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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2월 22일 23시 37분 등록

새로운 교육에 대하여

새로운 교육에 대하여 이야기하기 앞서 기존 교육의 문제에 대해 먼저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새로운 교육의 시작은 낡은 교육의 문제점을 직시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관습을 걷어내고 우리가 믿는 상식을 파괴해야 한다.

 

내가 보는 기존 교육의 문제점은 직선적 사고획일화된 주입식 교육이다.
직선적 사고는 유치원 중학교 고등학교를 거쳐 대학을 가는 교육 구조이다. 이 절차가 잘못되었다는 것은 아니지만 모든 교육의 목표가 좋은 대학진학에 두는 직선적 사고방식은 단언컨데 문제가 많다. 선행학습을 이유로 신나게 놀아야 할 초등학생들이 밤늦게까지 학원을 다닌다. 엄마들은 일등을 하라고 아이들을 괴롭힌다. 결국 좋은 중학교 좋은 고등학교를 거쳐 좋은 대학에 보내기 위해서가 아닌가? 우리들의 황금기. 그 아름다운 시간들을 우리는 좋은 대학이라는 목표 아래 정말이지 많은 것들을 포기하며 지낸다. 그 시절이 아니면 결코 할 수 없는.. 다시 오지 않을 청춘의 시간을 그렇게 날려버린다.

 

획일화된 주입식 교육은 일방적이고 단방향의 교육이다. 우리나라 주입식 교육의 피해에 대해서는 할말이 많다. 직접 피해를 겪은 피해자이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문학시간 우리는 시를 음미하기 보다는 밑줄을 그으며 특정 단어의 동의어를 찾았다. 영어시간은 몇백개의 단어를 암기하는 것으로 수업이 진행되었다. 시를 통해 인생의 즐거움을 깨닫고 영어로 자유롭게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건 꿈같은 얘기였다. 시를 음미하기 위해서는 타고난 시적 감수성이 있어야 했고, 영어로 의사소통을 하기 위해서는 선행학습이나 유학같은 값비싼 사교육이 필요했다. 주입식 교육으로 할 수 있는 건 인생에 큰 도움이 안되는 것들이였다.

 

한국에서 자라서 한국교육밖에 경험해 보지 못했지만 외국이라고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미국, 일본, 유럽등 여러 선진국가의 교육체제가 우리와 형태가 비슷하기 때문이다. 대입시험이 존재하고 대학마다 랭킹이 나뉘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세부적인 부분은 조금씩 다르겠지만 그 뼈대는 교육이라는 것이 좋은 대학을 보내기 위한 시스템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은 비슷할 것이다.

 

그렇다면 세게 곳곳에서 나타나는 이런 교육 시스템은 어디에 기반을 두고 있는 것일까? 그건 지난 세기를 돌아보면 된다. 산업화가 시작되었고 인구가 폭팔적으로 증가하였으며 글로벌이라는 이름으로 곳곳에 공장이 생기게 되었다. 이 시대에 필요한 교육은 창의적인 능력보다는 관리 능력이 중요했다. 교육은 이런 분위기에 맞춰 발전하였다. 표준 규격이 있고 모든 것이 시스템에 의해 동작한다. 산업화 시대에 재미를 톡톡히 본 그 시스템 말이다.

 

하지만 사람은 기계가 아니다. 사람이 패스푸드식 교육 시스템에 맞추기에는 개개인의 개성이 너무 강하다. 위태위태 유지되어 왔던 지난날의 교육은 이제 큰 변화의 문턱에 서있다.
멀리도 아니다. 우리나라를 보자. 대학생 입학률이 70%가 넘는 국가지만 대학을 나왔다고 원하는 곳에 취업할 수 있는가? 단언컨데 없다. 학사가 할일을 이제 석사가 하고, 석사가 할 일은 박사가 필요하게 되었다. 학업 인플레이션이 심각해졌고 일자리 구조도 변했다. 70%가 되는 대학생들이 모두 사무실에서 일할 수도 없고, 고도의 두뇌작업이 필요한 일을 할 필요도 없어진 것이다. 이 말은 인생의 황금기에 억지로 국영수 과목을 공부하면서 시간을 허비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대학을 졸업했다는 것은 이제 더이상 감투가 아니라는 것이다.

 

 

자 그럼 이제부터 새로운 교육에 대해 이야기 해보자. 앞에 이야기 했듯이 그저그런 대학을 나온다는 건 어떻게 보면 인생의 큰 낭비가 되는 시대가 되었다. 분명히 그런 시대가 오고 있다. “왜 공부하니?” “대학가기 위해서요”. 아니다. 틀렸다. 이제 그런 말은 어울리지 않는 시대다. 정말 공부가 즐겁고 학문의 뜻이 있지 않다면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해야 한다. 학업에 짓눌리는 학생들, 성적 때문에 참교육을 하지 못하는 선생님들, 일등 하지 못한다고 자식을 다그치는 부모들 모두가 피해자다. 이제 모든 것을 하나하나 뒤짚어 보고 뜯어 고쳐야 한다. 이쯤되면 교육 혁명이 필요하다.

