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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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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2월 23일 01시 32분 등록

벌써 몇 년째 혹독한 수행이 계속되고 있었다. 바기라타 왕 스스로가 자처한 일이었다. 그는 모든 음식을 끊은 채 신심을 다해 신에게 기도를 드렸다. 앙상한 뼈만 남겨진 몸은 이미 극도로 쇠약해졌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한 여름의 태양이 살갗을 태웠고, 한 겨울 매서운 바람이 뼈를 깎았지만 브라마 신은 여전히 응답이 없었다. 신들의 노여움은 뿌리가 깊었고, 피를 타고 이어진 선조들의 업보는 쉽게 씻어지지 않았다. 죄의 대가는 참혹했다. 비도 내리지 않고, 강도 흐르지 않는 땅 위에서 백성들의 삶은 고통스러웠다. 바람이 불때마다 죽음의 재가 날려 허공을 떠돌았다. 이야기는 바기라타가 태어나기도 훨씬 이전부터 시작되고 있었다. 그러니까 그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가 되는 사가라 왕의 시절로 거슬러가야만 했다.

 

고대 인도에 ‘아요디아’라는 왕국이 있었다. ‘독을 지닌 이’라는 뜻의 사가라 왕은 유복자로 태어났다. 다시 말해 사가라는 아버지의 얼굴을 보지도 못하고 태어난 것이다. 그의 아버지였던 바후 왕은 적들에게 쫓겨 깊은 숲속으로 몸을 피했지만 집요하게 쫓아온 적들에 의해 끝내 살해되고 말았다. 아마도 아요디아 왕국에 심각한 내란이 있었던 것 같다. 당시 그의 어머니 야다비 왕비는 임신 중이었지만 고대 인도의 풍습에 따라 남편과 함께 죽으려고 결심했다. 그녀는 남편의 시신을 화장하기 위해 장작더미를 쌓고 그 불길 속에 함께 뛰어들려고 했다. 그런데 그 순간 나타난 어느 성자가 그녀를 붙잡았다. 성자의 만류로 야다비는 죽지 못하였고, 얼마 후 왕비는 아들 사가라를 낳게 되었다. 막 태어난 아기를 본 성자는 아기가 이미 몸속에 독을 지니고 있음을 알아보고 ‘독을 지닌 이’라는 뜻의 ‘사가라’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야다비가 막 임신을 했을 때 그녀를 질투했던 둘째 왕비의 소행이었다. 독약을 보약처럼 속여 살해하려 했었던 것이다. 다행히 시바신의 도움으로 야다비와 뱃속의 사가라는 죽음을 피할 수는 있었지만, 독은 사라지지 않았고 어머니의 몸을 통해 사가라의 몸 속 깊이 스며들게 되었다.

 

태어나기도 전부터 죽음을 맛보아야 했던 사가라 왕의 인생은 이름처럼 파란만장했다. 성년이 되어 자신의 출생배경과 아버지의 죽음에 얽힌 사연을 알게 된 사가라 왕자는 아버지의 친구들이었던 주변 국가 왕들의 도움을 구했다. 사가라는 적들보다 잔인하게 복수를 했다. 아버지를 살해한 적들은 하나 둘씩 젊은 사가라의 칼에 사라져 갔다. 마침내 아요디아의 왕이 된 사가라는 케시니와 수마티라는 두 명의 왕비를 얻었다. 오랫동안 후사를 이을 아이를 갖지 못하다가 뒤늦게 아들들을 보게 되었다. 케시니 왕비는 아사만자를 낳았는데, 어찌된 일인지 수마티의 몸에서는 6만 명이나 되는 아들들이 나왔다. 사가라 왕은 자식들이 어른이 되자 아사만자와 6만 명의 왕자들을 이끌고 왕국의 세력을 확장하기 시작했다. 그는 스스로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통치자라고 선포하였고, 이를 인정하지 않는 자들을 잔인하게 무찔렀다. 세상 사람들은 모두 그들의 행렬을 두려워했고, 사가라와 그의 왕자들에게 더는 두려울 것이 없어 보였다. 소문은 멀리 하늘나라까지 전해졌고, 신들이 걱정을 하기 시작했다. 신들의 왕인 인드라가 나서야 할 때가 되었다.

