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종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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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하지만 다른 방법이 없어. 회사를 위해서는 개인이 희생해야지.”
무거운 마음을 추스르며 집으로 향했습니다. 유난히 추운 이 겨울의 칼바람이 허술한 옷깃 사이로 사정없이 파고듭니다. 말한 사람도 미안했겠지요. 자기도 사람인데, 설마 아무렇지 않았을 라고요? 그리고 틀린 말도 아니지요. 개인의 사정을 봐주기 위해 회사가 희생하는 상황은 상상하기조차 힘드니까요. 그저 지난 10년의 회사 생활이 허무하고 아프게 느껴졌다고나 할까요?
집 앞에 다다랐을 무렵, 못 보던 가게 하나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언제 생겼는지 모를 작고 허름한 분식집입니다. 유리창에 달라붙은 하얀 성에 사이로 어두운 가게 안을 들여다보니 초점 잃은 눈으로 TV를 향해 앉아있는 주인 아주머니가 보입니다. 차갑게 식은 철판 속에는 언제 만들었는지 알 수 없는 떡볶이의 잔해가 뒹굴고 있습니다. 장사가 지독히도 안 되는 모양입니다. 그 짧은 순간 한심한 제 처지는 잊고 주제넘은 생각이 휘몰아칩니다.
‘저러니 장사가 안 되는 게 당연하지. 따뜻하게 난방부터 하고, 떡볶이는 먹음직스럽게 보글보글 끓이고, 맛있게 보이도록 조명에도 신경을 써야지. 앞치마부터 빨아야겠네. 시식 행사도 하고, 전단지도 돌리고……’
거침없이 생각이 달려나갑니다. 때로 생각엔 고삐가 필요하지요. 아주머니라고 왜 그런 생각을 안 해봤을까요? 그 동안 어떻게 해왔는지, 지금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지도 모르면서 함부로 쏟아내는 충고는 말 그대로 주제넘은 참견에 불과합니다. 누구보다 답답한 건 아주머니 본인이겠지요. 그러고 보니 타인의 처분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아주머니와 제 처지가 그리 다르지 않은 것 같아 가슴 한구석이 서늘합니다.
언젠가 신문에서 기사를 한편 읽은 적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자신이 하는 일에 비해 적은 급여를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설문 결과였는데요. 이 속에 숨은 직장인들의 마음을 짐작하는 일이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어쩌면 저를 포함한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받은 만큼 일하겠다는 얄팍한 마음을 갖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돈을 더 받으면 그만큼 더 일하겠다는 거지요. 하지만 일하기 전에 돈부터 더 받을 수 있는 기회는 좀처럼 찾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 모두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펌프에서 물이 쏟아지려면 마중물이 필요하듯, 더 높은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먼저 노력을 기울이는 선순환이 필요합니다. 초심이 바닥나기 전에 고객에게 발견된 사람이 운 좋은 사람이라면 고객들이 찾아줄 때까지 초심을 잃지 않고 버텨낸 사람은 성공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떡볶이 집 아주머니는 더 이상 지쳐 사업을 포기하기 전에 손님들에게 발견되는 행운을 만날 수 있을까요? 회사에 대한 원망을 접고 초심을 다시 끌어올려 이 상황을 버텨내면 저는 성공할 수 있는 걸까요? 추운 날씨 때문인지, 소주 한잔 생각이 간절한 하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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