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꽃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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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의 영웅에 대하여
지난 금요일 큰아이의 초등학교 졸업식이 있었다.
아이의 첫 입학식만큼 졸업식도 설레고 긴장되는 마음이 일었다.
우리 아이들이 다니고 있는 학교는 북한산 국립공원 안에 있는 북한산 초등학교다.
행정구역상 분명 서울에 있는 공립학교지만 웬만한 시골 초등학교보다 더 시골 학교 같은 소규모 학교다.
올해 6학년 졸업생은 모두 28명, 1학년때부터 한 반에서 미운정, 고운정 다 들었던 녀석들이다. 아이들이 적으니 졸업식도 전교생이 강당에서 모여 화기애애하게 진행됐다.
교장선생님이 일일이 한명 한명 불러 졸업장을 나눠주시고 이런저런 명목의 상장, 표창장들도 모두 하나씩 사이좋게 나누어 탔다.
거기다 또 모든 아이들이 하나하나 무대에 올라 직접 자신의 꿈을 발표하는 시간도 가졌다.
자신의 꿈은 무엇이며 그 꿈을 이루기 위해 5년후,..10년후....40년 후 나의 모습은 어떻게 변해가고 있을지 발표를 했다.
아이들의 개성만큼이나 꿈도 각자 다양했다.
가수가 되는 꿈, 프로게이머가 되는 꿈, 목수가 되는 꿈, 요리사, 파티플래너, 의사,교수,외교관 각자 자기의 꿈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정진하겠다는 다짐의 말로 발표를 마쳤다.
엄마로서, 학부모로서 아이들의 꿈을 듣고 있자니 귀엽기도하고 대견스럽기도 하고 여러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28명 아이들 대부분이 자신의 꿈이 무엇인지 대중앞에서 당당히 말할 수 있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많은 노력과 인내가 필요하다는 것은 어느정도 알고 있는 것 같은데 막상 그 꿈을 이룬 이 후의 인생에 대해서는 모두가 막막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물론 아직 어린아이들이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거의 모든 아이들이 자신의 꿈을 이룬 후 그저 돈을 많이 벌어 남은 인생, 노후를 풍족하고 안정적으로 보내야겠다는 말로 그들의 인생계획을 마무리했다.
개인의 꿈을 이룬 이 후, 그 포스트 라이프는 어떻게 꾸려가야 할 것인가? 내 개인의 꿈 속에는 사회의 꿈, 세계의 꿈, 인류의 꿈이 포함되어 있어야 한다.
그저 성공한 개인으로서 인생을 마무리 할 것인가, 영웅으로서 재탄생하여 역사에 남을 것인가는 꿈의 확장여부에 달려있다.
닥터노먼베쑨이 만약 유명한 흉부외과의로서 만족하고 캐나다에서의 의사생활을 계속했다면 물론 그는 성공한 의사로 부와 명성을 쌓으며 남부럽지 않은 여생을 즐기다 갔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거기에서 만족하지 않고 사회의 빈곤계층,억압받는 계층에 눈돌려 국가와 사회가 나서서 이들을 구제할 것을 설득하고 행동에 나섰다. 나아가 인류 공공의 적인 제국주의를 타파하기위해 스스로 행동에 나섰다.
현대의 영웅은 과거처럼 전쟁에 나가 공을 세우거나 모두가 우러러 볼 만큼 요란한 성과를 내기만 하는 사람이 아니다. 민족과 국가, 인종을 초월해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꿈을 사람들의 가슴에 심어주눈 사람이 현대의 영웅이 아닐까.
내 아들은 목수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한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자기는 죽을 때까지 은퇴하지 않고 목수일을 계속하며 살 것이라고 한다.
그 꿈이 커서도 계속 이어질지 앞으로 자꾸 바뀌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내 아들의 꿈, 모든 아이들의 꿈을 혼자만의 꿈이 아니라 가족의 꿈, 사회의 꿈, 세계의 꿈으로 확장시켜 나가는 방법, 그리고 꿈을 꾸는 모든 이들이 이세상의 영웅이 되는 방법을 찾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