 

인드라는 사가라 왕이 더 이상 출정을 하지 못하도록 그의 말을 훔쳐 지하세계 파타라에 숨겨 두었다. 딱히 마땅한 장소를 찾지 못하다가 마침 수행 중이던 카필라 성자가 등지고 앉아 있던 나무에 말을 묶어 두었다. 말이 없어진 사실을 알게 된 왕자들은 그것이 인드라 신의 뜻임을 미처 생각지 못했다. 그들은 온 세상을 샅샅이 뒤졌고, 드디어는 지하세계로 이어지는 굴을 파기 시작했다. 마침내 그들은 명상 중인 카필라 성자의 뒤편에서 나무에 메어진 왕의 말을 찾아냈다. 그런데 그들은 말만 찾아오지 않았다. 분노에 찬 그들의 눈은 수행 중인 카필라 성자를 알아보지 못했고, 그가 말을 훔쳐간 도둑이라 단정지었다. 용맹했지만 어리석은 왕자들은 카필라 성자를 죽이려고 칼을 꺼내 들었고 고함을 질렀다. 고함 소리를 듣고 명상에서 깨어난 카필라 성자는 눈앞의 상황에 아연질색 했다. 그러나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었다. 카필라 성자의 눈에서는 화염이 뿜어져 나왔고, 아사만자와 6만 명의 왕자들은 한 순간에 잿더미로 변해버리고 말았다.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성자를 욕보인 왕자들의 영혼은 무서운 저주를 받았다. 그들은 영원히 지옥에서 갈갈이 찢기는 고통을 당해야만 했다. 왕자들의 죽음을 전해들은 사가라 왕은 비통했지만, 어찌했던 우선은 카필라 성자의 분노를 먼저 풀어야만 했다. 그는 아사만자의 아들이자 유일하게 남겨진 손자인 안슈만으로 하여금 카필라 성자를 찾아가 분노를 풀도록 했다. 안슈만은 비록 어렸지만 사려 깊고 겸손했다. 그는 명상 중인 카필라 성자의 발아래 앉아 합장을 한 채 기다렸다. 몇 달을 기다린 후 명상에서 잠시 깨어난 카필라 성자에게 안슈만은 간절히 애원했다. 감복한 카필라 성자는 그제서야 마음을 풀었다. 그리고 왕자들에게 내려진 저주를 풀 수 있는 방법을 일러 주었다. 그것은 바로 천상을 흐르는 강, 갠지스 강의 물줄기를 땅으로 끌어와 잿더미로 변한 왕자들의 죽음을 씻어내야만 가능한 일이었다.

 

시간이 흘렀다. 태어날 때부터 몸에 독을 지녔던 사가라 왕도 죽음은 피해가지 못했다. 뒤를 이어 왕위를 이어받은 안슈만도 죽었다. 그의 아들인 딜리파도 때가 되자 바기라타에게 왕위를 물려주고 왕궁을 떠났다. 아요디아 왕국의 왕들이 바뀌고 그의 자손들이 겨우겨우 왕위를 이어갔지만 지하세계 파타라에 잿더미로 남아 있는 사가라의 아들들에게 내린 저주는 좀처럼 풀리지 않았다. 바기라타는 그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선조들의 이야기를 숱하게 들으면서 성장하였고, 아버지인 딜리파 왕의 깊은 시름을 보면서 자랐다. 업보는 받아들여야 할 운명이지 사람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자신의 의지로 돌이킬 수 있는 일이 아니었고, 이미 피의 역사로 자신의 몸 속 깊이 흐르고 있었다. 그렇지만 언젠가는 풀어야 할 일이었고, 그것이 자신의 운명이라는 것도 받아 들였다. 그리고 천상의 강인 갠지스 강을 땅으로 흐르게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브라마 신의 도움이 있어야만 한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더는 후손들에게 이 업보를 물려줄 수는 없었다. 아니 그에겐 이미 업보조차도 물려받을 후손도 없었다. 자신이 신들의 분노를 달래지 못한다면 수리야 가문의 역사는 물론이고 왕국의 운명도 이제 끝장날 판이었다. 그렇게 되면 신들의 저주 또한 영원히 풀지 못하게 될 것이었다. 때문에 그는 죽음을 각오하고 고행에 들 수밖에 없었다. 이제 남은 건 브라만 신의 응답뿐이었다. 그는 포기할 수가 없었다.

 

마침내 브라마 신의 응답이 있었다. 브라마는 잔인한 신이 아니었다. 바기라타의 고행과 정성에 감복한 그는 두 가지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했다. 바기라타는 왕국의 번영을 이어갈 많은 아들을 갖게 해달라는 것과 천상의 강인 갠지스 강물이 지상을 흘러 잿더미로 변한 선조들의 저주를 씻게 해달라고 말했다. 브라마는 첫 번째 소원은 쉽게 이루어질 것이지만 두 번째 소원에 대해서는 대답을 망설였다. 왜냐하면 천상의 강물이 곧바로 땅으로 쏟아질 경우 자칫 지상의 모든 것들이 파괴될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소원처럼 갠지스 강물이 땅위를 흐르게 하기 위해서는 또 다른 신의 도움이 필요했다. 바기라타는 시바신이라면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시바신은 파괴의 신이었지만 정이 많아 인간의 청을 쉽게 거절하지 못하는 신이었다. 이미 그의 선조인 사가라 왕도 시바 신의 도움으로 죽음을 피한 적이 있지 않았던가. 시바 신은 흔쾌히 수락했다.