 

혁명. 모든 것을 바꾸는 혁명이 필요하다. 새로운 교육을 위해서는 작은 변화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몇번의 시도로 끝나버렸던 여러 교육 정책들을 생각해보자. 내신을 강화해보기도 하고 학생 인권조례를 발표하기도 해봤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를 바로잡지 않고서는 꿈적도 하지 않는다. 기득권의 무관심과 여러 교육단체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문제이다. 또한 지금까지 잘 돌아갔던 사회를 바꾼다는 것에 대한 내부적인 반발도 심할터이다. 상식, 익숙한 것을 뒤엎을 거대한 바람이 필요하다.

 

가장 먼저 할 일은 지금의 입시체계를 바꾸는 것이다. 갈릴레이 갈릴레오가 ‘그래도 지구는 둥글다’라고 말했던 것처럼 아주 혁명적으로 바꾸어야 한다.


국영수뿐만 아니라 다양한 방면의 재능을 확인하는 평가 시스템이 필요하다. 국영수만 잘해서 대학을 가는 시스템의 변화가 필요하다. 우리 사회는 국영수를 잘하는 사람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마음이 따뜻한 사람도 필요하고 글을 잘 쓰는 사람도 필요하다.
대학 구조 역시 변화가 필요하다. 지금의 수직구조의 종합대학 형식이 아닌 특정 학문에 특화된 학원식 교육의 장이 필요하다. 무슨 대학을 나왔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무엇을 배웠는지가 중요한 요소가 되어야 한다. 한예종, KAIST 같은 특화대학은 좋은 예가 될 것 같다. 그리고 학생의 70%나 수용할 수 있는 대학의 수도 문제다. 부실하고 문제가 있는 대학은 퇴출되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는 사회분위기가 마련되어야 한다. 왜 부모들이 자식들에게 기를 쓰고 공부를 시키는 것일까? 괴롭히는 것이라고? 아니다 자식을 정말 사랑해서이다. 자신의 노후까지 포기하면서 자식 교육을 위해 모든 걸 던지는 부모들을 보면 가끔 숭고함마저 느낀다. 부모들에게 자식이 대학을 나오지 않는다는 것은 곧 사회의 낙오자가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들에게 그렇지 않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대학이 바뀐다면 중학교 고등학교 교육 역시 자연히 바뀌리라 생각한다. 이제 국영수 과목을 조금 줄이자. 대학 진학률의 압박에서 조금 벗어나 보자. 그리고 그 시간을 아이들의 창의성에 투자해 보자. 토론을 하고 기발한 생각들을 할 수 있게 도아야 한다. 실패과 창의성과 동의어는 아니지만 실패를 격려하고 도전을 장려해야 한다.


혹자는 학교 경쟁력이 떨어지면 어떻게 하냐고 반문한다. 하지만 그건 정말 바보같은 질문이다. 이제 국영수만 잘한다고 잘사는 사회는 지났다. 고차원적인 생각과 창의적인 발상이 더욱 중요해진 시대로 변해가고 있다. 시대가 변하고 경쟁력 지수가 바뀌는데 예전 기준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 5년전의 모습을 기억해보자. 스마트폰도 없었고 테이크아웃 커피도 없었으며 3D 영화관도 없었다. 교육은 더욱 근대적이고 암담했다. 그리고 지금을 생각해보고 앞으로 5년 후의 미래를 상상해보자. 국영수 위주의 암기식 교육이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우리의 대화는 여기서 끝이다. 기업은 매일 혁신을 외치고 창의력 inovation을 외치는데, 왜 교육은 이렇게 변화가 더딘지 아쉽다.

 

중학교 3년간 가장 기억에 남는 수업은 도덕 선생님의 ‘핵폭탄 이야기’였다. 얼마나 집중해서 들었던지 몇달 동안 핵폭탄에 대해 찾아봤다. 같은 반 친구 몇명과 함께 백과사전을 뒤지고 당시의 일본의 역사와 2차 세계대전에 대해 공부 했었다. 말그대로 자기주도 학습이였다. 시험에 나오지는 않았지만 전쟁의 잔혹함과 핵폭탄의 원리에 대해 하나하나 알아가는 기쁨은 대단한 것이였는데, 선생님의 작은 이야기 하나가 나와 내 친구들에게 스스로 학습의 즐거움을 알려주었다.

 

고등학교 3년간 가장 기억에 남는 선생님은 수업에 ‘멋’에 대해 설명했던 신입 국어 교사였다. 우리가 왜 ‘멋’있게 살아야 하는지, 자신의 행동이 ‘멋’스러운지 항상 생각하라는 이야기를 자주 하셨는데 아직까지 내 마음속에 ‘멋’이라는 단어가 떠나지 않고 있다. 그 신입교사는 성적에 연연해하지 말고 멋스럽게 자유롭게 살라는 이야기를 많이 했었다. 그리고 이러저리 노력해도 변하지 않았던 교육계를 6개월만에 박차고 나가버렸다. 그 행동이 난 정말 멋지다고 생각했다.

