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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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의 영웅에 대하여 오미경
‘일하면서 배우자’ 라는 슬로건 아래 베쑨을 비롯한 의료병들은 엿새동안 105건의 수술을 행했다. 베쑨은 하루 평균 20건에 달하는 강행군의 수술을 행하고 수술이 끝난 이후에는 의료요원들을 위한 강의를 한시간씩 했다. 밤잠을 자지 않고 의학교재를 써서 현장에서 공부하고 바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그가 중국에 머물렀던 기간은 약 22개월이다. “늘 격렬하면서도 우아한 불꽃으로 타오르는 것” 베쑨이 숭배했던 페이터의 말대로 살다가 떠났다.
베쑨은 보통의 한 인간이었다. 하지만 그를 바꿔놓은 것은 결핵으로 죽음 문턱까지 갔다 온 후부터였다. 죽음을 맛보았으니, 이제 그의 영혼은 자유로웠다. 무엇이 옳은지 그른지를 판단하면서 자신의 신념대로 믿고 행했다. 그의 삶은 그를 넘어선 이웃에게로 사회로 스며들었다. 불합리한 의료제도의 변화를 알리고 수술실에서의 불편함을 체험하고 수술기구를 발명하게 되고, 환자가 찾아오기를 기다리지 말고 직접 환자를 찾아 나서야 한다는 의사의 사명감을 강조했다. 죽음의 문턱에서 다시 소생한 베쑨은 자신의 안락과 보존을넘어서 이웃과 사회속으로 민중속으로 뛰어든 실천하는 삶이었다. 자신을 넘어선 생명과 인간에 대한 숭고한 사랑이 그가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게 만들었다.
‘말할 시간에 일을 더 하라.’는 베쑨의 말은 행동하는 실천인을 뜻한다. 아는 것을 실천에 옮기는 삶은 말하기 가장 쉬우면서도 행하기는 어렵다.
영웅이란, 아는 것을 실천하는 사람이라고 내 나름의 정의를 내린다. 누구나가 안다. 어떠한 삶이 본보기고 어떻게 사는 것이 훌륭한 것인지를, 책을 읽어서 알고 배워서 알고 미디어를통해서 안다. 하지만 안다고 해서 실천하는 삶이 얼마나 있을까? 앎과 행동이 함께 하는 삶이야말로 영웅이라 할 수 있다.
우리 주위에는 작은 영웅들이 많다.
주말마다 노인들의 영정 사진을 찍어주는 이름없는 사진작가. 배고픈 노인들을 위해 주말마다 자신의 가계로 무료 짜장면을 대접하는 짜장면집 주인아저씨. 거동 못하는 노인들을 위해 급식을 날라다 주는 자원봉사 아주머니들. 서울 변두리 판자촌 아이들을 대상으로 무료 공부방을 운영하고 있는 선생닌들. 일본에서 어학연수를 하던 중 지하철 선로에 떨어진 취객을 구하려다 목숨을 잃은 고 이수현씨. 열차에 치일 뻔한 아이를 구하려다 두 다리를 잃은 철도원 김행균씨, 어린이들에게 낮은 곳에서의 삶이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강아지똥의 작가 권정생 선생님. 아프리카 톤즈 아이들 손에 무기대신 악기를 들려주고 학교를 세우고 의료봉사를 하면서 그들과 함께 하는 삶이 행복하다고 말했던 고 이태석 신부 등등...
그들의 공통점은 앎을 실천하는 사람들이었다. 자신의 일상이 자신에게 국한되지 않고 자신을 넘어선 이웃들과 함께 나누고 실천으로 옮기는 사람들이다. 나는 그들을 작은 영웅들이라 부른다.
큰 영웅, 작은 영웅을 떠나서 자신의 삶을 이웃과 사회에서 함께 숨을 쉬고 실천하는 삶이 작은 영웅이어도 현대의 영웅들이다. 현대에는 큰 영웅이 아니라 함께 나누는 삶을 살아가는 작은 영웅들이 많이 있어야 한다.
“모든 이론들이 실천이라고 맑고 깨끗한 빛에 종속되도록 합시다. 이럴 때 비로소 우리의 개념들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 닥터 노먼 베쑨 -
진정한 영웅은 혼자 빨리 가는 것보다 함께 멀리 오래 가는 것을 실천한다. 자신이 불씨가 되어 타올라 자신을 비추고 이웃을 사회를 전세계를 비추어 나가는 실천하는 삶이다. 현대는 큰 영웅보다는 수많은 작은 영웅들이 있어야 한다. 작은 영웅은 나 자신일 수도 있고 이웃에 살아가는 어린이부터 대학생에 이르기까지, 가깝게 지내는 지인들과 친구들, 배움을 주고 받는 스승과 제자들 일 수 있다.
작은 것이라도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함께 나누고 실천하는 삶이 이 시대의 진정한 작은 영웅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