 

드디어 약속한 날이 되자 브라마는 황금단지에서 갠지스 강물을 쏟아냈다. 강물은 이제 천상에서 지상으로 쏟아져 내렸다. 엄청난 충격으로 땅이 갈라질 것 같았지만, 시바 신이 자신의 머리로 갠지스 강물을 받아냈다. 시바 신의 머리에 부딪친 강물은 가는 물줄기로 변했고, 바기라타 왕은 소라껍질로 만든 나팔을 불었다. 물줄기는 바기라타 왕이 지나는 길을 따라 그의 나팔소리를 따라 히말라야를 거쳐 수많은 나라들로 이어졌다. 강물은 기쁨에 차서 흘리는 사람들의 눈물처럼 흘렀고, 물길이 이르는 곳곳마다 선조들이 저질렀던 업보들이 씻겨져 내려갔다. 마침내 신이 내린 저주가 풀렸다.

 

그 후로 사람들은 갠지스 강을 ‘속죄의 강’으로 여기게 됐다. 고대 산스크리트어로 ‘강가’Gangā라고도 불리는 갠지스 강은 히말라야에서 시작하였고, 인도의 곳곳을 흘러 벵골만에 이르러 바다가 됐다. 힌두문명은 갠지스 강의 넓은 평야를 끼고 자랐으며, 사람들은 강과 함께 풍요와 행복을 되찾을 수 있었다. 그들은 갠지스 강물에 목욕을 하면 지은 죄를 씻을 수 있고, 죽은 뒤에는 그 강에 뼛가루를 흘려보내면 극락에 이르거나 천상에 다시 태어날 수 있다고 믿었다. 신들의 도움으로 비로소 윤회의 굴레를 끊고 세상에 다시 태어나는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해마다 수많은 순례자들과 병든 자 그리고 죄를 지은 자들이 갠지스 강으로 모여들었다. 천국의 문이라고 불리는 갠지스 강가의 바라나시에는 오늘날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찾아들었다. 그들은 지금도 갠지스 강에 몸을 씻고 있다. 그들은 강을 통해 치유 받고, 구원 받을 수 있다고 굳게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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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23 12:27:11 *.1.160.49

돌아오셨네요!!  ^^

유럽 날씨는 괜찮던가요?

 

곰곰히 생각해봤어요.

왜 오빠 이야기는 엄청나게 재미있는데 오빠글은 그만큼 재미가 없을까?

 

제 결론은 캐릭터!!

신진철은  철도 없고, 눈치도 없는..

.진짜 그런 게 아니라 그래 '보이는' 캐릭터가 훨씬 잘 어울리는 게 분명하다!!

 

철없는 마흔의 고백,

우리가 강이었을 때.

 

 

읽어보니 '강'들도 환경과 기질에 따라 운명을 타고 태어나는 것 같아요.

솔직하고 진솔한 오빠가 구수하게 이끌어주신다면 독자들이 자신을 닮은 강과 훨씬 부드럽게 친해질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다양한 강의 삶을 따라가는 과정에서 지난 반생을 되돌아보고 남은 삶을 설계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면

참 좋지 않을까?

 

여기에 디테일을 더 붙이자면, 독자가 의인화된 '강'에 감정이입하는 걸 돕기 위해

그 강과 가장 비슷한 운명을 살았던 실존인물의 삶을 소개해주면 어떨까?

물론 가장 먼저 해야할 작업은 오빠 자신을 닮은 강과 인물을 찾아내 오빠 삶과의 연결고리를 만들어내는 것일테구요. 

 

ㅎㅎ

솔직히 글이 넘넘 어려워서

원저자의 의도를 얼마나 이해했는지 확신이 잘 안 서는 게 사실이지만...

걍 오빠라면 이런 책을 쓸 수 있을 것 같고,

또 그런 책이 나온담 꼭 한번 읽어보고 싶을 것 같아서 의견을 남깁니다.

 

오빠!!

우리 모두 힘을 내서

올해 안엔 우짜케든 '저자'의 반열에 들어보자구요!!

 

마음을 다해 사랑하는 오빠에게 화이팅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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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23 17:10:57 *.251.53.249

아녀.. 아직 파리여.. 이제 막 아침먹고 올라왔는데,

눈이 나리기 시작하네...ㅎㅎ

솔직한 댓글이 좋아. ㅎㅎ

암튼.. 아직은 실험중잉게.. 내게 맞는 문체를 찾아가는 과정이기도 하고,

어떻게 하면.. 읽는 사람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게 할까..

맨날 맨날 고민중인데.. ㅎㅎ

많이 도움이 될 것 같삼..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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