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지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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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우시스Zeuxis 는 그리스의 이름난 화가다. 어느 날 포도를 그려 놓았더니 진짜인 줄 알고 새들이 달려들어 쪼아 먹으려했다. 화가는 우쭐해졌다. 자신이 그리스 최고의 화가라는 것을 입증한 셈이다. 제우시스에게는 그 만큼 그림을 잘 그리는 한 사람의 경쟁자가 있었다. 파라시오스 Parrahsios라는 화가였다. 파라시오스는 이 이야기를 듣더니 대수롭지 않게 "나는 새 뿐만 아니라 사람도 속일 수 있다"고 말했다. 제우시스는 불쾌해졌다. 그래서 파라시오스의 작업실로 찾아가 그 증거를 보여 달라고 말했다. 파라시오스는 '그림은 저 커튼 뒤에 있어' 라고 말했다. 제우시스가 다가가 커튼을 열어젖히려다가 자신이 속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 커튼이 바로 그림이었던 것이다.
이 일화는 예술적인 경쟁심을 과장하여 만들어 낸 이야기일 겁니다. 그리스인들은 사람들 끼리 경쟁하게 만드는 것을 좋아했던 모양입니다. 조각가들의 경우 경쟁할 주제를 정하고 우승자에게 상을 주었고, 건축가의 경우도 설계도를 중심으로 공개 경쟁을 한 후에야 계약이 체결되었습니다. 운동 경기를 통해 승자를 가리듯 고대 그리스인들은 경쟁을 통해 극작가를 선정하기도 했습니다. 요즘 많이하는 공모전은 틀림없이 그리스에 근원을 둔 개념인 것 같군요.
'노동과 나날'의 저자인 헤시오도스는 인간에게 두 가지 경쟁이 있다고 말합니다. 하나는 사악한 경쟁입니다. 논쟁과 전쟁, 폭력을 야기하는 경쟁입니다. 또 하나의 경쟁은 사악한 경쟁 보다 유익한 경쟁으로 게으름을 이기게 하는 경쟁입니다. 예를 들면 이웃이 부유하게 사는 것을 보고 그 보다 더 잘살기 위해 열심히 일하는 것과 같은 경쟁을 말합니다.
헤시오도스는 두 번째 경쟁의 개념을 좋아했던 모양입니다. 게으른 남동생에게 경쟁의 여신 에리스를 마음에 모시라고 늘 당부했으니까요. 니체도 '헤시오도스의 야망의 여신 에리스가 그리스 천재들에게 날개를 달아 주었다' 라고 말했지요. 경쟁이 더 나은 작품을 만들게 했다는 뜻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경쟁의 여신인 에리스는 불화의 여신이기도 합니다. 경쟁과 불화가 같은 차원의 것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 뜻은 경쟁이 아주 쉽게 불화로 전환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자기경영은 자신의 과거와의 경쟁입니다. 다른 사람과의 경쟁 보다 자신의 과거와의 경쟁은 내면적이며 보다 치열합니다. 상대에 관계없이 자생 성장하는 것이며, 남과 경쟁하는 것이 아니니 서로 불화할 필요도 없습니다. '쉽게 깨어져 사라지지 않을 아름다움'에 몰두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자신의 과거와 경쟁하여 나아질 때, 비로소 '어제보다 아름다운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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