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지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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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아주 기분이 좋다. 미켈란젤로가 이미 죽은 사람이라는 것을 어제 알았기 때문이다"
'톰 소여의 모험'으로 유명한 미국 작가 마크 트웨인의 말입니다. 그는 로마를 방문한 후 감동합니다. 그리고 그 인상을 그만의 유머로 표현한 것입니다. 누구든 로마를 방문한 사람들은 그 장엄한 인류의 문화 앞에 압도당할 수 밖에 없습니다. 마음의 눈이 날카로운 문인들과 예술가들은 더욱 그럴 수 밖에 없겠지요.
특히, 로마의 어디를 가든, 미켈란젤로의 손길은 특별합니다. 30대의 젊은 미켈란젤로는 시스티나 예배당의 천장에 '천지창조'를 그려 넣습니다. 그리고 산 삐에트로 성당(베드로 대성당)의 돔을 설계합니다. 세월이 지나 60살의 미켈란젤로는 다시 시스티나 예배당 제단의 뒤쪽에 '최후의 심판'을 그려 넣습니다. 63세 때 그는 다시 교황의 요청으로 로마의 일곱 언덕 중의 하나인 캄피돌리오 언덕을 재개발합니다. 그가 만들어 놓은 계단을 오르며, 그가 축조한 언덕의 건축물들이 점점 확장되어가는 황홀함에 접어 봅니다. 86살의 노년에 그는 다시 교황의 주문으로 '천사와 순교자의 성모 마리아' (산타 마리아 델리 안젤리 데이 마르틸리) 성당을 짓게 됩니다. 이 성당은 4세기 초 극심하게 그리스도교를 박해한 디오클레티아누스 황제의 목욕탕 위에 세워졌습니다. 고대 로마와 르네상스 의 융합을 상징하는 건물이기도 하고 미켈란젤로의 마지막 작품이기도 해서 이 성당은 현대 이탈리아 정부가 국장의 장례식장으로 쓰는 곳이 되었다는군요.
아마도 예술가에게 바치는 최고의 찬사는 '신의 손길'이라든가 '신과 운명이 가장 사랑한 사람'등으로 표현되어 왔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예술가가 예술가를 표현하는 가장 진실한 찬사는 어쩌면 '당신이 죽어 주어서 정말 기쁘오'라는 말이 아닐까 합니다. 동종의 분야에종사하는 사람의 질투와 찬사와 절망과 의욕이 혼재된 가장 인간적인 찬사일 것입니다.
자기경영은 질투와 찬사입니다. 그것이 바로 창조적 에너지의 원천이기도 합니다. 인간은 불완전 합니다. 그 불완전함 속에서 완전에 대한 꿈을 열망하는 단명하고 슬픈 존재입니다. 그러나 그 운명이 아름다운 이유는 스스로의 모자람에 절망하고, 조금 나은 다른 사람의 재능에 질투하고, 스스로 이룬 작은 성취에 도취하고, 그리고 다시 그 미천한 성과에 실망하다 다시 누군가의 위대한 성취에 자극을 받아 다시 한 번 해보겠다는 의욕으로 가득 차게 되기 때문입니다. 나는 질투와 찬사를 가슴에 품고 로마에서 돌아 왔습니다. 그것이 내 여행의 기쁨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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