 

이 이야기를 꺼낸 건 무엇이 교육인가에 대해 생각해 보기 위해서다. 중고등학교 6년간 무수히 많은 시간을 국어와 영어와 수학을 공부했지만 지금 머리에 남는 것은 거의 없다. 엄청난 양의 미분과 적분 문제를 풀어댔지만 지금은 공식이 어떻게 되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도대체 내 머리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궁금하다. 그렇게 잠을 참아가면서 공부를 했건만, 그리고 몇백권의 문제지를 풀었건만 기억이 안난다니 도무지 이해가 안된다. 더 이상한 것은 핵무기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는 기억이 난다는 것이다. 핵이 무엇이고 폭탄이 무엇인지는 학교에서 배운적도 없다. 52560시간(6년중) 단 한시간 도덕시간에 들은 이야기가 전부이다.

 

그럼 지금 무엇인가 사업을 시작하거나 아이디어를 구상할 때 무엇이 도움이 될까? 인생을 살면서 창의적인 작업이 필요할 때 미분과 적분이 기억이 날까? 손바닥을 맞으면서 외웠던 영단어가 도움이 될까? 아니다. 그런 것들은 단지 대학을 가기 위해 억지로 해왔던 것들일 뿐이다. 그것 때문에 내 머리가 좋아지고 지혜가 늘어났다고 믿지 않는다. 다만 참을성 인내력 부조리에 대한 타협만이 늘었을 뿐이다.


창의적인 일이 필요할 때는 자기가 직접 깨우쳤던 경험들이 중요하다. 흥미를 일깨워 주었던 선생님들의 이야기들, 참교육을 실현하기 위한 신입 교사의 행동들이 나를 키우고 지적으로 만들어 주었다. 음악 예술 같은 창의적인 수업들은 시간을 낭비하는 교육이 아니다. 천천히 그리고 우리 인생전반을 찬란하게 밝혀줄 지혜의 교육이다.

 

그래서 이제부터 창의적인 교육을 해야한다. 대학진학이라는 목표로 아이들에게 국어, 영어, 수학을 강요하지 말아야 한다. 미래의 시대는 사람들 각자의 개성이 드러나고, 서로다른 능력끼리 시너지를 발휘하는 세상이 올 것이다. 지금의 획일적인 교육을 탈피하고 전인적인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시간이 많이 남은 것 같지 않다. 미국의 총기난사 사건, 우리나라의 왕따사건이나 학생 자살사건들을 보고 있으면 하루빨리 교육개혁이 필요해 보인다.

 

새로운 교육은 이제 생존의 문제이다. 교육이 더욱 진지해지고, 더욱 창의적이며, 더욱 사람들을 자유스럽게 하길 바라면서 아래의 격언을 마지막으로 옮겨 적어본다.

 

강제로 주입된 지식은 결코 뿌리를 내릴 수 없다. –조웨트

IP *.254.7.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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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24 11:11:10 *.236.20.55

공교육에 불만이 많으시군요. 100퍼센트 공감입니다.

저희 아이가 한예종에서 미술 공부를 했는데요...

졸업후가 암담합니다... 미술 시킨 거 가끔은 후회됩니다

예술가도 먹고 살 수 있는 세상이 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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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25 13:23:45 *.62.172.1
아내와 제가 선택한 방법은 1)원하는 교육환경을 찾아 파주로 이사온 것 2) 집에 TV를 DVD만 나오게 한 것 3) 책으로 거실을 둘른 것입니다. 잘 한 선택인지 앞으로 무엇을 더 해야 하는지 늘 고민입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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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25 18:12:09 *.185.21.47

정말 멋~~진 국어선생님을 만나셨군요.

멋있게 사는 것에 가르쳐 주셨던 그 말씀이

평생 가슴에 새기고 살만큼.

참좋은 교사는 학생들에게 꿈을 심어주네요.


새로운 교육이 생존의 문제다 라는 말씀에 공감합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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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25 22:00:56 *.58.97.136

6년의 시간을 꼼꼼히 계산까지 하시고... ^^ 님의 글을 읽으니까 저의 중고등시절도 생생하게 되살아나네요..

귀한 글 잘 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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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26 15:41:22 *.177.81.203

'멋'을 가르쳐주시던 선생님께서 조금만 더 학교에 계셨더라면 어땠을까요.....

돌아보니 아, 좋다라고 했던 선생님들은

어늘 날 보니 다들 학교에서 떠나 계시더라구요....

갑자기 선생님들이 그리워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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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3.01 06:55:04 *.35.252.86

"교육은 정말 생존의 문제이고"

"강제로 주입된 교육은 결코 뿌리내릴 수 없다"

 

공감 100배입니다.

 

가슴이 답답해지고 또 먹먹해지는 이야기네요.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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