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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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담한 눈이 온 산야를 뒤덮었습니다. 오늘 외부에 강의를 가는 날이라 차를 미리 마을에 세워두었습니다만, 다시 산중에 갇혔습니다. 그대 하루가 미끄러움에 걸려 넘어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지난 주 ‘자자’ 이야기에 많은 분들이 함께 안타까워하고 응원해주시며, 그 결과를 알고 싶어했습니다. 하여 오늘은 ‘자자’와 ‘산’ 이야기를 조금 더 들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자자’는 아직 뒷다리를 쓰지 못합니다. 대신 토끼처럼 앞발로 깡총깡총 뛰면서 제법 빠르게 이동하는 방법을 익히는 듯 합니다. 나는 다만 그의 변화를 기도하고 있습니다. 또한 다만 그의 삶을 지켜보고 있을 뿐입니다.
‘산’이에게는 큰 변화가 있습니다. 그는 옹달샘 옆 느티나무 근처에 따로 마련해놓은 개 집에 묶여 살고 있습니다. 너 닷새 간헐적으로 처절하게 부자유에 항의하며 울부짓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밥을 줄 때마다 그에게 일렀습니다. “너는 아직 멀었다. 너로 인해 무너진 한 생명에 대한 죄값을 용서받으려면 너는 아직 멀었다. 그것을 깨닫지 못하면 너는 이렇게 평생 묶여 살아야 할 것이다.”
오후에 ‘산’의 집 옆을 지나쳐 아궁이에 불을 지피러 가면 산은 내게 온갖 애교를 부려도 보고 울부짖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나는 무심히 녀석의 눈을 응시하며 또 반성을 촉구하는 말을 툭 던지며 지나치곤 했습니다. ‘자자’는 나만 졸졸 따라오는데, ‘산’의 집 옆을 멀리 돌아 기어서 아궁이로 오곤 했습니다. ‘산’에 대한 일종의 트라우마일 것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던 중 드디어 어제 특별한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자자’가 아궁이 옆으로 따라오다가 ‘산’ 근처로 가는 것입니다. 나는 경계하며 ‘산’을 지켜보았습니다. 여차하면 ‘산’을 제압할 준비를 하면서.
조심스럽게 다가오는 ‘자자’를 응시하던 ‘산’이 그의 주둥이로 ‘자자’의 몸 냄새 전체를 샅샅이 맡습니다. 이어서 ‘자자’의 목덜미를 중심으로 털 고르기를 해줍니다. 그것이 좋았는지 ‘자자’는 제 배를 드러내놓고 여기저기 몸 구석구석을 산의 주둥이에 맡깁니다. 그렇게 한 십여 분 둘이 놀았습니다. ‘산’과 ‘자자’의 심중에 어떤 변화가 있는 것인지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앞으로도 그렇게 지켜볼 뿐, 그들이 되어 이해하기는 어려울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산이 이제서야 자기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기 시작했다는 느낌입니다.
농담처럼 나는 인간과 사람을 조금 다른 의미로 구분하여 쓰곤 합니다. 농사를 짓거나 식물을 가꿔본 경험이 있다면 그는 사람, 없다면 그는 인간. 자기 혹은 타인의 자식을 포함해서 생명을 키워본 이는 사람, 아직 아니라면 그는 인간. 좀 억지스럽게 느껴질지 모릅니다. 그러나 나는 그만큼 생명을 경험하는 것이 얼마나 자기 경영과 성장에 중요한 것인지를 강조하는 이인 것입니다. 매를 때리고 돈을 주면 된다고 생각한 어느 기업가의 뉴스에 가슴이 아팠습니다. 땅을 샀으니 그 위에 법의 테두리에서 내가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믿는 귀농자들을 목격하는 것도 가슴이 아팠습니다. 규모와 가격경쟁력으로 재래시장이나 영세상인들의 삶을 사막으로 몰아대더라도 그것이 시장이니 문제 없다고 생각하는 마케터들의 차가운 영혼이 섬뜩했습니다. 우리가 믿는 자기경영과 성장이 그런 것이라면, 그것으로 내 삶은 풍요해진다고 믿는 것이라면, 내 아이세대가 어른으로 살아가야 할 그 시간은 얼마나 아플까요?
오직 발정과 번식에 경도되었던 개 ‘산’이 ‘자자’를 품는 모습이 단 한 번의 기억으로 사라지지 않기를, 나의 표현대로 우리 사는 이 세상이 능력 있는 인간보다 따뜻한 사람이 많아지기를! 하여 오늘도 외칩니다. ‘그대 성장이 생명과 함께 하세요!’ 나는 늘 그렇게 사람인 그대를 보고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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