 부상병들도 뛰어내릴 수 있다고 생각하나?”

수행원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싹 가셔졌다. 그들은 함께 돌을 주워다 그 없어진 계단을 다시 만들었다.

538. “당신은 나를 손님처럼 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나는 손님이 아닙니다. 나는 팔로군 소속의 의사입니다.”

539. “의사의 일에 귀하고 천한 일이 따로 있을 수 없습니다.”

540. 그러자 자지 않고 있던 베쑨이 그를 노려보았다. 그는 분노로 험상궂은 얼굴을 하고 담배를 피우면서 온돌침대 위에 걸터앉아 있었다. 그는 섭에게 이렇게 말했다. “부상병들이 기다리고 있는데 나한테 쉬라고 명령해 보았자 소용없습니다.”

542. 이곳 병원 요원들 19~22세 정도의 군의관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그들 가운데 어느 누구도 대학교육을 받았다거나 현대적 시설을 갖춘 병원이나 의학교에서 일해 본 적이 없다…… 그들은 매사에 매우 열성적이다. 그들은 끊임없이 자기 일들을 비판해 달라고 요구한다. 나는 종종 그들의 어리석은 짓과 그들의 의학지식 부족에 화를 내곤 하지만, 그들의 진정한 동지애와 공평무사한 태도가 결국은 나의 분노를 가라앉히고 만다.

543. 적은 패퇴되었다. 그들의 전사자 수는 50명이었다. 이번 전투에서 우리측은 40명이 전사했는데, 노획한 소총도 40정이었다. 소총 한 자루에 한 사람의 목숨이 바쳐진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무기를 얻어내는 방식이다.

548. “이 환자는 마취 기운이 떨어지기 전에 수술이 끝날 걸세.” 베쑨은 이렇게 말한 다음, 다시 한마디 덧붙였다. “그러나 다음 환자들부터는 이 같은 행운을 맛보지 못할 걸세.”

549. “동지, 내 곁에 있어보게. 포탄이 나를 피할지도 모르니까 말일세.”

549. 이런 식으로 14명의 환자가 더 수술대 위로 올라왔다. 10시간 동안 베쑨은 마취제 없이 신속한 속도로 단호하게 수술을 계속했다. 이렇게 수술을 계속하는 동안, 기관단총 소리가 가까워지면서 포탄 터지는 소리에 절 전체가 흔들리곤 하였다. 그러다 마침내 박살난 창틀을 통해 햇빛이 비쳐들었다.

550. 그는 지난 69시간 동안 내내 1 15명의 부상자들을 수술했던 것이다.

550. 대기에는 살이 타는 냄새와 화약과 연기냄새로 가득 차 있었다.

556. 도대체 왜 장개석 정부와 해외에서는 우리는 돕지 않는 것입니까? 자 생각해 봅시다. 이곳은 지금 20만 군대가 포위 속에서 일본군과 전투을 벌이고 있습니다, 또 병원에는 거의 항상 25백 명 정도의 부상병들이 신음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난 1년 동안의 교전 횟수는 천 차례가 넘습니다. 그런데 이곳의 의료사정은 어떻습니까? 약품도 보급되지 않는 상태에서, 학부 출신의 중국인 의사가 다섯 명, 훈련이 제대로 안 된 중국인 의사가 50, 그리고 외국인 의사 한 명이 이 부상병들을 다 처리하고 있습니다. 도대체 이게 말이 되는 소리입니까?

559. 한마디로 장단기 프로그램을 시급히 마련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전선에서 활동할 기동의무대들을 계속 확충해 나가는 한편으로, 새로운 의료훈련소를 설립하여 자라나는 세대들 속에서 중국인 의사들과 중국인 간호사들을 양성해내지 않으면 안 됩니다.

563. 그는 별이 드문드문 뜬 어두운 하늘을 응시하면서 주위에서 나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그는 새들의 노랫소리, 그의 샌들이 길바닥 위를 끄는 소리, 바람이 부는 소리 등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두 귀에서는 혈관을 통해 흘러 들어오는 혈액의 박동소리만 쿵쿵 울릴 뿐이다.

