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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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한 달 동안 나는 스님들 동안거 하시듯 오두막에 콕 처박혀 밀린 숙제에 전념하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마침 올 겨울이 유난히 춥고 눈도 많아서 오두막에 틀어박혀 있기에는 안성맞춤이었습니다. 숲에 몇 번의 눈이 쏟아졌고 추운 날씨 덕분에 쌓인 눈은 녹지를 않았으니 내려가는 일도, 이곳으로 올라오는 일도 쉽지 않은 겨울 시간이었습니다. 자연 왕래가 뜸하니 홀로 있기에 이보다 좋은 여건이 없는 한 달이었습니다. 작년보다 연료비가 두 배쯤 더 들어간 것을 빼면 참 좋은 겨울을 보낸 셈입니다.
이따금 눈 덮인 숲을 거닐며 즐거웠고, 뜨거운 아랫목에 배를 깔고 엎드려 수천 년 전의 선생과 책으로 만나는 일도 기뻤습니다. 겨울 오두막 생활의 재미 중에서는 겨우내 하루에 한 두 번씩 거실과 마루를 서성이면서 마당에 심어놓은 매화나무 꽃눈에 살 오르는 풍경을 보는 재미가 제일이었습니다. 매일같이 영하 14도는 기본일 만큼 추위의 끝이 보이지 않는 1월이었습니다. 하지만 매화나무 새 가지에 송송 맺힌 꽃눈은 그 추위 속에서도 제 살을 조금씩 조금씩 불리고 있었습니다. 어제 보고 오늘 보면 그 차이를 알 수 없으나, 일주일쯤 시간이 흐르고 나면 그 차이가 분명했습니다.
사람들은 꽃을 보고서야 봄을 느끼는 일에 익숙합니다. 그래서 도시에서는 개나리나 목련의 꽃을 보며 봄을 확인하는지도 모릅니다. 모든 변화를 주로 결과로 인지하는 습관에 익숙해서 그 변화의 결과에 이르기까지의 과정 속에 존재하는 중첩의 시간과 노고를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은 세상입니다. 목련이나 개나리가 이른 봄에 제 꽃을 피우기 위해 이미 오래 전부터 감당한 노고를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들이 피운 꽃의 눈은 사실 이미 그 전해 여름철에 무성한 잎사귀들 틈에서 만들어지고 대서의 뜨거움과 상강의 찬 서리, 소한과 대한의 혹독한 추위를 견디며 조금씩 부풀어올랐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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