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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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키우는데 아빠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있습니다. 바로 몸놀이입니다.
아내는 아이의 먹고 자고 입는 일상을 챙기는데 능숙한 반면에 몸놀이는 힘들어합니다.
특히나 사내아이라면 녀석의 넘치는 활동에너지를 받아주기가 벅차기 마련이지요.
옛날에는 아이들을 그냥 두어도 잘만 나가 놀았는데 요즘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왜냐하면 동네에 아이들과 골목이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내 아이를 먼저 나가게 해 아이들을 모으고, 사라진 골목을 되살리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쉽지는 않습니다.
그때까지 기다릴 수 없는 아이들은 더욱 아빠와의 몸놀이를 필요로 합니다.
<아빠와 함께 하는 하루 10분 생활놀이>의 저자 권오진은
"하루 10분의 아빠 놀이만으로 아이의 활동 욕구를 채워줄 수 있다"고 말합니다.
책에는 224가지 초간단 놀이법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놀이 방법이 궁한 아빠들은 맘에 와닿는 것을 골라서 놀면 됩니다.
이것도 복잡하다 여겨지면 목욕을 추천합니다. 아빠의 피곤도 풀고 아이는 물놀이에 마냥 신나 할 것입니다.
저희는 그냥 싸우기 놀이도 자주 합니다. 진짜 싸우면 안됩니다.
놀이냐 아니냐를 판단하는 기준은 “아이가 웃음을 짓고 있는가?” 입니다.
칼싸움도 좋습니다. 7~8세 아이들이라면 축구놀이에 열광할 것이구요.
이도 저도 귀찮고 힘들때는 간단히 업어주는 것만으로도 아이와 교감을 나눌 수 있습니다.
'모든 놀이의 왕이 업어주기'라는 말까지 있습니다. 엄마들도 쉽게 할 수 있습니다.
업어주면 서로의 체온과 심장소리를 듣게 되어 화는 가라앉고 친밀감이 높아집니다.
못했던 이야기들을 서로 나눌 수 있고, 아이는 귀에다 비밀 얘기를 할 수 있습니다.
<태어나서 5년 4개월>
가을날 공원을 함께 걷다가 다리가 아프다는 민호를 아내가 업어줍니다.
오랜만에 업힌 민호는 너무 좋아했죠. 뭐라고 귀엣말도 하더군요.
전 흐뭇한 표정으로 뒤에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사진을 찍고는 제가 민호를 업었답니다.
"저기 나무까지 업어 줄께" 라고 한계를 정했습니다.
아빠가 슈퍼맨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주었죠.
민호도 알아듣고, 금새 기운을 차려 자기 몫의 길을 걸어갔습니다.
아이에겐 엄마, 아빠의 등이 충전기인가 봅니다.
이제는 업어줄 때마다 아이가 무거워 지는 것을 느낍니다.
벌써 쌀 한 포대 무게를 넘어섰습니다.
이제 업어줄 수 있는 날도 얼마 남지 않았군요.
가끔은 아무 이유없이 그냥 업어주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