564. ‘이제는 두 번 다시 정말로 그 멋진 생활의 소음들을 들을 수 없단 말인가? 참으로 앞으로는 신체 내부의 소리만을 느끼면서 살아나가야 한단 말인가? 이제 더 이상 음악도 듣지 못한단 말인가? 이제 더 이상 친구들의 음성도 듣지 못한단 말인가? 이제 더 이상 들판에서 나는 온갖 소리와 질주하는 말밥굽 소리와 나팔소리와 웃음 소리를 듣지 못한단 말인가?......’

565. 그가 이 중국의 오지에서 생활한 지가 얼마나 오래 되었는가? 1년하고도 6개월이 넘은 상태였다. 이 기간 동안 서양 친구들의 소식을 도대체 몇 번이나 들었던가? 모두 해서 다섯 차례가 전부였다. 20개월 동안에 편지 다섯 통뿐이라니!

567. 거울을 보자, 70세 노인의 얼굴이 자기를 바라보았다. 그것은 자기도 모르는 낯선 얼굴이었다. 그것은 하북의 태양에 시달리고 산악의 바람에 거칠어지고 굶주림과 질병과 긴장과 지나친 과로 때문에 깊게 패인 주름과 흠집투성이로 망가질대로 망가진 얼굴이었다.

성찰, 깨달음의 성격은 다르지만 떠오르는 장면. ‘데미안에서 싱클레어는 거울을 보고 결국 데미안과 똑같이 닮아버린 자신을 보게된다. 사실 데미안은 싱클레어의 무의식이기 때문에 진정한 자기 자신의 모습을 보게(또는 깨닫게)되는 장면. 생각해보면, 노먼 베쑨의 투철한 삶의 반영된 그의 얼굴을 발견한 순간이기에 진정한 자신의 모습이라고 생각하면, 싱클레어가 거울을 보는 순간과 그리 다르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567. 그는 그만 흠칫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야윌 대로 야윈 두 팔에 혈관이 불툭불툭 튀어나와 있었는데, 그 모습이 마치 하북의 앙상한 나뭇가지 같았다.

569. 그는 창 밖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그는 문들이 삐걱거리는 소리와 바람이 숨직이며 울부짖는 소리들을 어슴푸레하게나마 들을 수 있었다. 밤의 소리들이 이렇게 달콤하다니, 그는 새로운 자각으로 몸을 부르르 떨었다.

570. 오른쪽 귀는 완전히 들리지 않았다……. ‘그래 이 정도면 아직은 움직일 수 있지. 이 정도면 충분해…… 오른쪽 귀는 적 쪽으로 돌리고 왼족 귀는 동지들 쪽으로 돌리면 될 것 아닌가? 나머지 일이야 동에게 맡기고…..’

닥터 노먼 베쑨이 초지일관 지켜온 자세. 어떤 어려운 상황에도 부상병들을 살려내겠다는 투철한 의식은 그가 청력을 잃은 순간까지도 그의 의식은 계속되었다.

572. 가끔은 커피라던가 로스트 비프 또는 애플파이라든가 아이스크림 같은 것들이 간절히 생각날 때가 있다네. 천국의 음식에 대한 망상이랄까……

575. “진찰기가 함락되면 아메리카 여행이 무슨 소용이 있겠나? 이번 전투를 끝내고서 떠나기로 하겠네.”

언제나 지난 후에 하게 되는 아쉬운 가정 만약’. 그의 생의 운명을 결정짓는 순간이었다. 그가 만약 아메리카로 여행을 떠났다면, 그는 더 많은 사람을 살릴 수도, 의과대학을 지어서 후학을 양성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 순간 타협했다면 닥터 노먼 베쑨이 아니었겠으나, 그래도 다소 아쉬운 그리고 너무나 곧은 결정의 순간이었다.

579. “그럼 수술할 시간이 적어도 삼십 부은 있구먼. 한 번에 세명씩 처리한다면 적군이 들이닥치기 전에 이곳을 빠져나갈 수가 있을 걸세.”

583. “일 분이면 끝나네. 지금 단 몇 분만 손을 보면 나중에 다시 고칠 수 있네. 그러나 지금 손을 안 대면 자네는 그 다리를 절단해야 해.”

