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승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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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여름을 평생 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가장 더운 여름에 나의 내면은 찬바람을 맞으며 추위에 떨어야 했습니다. 작년부터 시작된 삶의 겨울은 올해 여름에 절정에 달했습니다. 나를 얼어붙게 만든 바람의 이름은 무기력과 무능력 그리고 무가치함이었습니다. 아마도 이 세 가지가 겨울과 같은 삶의 특징인 것 같습니다. 세 가지 중 하나에 시달릴 때도 있고, 두 가지 이상이 함께 작용하여 괴롭힐 때도 있습니다.
인생에 겨울이 찾아왔음을 자각했을 때, 나는 이 겨울을 어떻게든 피하고 싶었습니다. 여기서 빨리 빠져 나오기 위해 발버둥쳤습니다. 하지만 허사였습니다. 그럴수록 내면의 고통은 겨울밤처럼 더 깊어졌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부터 이 겨울을 피하려고 노력하지 말고 충실히 겪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것은 내게 놀라운 정신적 전환이었습니다. 이런 전환을 하는 데 도움을 준 책이 파커 J. 파머가 쓴 <삶이 내게 말을 걸어올 때>입니다. 파머는 “뒤에서 길이 닫히는 것에는 우리 앞에서 길이 열리는 것만큼이나 많은 교훈이 들어 있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입니다.
"길이 닫힐 때면 불가능을 인정하고 그것이 주는 가르침을 발견해야 한다.
길이 열릴 때면 그 가능성을 인정하고 우리 인생의 가능성에 화답해야 한다."
인정하기 싫었지만, 그래서 닫힌 문을 열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이제는 길이 닫혔음을 압니다. 이 사실을 인정하고 나서야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이 깨달음은 처음에는 인정하기 싫은 모습으로 다가왔습니다. 왜냐하면 내 안의 어둠과 약점에 관한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이제 내 안에 빛과 어둠, 재능과 단점, 약함과 강함이 공존하고 있다는 걸 이해합니다. 그리고 이 모순을 수용하는 것이 온전한 존재로 성장하는 첫 걸음이라 믿고 있습니다. 겨울을 겪지 않았다면 이것을 이해할 수도, 이해하고 싶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겨울은 내 옷을 벗기고, 현재의 나란 존재의 바닥을 보여주었습니다. 파머의 말이 맞았습니다.
“겨울에 숲속으로 걸어 들어가면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여름의 푸르름이 시야를 가로막던 것과 달리, 한 그루씩 또는 한꺼번에 나무들의 또렷한 모습을 볼 수 있다. 또 그들이 뿌리내린 땅을 볼 수 있다. (…) 겨울은 눈앞의 풍경을 깨끗이 치워준다. 혹독하긴 하지만, 그럼으로써 우리에게 자기 자신과 서로를 더 분명하게 볼 수 있는 기회, 우리 존재의 밑바닥까지 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나를 미치게 할 뻔 한 겨울은 가장 힘든 계절이지만, 귀한 선물을 주는 계절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나는 겨울을 빠져 나온 걸까요? 그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내가 겨울 속으로 충분히 들어갔는지가 중요합니다. 이 겨울을 충실히 겪는다면, 언젠가 내게도 길이 열릴 거라 생각합니다. 겨울 속에서 제대로 단련한다면, 그리고 겨울이 준 선물을 온전히 내재화한다면 그 가능성에 화답할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좋은 책은 읽을 때마다 더 깊은 가르침을 줍니다. <삶이 내게 말을 걸어올 때>가 바로 그런 책입니다. 이것이 작년 10월에 이 책을 소개했음에도, 다시 한 번 소개하는 이유입니다. 지금, 삶의 겨울을 보내고 있는 분들과 함께 나누고 싶은 책입니다.
* 파커 J. 파머 저, 홍윤주 역, 삶이 내게 말을 걸어올 때, 한문화, 2001년
* 홍승완 트위터 : @SW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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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 겨울이 찾아왔음을 자각했을 때, 나는 이 겨울을 어떻게든 피하고 싶었습니다. 여기서 빨리 빠져 나오기 위해 발버둥쳤습니다. 하지만 허사였습니다. 그럴수록 내면의 고통은 겨울밤처럼 더 깊어졌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부터 이 겨울을 피하려고 노력하지 말고 충실히 겪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것은 내게 놀라운 정신적 전환이었습니다. 이런 전환을 하는 데 도움을 준 책이 파커 J. 파머가 쓴 <삶이 내게 말을 걸어올 때>입니다. 파머는 “뒤에서 길이 닫히는 것에는 우리 앞에서 길이 열리는 것만큼이나 많은 교훈이 들어 있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입니다.
"길이 닫힐 때면 불가능을 인정하고 그것이 주는 가르침을 발견해야 한다.
길이 열릴 때면 그 가능성을 인정하고 우리 인생의 가능성에 화답해야 한다."
인정하기 싫었지만, 그래서 닫힌 문을 열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이제는 길이 닫혔음을 압니다. 이 사실을 인정하고 나서야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이 깨달음은 처음에는 인정하기 싫은 모습으로 다가왔습니다. 왜냐하면 내 안의 어둠과 약점에 관한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이제 내 안에 빛과 어둠, 재능과 단점, 약함과 강함이 공존하고 있다는 걸 이해합니다. 그리고 이 모순을 수용하는 것이 온전한 존재로 성장하는 첫 걸음이라 믿고 있습니다. 겨울을 겪지 않았다면 이것을 이해할 수도, 이해하고 싶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겨울은 내 옷을 벗기고, 현재의 나란 존재의 바닥을 보여주었습니다. 파머의 말이 맞았습니다.
“겨울에 숲속으로 걸어 들어가면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여름의 푸르름이 시야를 가로막던 것과 달리, 한 그루씩 또는 한꺼번에 나무들의 또렷한 모습을 볼 수 있다. 또 그들이 뿌리내린 땅을 볼 수 있다. (…) 겨울은 눈앞의 풍경을 깨끗이 치워준다. 혹독하긴 하지만, 그럼으로써 우리에게 자기 자신과 서로를 더 분명하게 볼 수 있는 기회, 우리 존재의 밑바닥까지 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나를 미치게 할 뻔 한 겨울은 가장 힘든 계절이지만, 귀한 선물을 주는 계절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나는 겨울을 빠져 나온 걸까요? 그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내가 겨울 속으로 충분히 들어갔는지가 중요합니다. 이 겨울을 충실히 겪는다면, 언젠가 내게도 길이 열릴 거라 생각합니다. 겨울 속에서 제대로 단련한다면, 그리고 겨울이 준 선물을 온전히 내재화한다면 그 가능성에 화답할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좋은 책은 읽을 때마다 더 깊은 가르침을 줍니다. <삶이 내게 말을 걸어올 때>가 바로 그런 책입니다. 이것이 작년 10월에 이 책을 소개했음에도, 다시 한 번 소개하는 이유입니다. 지금, 삶의 겨울을 보내고 있는 분들과 함께 나누고 싶은 책입니다.
* 파커 J. 파머 저, 홍윤주 역, 삶이 내게 말을 걸어올 때, 한문화, 200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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