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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월 14일 08시 45분 등록

 교황 다음으로 높은 의전관 비아지오 다 체세나 (Biagio da Cesena) 추기경은 교황의 발아래 엎드려 자신의 얼굴을 그 벽화에서 지워달라고 눈물로 애원했다. 그러자 교황 바오로 3세는 이렇게 말하며 그 청을 거절했다.

"내 아들아, 주님은 나에게 하늘과 땅을 다스릴 열쇠만 주셨다. 지옥에서 나오고 싶다면 미켈란젤로에게 가서 말해라"

추기경 체세나는 그로부터 500년 가까이 세월이 흘러갔지만 지금도 여전히 지옥의 뱀에게 붙들려 있다.

   로마의 시스티나 성당에 가면 천장에 '천지창조'가 그려져 있습니다. 1512년 10월의 마지막날 미켈란젤로는 4년 1 개월 동안의 초인적 작업 끝에 이 천장화를 완성합니다. 그리고 30년이 지나 이 성당의 정면 벽에 '최후의 심판'을 그립니다. 이때는 이미 미켈란젤로도 늙어 노구를 이끌고 7년간을 그려 이 그림을 끝내게 되지요. 맨 마지막 장면이 바로 문제의 체세나 추기경과 관련이 있었지요.

    당시는 가톨릭의 종교적 타락이 극심했고, 루터는 종교개혁을 시작했지요. 그 와중에 이탈리아의 르네상스가 진행되어 갑니다. 특히 추기경 체세나는 독선적이고 탐욕적이며 배타적이고 폭력적인 인물로 성직을 매매해 제 주머니를 채운 가장 대표적인 성직자였습니다. 미켈란젤로는 지옥의 판관 미노스를 벽화에 그려 넣을 때 이 타락한 성직자의 얼굴을 그대로 베껴 옮겨 놓았던 것입니다. 그런데 그 몰골이 악마와 같이 기괴하고 흉측하기 그지 없습니다.  손으로 만지는 모든 것을 황금으로 변하게 해달라고 요청한 어리석은 미다스왕의 당나귀 귀를 달고 벌거벗은 온 몸을 뱀이 휘감고 있는데 그 뱀의 머리는 체세나의 생식기를 깨물고 있지요.

체세나 추기경.jpg



모든 사람이 이 그림을 보고 깔깔거리고 통쾌해 했지만 본인은 정말 울고불고 난리가 났겠지요? 지금 같으면 이 끔찍한 사진이 인터넷에 유포된 셈인데, 이건 잠시 난리를 피우다 사라져 버리는 것이 아니라 500년 동안이나 시스티나 성당을 방문한 모든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되고 만 것이지요. 벗어날 길이 없는 사진이 찍힌 셈입니다. 그러나 그것을 보는 관람객은 웃고 손가락질 할 일만은 아닙니다.   체세나의 한 부분을 자신 속에 품고 있으니까요. 

    자기경영은 자신의 얼굴을 다른 사람이라는 거울에 비춰 보는 것입니다. '너에게 나를 비추어 보는 것'이지요. 보이는 것 뿐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훈련입니다. 밝은 곳도 보고 어두운 곳도 함께 보는 것입니다.

중세 페르시아의 시인  루미의  시 한편을 들어볼까요 ?

눈에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모든 것이
바로 너였다는 것을 나는 알지 못했다.
내 육체안에 있는 것은 언제나 너였다.
....
그리고 나는 이 세계 전부가
문득 너였음을 깨닫는다.

     비웃음으로는 얻지 못할 것은 받아들임으로 얻을 수 있기를.    빛을 향해 마주 서는 것이 우리의 할 일임을 잊지 않기를.   부디 우리가 사랑이기를.


주 : 미노스 왕은 미다스 (마이다스)왕과 다른 사람입니다.   미노스왕은 크레타의 왕으로 제우스와 에우로페 사이의 아들이지요.  미노스왕의 왕비인 파시파에가 포세이돈이 보낸 황소를 사랑하게 되고 그 사이에서 미노타우로스가 생기게 되어,  미궁을 지어 이 괴물을 가두게 되지요.  죽어서 지옥의 심판관이 되었기 때문에 미켈란젤로가  여기에 그려넣은 것입니다.   그런데 미켈란젤로는  체세나의 탐욕을 상징하기 위해  당나귀 귀가 된 황금의 손 미다스를 묶어 미다스+ 미노스+체세나를  하나로 합체시켜 버렸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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