생과 사를 결정하는 시간은 10시간이었던 것을 깨달은 노먼 베쑨은 적이 코앞에 와 있는 극한의 순간까지도 메스를 놓지 않았다.

596. “아니오, 동지. 어찌 중국 전체의 눈물만으로 충분하겠습니까? 아마 세계 전체의 눈물로도 모자랄 것입니다…….”

599. 지난 2년은 제 생애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고 가장 의미 있는 기간이었습니다. 때때로 외로움도 느꼈지만, 저는 이곳의 사랑하는 동지들 틈에서 최고의생활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599. 더 이상 쓸 힘이 없군요……. 당신과 모든 동지들에게 크나큰 고마움을 느낍니다.

605. 허위다, 악마 같은 허위다! 그렇다면 침략전쟁이란, 식민지 정복전쟁이란, 그저 대규모사업이나 다름이 없는가? 그렇다. 그러한 국가적 범죄자들이 어마어마한 추상적 표현과 이상을 내세우면서 아무리 그들의 진짜 목적을 숨기려 해도, 그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607. “노먼 베쑨은 자신이 공산주의자임을 자랑스레 말하였다. 그러나 나는 감히 이렇게 말하겠다. 그는 신의 성도였다고.”

608. 그러나 그러한 무사정신의 소유자라면, 누구나 모두 민중의 이익을 위해 자신의 이익을 내던지는 중요한 인간, 완전한 인간, 덕 있는 인간으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내가 저자라면

 

< 목 차 >

추천사/ 길록호

서문

헌사 / 송경령

개정판 서문

제1부     우리 시대의 영웅

제2부     생명의 칼 정의의 칼

제3부     스페인 공화국

제4부     중국 인민의 영원한 동지

 

개인적으로 닥터 노먼 베쑨의 내용과 구성은 흠잡을 곳이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 한 위인의 자서전이었지만 마치 소설을 읽는 듯한 다이나믹함과 속도감, 긴장감이 있었다. 이는 물론 기행을 서슴지 않고 자유분방하며 자신의 의지를 쉽게 접지 않는 노먼 베쑨의 특이한 기질이 한 몫 했던 것 같다. 그의 거침없는 발언과 주변 사회에 대한 신랄한 비판정신, 그리고 끊이지 않는 호기심에서 나오는 진심 어린 그의 글들은 마치 눈앞에서 피를 토하듯 내뱉는 듯한 속도감과 긴장감 마저 들었다. 그렇게 보면 책에서도 이야기 했던 것처럼 그는 예술가적 기질이 충만한 의사였던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유난히 감동적인 장절이 많았던 것 같다. 그 중 몇 개만 추려본다.

 

<감동적인 장절>

p.79.

의사들 가운데 일부는 지독히 권위적인 사람들이야. 그들은 일반인들이 모두 저 요정 이야기와도 같이 자기들의 무오류성과 헌신성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여주기를 기대하거든. 그들은 비판을 당하면 견디지를 못해. 그들은 자기들이 절대로 오류를 범할 수 없다고 남들이 생각하기를 바래. 그뿐이 아니지. 그들 가운데 또 일부는 실제로 자기들에게는 결코 잘못이 있을 수 없다고 스스로 믿는 모양이니까. 말하지만 겉만 멀쩡하게 고쳐주면 임무 끝이라는 게 그들의 신조인 셈이지. 그들한테는 바로 그 겉모습만이 전부란 말일세. 빈민가 사람들은 의사가 필요하지만 돈이 없어서 병원을 찾지 못하고 있어. 내 수입도 이젠 전보다 몇 배나 되지. 다른 사람들이야 물론 그 점에서는 나보다도 여러 수 위지만. 말하자면, 한 푼도 받지 않고 누군가의 생명을 구했다면 그것은 실패가 되고, 만약 어떤 부인네한테 운동 좀 하면 될 증세에 대해 강장제 한 첩을 조제해 주고 그 약값을 엄청나게 받았다면 그것이 성공이 된다는 말일세.”

