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지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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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품에서 태어난 여신 아프로디테는 그 매혹적인 아름다움 때문에 사랑과 애욕이 아니면하루도 살 수 없다. 그녀는 늘 다른 사내를 자신의 침실로 끌러 들이곤 했다. 아프로디테는 한때 전쟁의 신 아레스와 사귀었다. 그 사귐이 얼마나 요란벅쩍했던지 천상의 신들이 다 알고 있었다. 다만 그녀의 남편인 대장장이 신 헤파이스토스만이 이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누군가 그에게 이 사실을 알려 주었다. 아내가 다른 신과 간통한다는 사실을 안 헤파이스토스는 작업하던 모든 연장을 손에서 떨어뜨리며 망연자실하게 서 있었다. 그리고 조용히 놀라운 것을 만들어 가기 시작했다. 그는 청동을 두드려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가느다란 실을 만들었다. 손수 베틀을 천장에 묶고 이 청동실로 거미줄 보다 더 가는 그물을 짜기 시작했다. 그리고 끝에 사슬과 올가미를 달았다.
건드리기만 해도 탁 걸려드는 그물이 완성되자 그는 그것을 자신과 아내의 침상에 깔아 두고 둘이 걸려들기를 기다렸다. 그런 줄도 모르고 아프로디테는 밤이 되자 아레스를 침상으로 불러들였다. 이윽고 둘이 한 몸이 되자 헤파이스토스는 그물을 걷어 두 간부간부(姦夫姦婦)를 대들보에 메달아 걸어 두었다. 그리고 모든 신들을 불러 놓고 방문을 활짝 열었다. 벌거벗은 채 둘이 껴안고 있는 모습은 정말 멋진 구경거리였다. 그 중에 한 짓궂은 신이 치욕을 당해도 좋으니 자신도 아프로디테와 함께 한번 그렇게 갇혀 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신들은 모두 박수를 치며 웃어댔다. 이 일은 두고두고 신궁의 유쾌한 이야기꺼리가 되었다.
아프로디테와 아레스의 밀통 장면은 신궁에서만의 구경꺼리가 아니었습니다. 보디첼리와 다비드등 수많은 화가들이 너도나도 이 이야기를 자신의 그림으로 그려냈지요. 신들처럼 직접 그 장면을 보지는 못했지만 인간들도 화가들의 생생한 그림을 통해 그 불륜의 장면들을 감상하게 되었답니다. 요즘 말로 하면 '즐감'하게 되었던 것이지요.
자기경영은 청동실로 정교한 그물을 짜서 자신의 바람기를 가두어 두는 것입니다. 하나의 욕망에 집중하도록, 욕망이 흩어지지 않도록, 오직 하나의 욕망에서 깊어지도록 만들어 두는 것입니다. 재주가 많은 사람들이 그 재주를 주체하지 못하고 여기저기 뿌리는 것을 볼 때 마다 안타까움이 있습니다. 재주는 오랫동안 다듬어져야 보석이 됩니다.
맹자에 '불영과불행'(不盈科不行)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웅덩이를 다 채우지 않고는 흐르지 않는다'라는 뜻입니다. 제가 참 좋아하는 말입니다. 과(科)는 원래 웅덩이를 말합니다. 물이 앞으로 나아갈 때, 웅덩이를 만나면 그 구덩이를 다 채운 다음에야 흘러가게 되어 있습니다. 건너뛰지 않습니다. 건너뛰는 것이 이치가 아니라는 것이지요. 이 우직한 정도(正道)가 바로 자신의 재능을 다듬어 갈 때의 자세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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