 

p.112

다시는 결코 메스를 들면서 그 어떠한 생명체에 대해서는 단순한 기계적인 유기체로 취급하지 않으리라 사람이란 육체가 전부가 아니다. 사람이란 꿈을 가진 것이다. 따라서 이제부터 나의 칼은 육체와 동시에 그 꿈을 꾸리라. 피셔와 리 같은 사람들이 아직도 얼마나 많이 트뤼도에 남겨져 있는가? 또 수만, 수십만의 사람들이 앞으로 계속 그들과 같은 신세에 빠질 것 아닌가? 지금 그는 트뤼도를 뒤로하고 있지만, 1년 내내 그는 자신의 직업과 재능을 결핵에 빼앗겨버리고 고통과 절망 속에서 몸부림치는 사람들을 생각해 왔다. 그리고 그 일부는 미지에의 행군을 스스로 거부함으로써, 그리고 또 일부는 단순한 무관심에 의해 그들 모두가 교살되고 있었다. 그러나 진정한 의료인들도 있었다. 그들은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으면서 눈앞의 이익을 좇지 않고 모색을 계속하는 사람들이었다.

p.163

 (그러나) 다음 순간 그 간호사수녀의 보살핌을 받던 젊은 여자 환자가 악성결핵으로 죽어가면서 내게 키스해 주실 수 있겠어요?”라고 속삭이자 그는 그 여자 환자를 가만히 내려다 보았다. 그리고 자신도 전에는 이처럼 누워서 해바라기가 태양을 향해 고개를 돌리듯 남은 인생의 몇몇 바람들을 간절히 좇으려 했던 시저을 되돌아보았다. 그는 잠시 망설이다가 곧바로 허리를 굽혀 그녀에게 키스를 했다. 그러자 지금 막 그에게 야단을 맞았던 그 간호사 수녀가 화들짝 놀라며 그의 팔을 슬쩍 붙잡았다. 그 후 며칠 동안 그는 예방약을 먹어야 했다. 그 후 어떤 병원 직원이 그런 악성 환자와 키스를 하고서도 어떻게 괜찮냐고 묻자, 그는 어깨를 으쓱거리며 짤막하게 대답했다. “의사라는 직업이 의학지식만 가지고 일하는 게 아닌 모양입니다그려……”

p.207

제가 말하는 사회주의 의료의 의미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보건이라는 것이 우편, 국가방위, 사법, 교육 등과 같이 공공의 문제라는 것입니다. 둘째, 국민보건을 위해 공공기금이 사용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셋째, 의료보호혜택이 소득에 따라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필요에 따라서 만인에게 베풀어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 자신이 아닌 정의가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자선이란 기부자들을 자기 기만에 빠지도록 함과 동시에 수혜자들을 타락시키기 때문입니다. 넷째, 의료종사자들의 봉급과 연금은 국가가 책임져야 합니다. 다섯째, 의료종사자들 자신이 민주적 자치를 실시해야 합니다.

돌이켜보면 난 그가 가지는 문제의식에 대해 많은 감정이입을 많이 한 것이다. 모든 변화와 혁신은 자기 자신과 주변환경에 대한 문제를 자각하고 문제의식을 가지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니까.

구성면에서도 기본적인 시간적 흐름을 따르고 있지만, 노먼 베쑨의 마지막 순간을 맨 앞장에 소개하고 이야기를 전개함으로써 독자의 궁금증을 유발하는(물론 워낙 낡은 방법이긴 하나 여전히 효과적인) 구성은 꽤 괜찮았던 것 같다.

굳이 아쉬운 점을 찾으라면, 노먼 베쑨의 시각에서 내용을 풀어가다 보니 나와 같이 배경지식이 없는 사람에게는 노먼 베쑨의 시각이 전적으로 옳다는 오해를 유발하는 내용들이 몇몇 보인다. 특히 중국 정세를 전달하는데 있어 모택동과 장개석의 비교에선 모택동은 거인이자 위인이고 장개석은 부패한 정치인이자 지도자로 그려지는 면이 없지 않다. 물론 옳고 그름을 판단하고 추가로 자료 조사를 하는 것은 독자의 몫이겠지만 조금은 중립적인 시각에서 덧붙여 주었다면 이해하는데 좋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나의 이 언급이 나의 무지에서 오는 바보 같은 발언이 아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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