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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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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용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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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3월 23일 23시 41분 등록
 

사람도 자연의 일부라지만, 고도로 문명화된 오늘날에는 사람만큼 자연과 불통하는 생명도 없습니다. 이 즈음 이 숲에 꽃을 피우는 생강나무나 갯버들은 물을 끌어올려 제 꽃눈을 키울 시점을 배우지 않고도 이미 잘 알고 있습니다. 개구리는 그 물가에 떼를 이루어 노랫소리를 키울 때임을 알고, 부엉이도 짝을 지어야 함을 이미 알아 밤마다 제 소리 아름답게 뽑고 있습니다. 신기하게도 오리나무나 개암나무는 바람이 거센 요즘 꼭 제 수꽃을 피웁니다. 거센 바람에 맞춰 꽃가루를 방사해야 암꽃과 만나 결실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을 그들이 알기 때문입니다. 머지않아 이 숲 모든 나무들의 가지에 잎이 돋고 날벌레들의 산란이 장황해지면 떠났던 철새들도 다시 모여들고 이곳에서 다시 한철을 즐길 것입니다.

 

자연의 흐름을 가만히 보면 그렇게 모두 제 때를 알아 깨어나고 꽃피며 제 삶을 노래합니다. 모두 시간의 흐름에 맞춰 모여들고 일어서고 흩어지기를 반복합니다. 하지만 사람은 이제 그런 감각을 거의 다 상실했습니다. 직관과 감각보다는 첨단의 기계와 장치 같은 것들에 의존해야 삶의 풍요를 구가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래야 더 안전한 삶을 살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일본 열도를 휩쓸고 있는 가슴 아픈 재앙 앞에서 그 튼튼하다는 원자력 시설의 무기력함을 우리는 속수무책으로 지켜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내 더 튼튼하고 안전한 첨단의 기계와 장치를 구축하기 위해 몰두하게 되겠지요.

 

자연으로 떠나 자연에서 다시 시작하는 삶을 구하는 사람들은 그러지 않아도 됩니다. 소박하게 자연의 일부로 살겠다는 철학을 실천하려는 사람이라면 더욱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지리산에 사는 소박 청순한 사람들은 지리산 스스로가 갖고 있는 생산력만으로도 밥 굶지 않고 살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 옛날 산중에서 독립가옥 생활을 했던 이들은 1년에 들기름 두 병이면 다섯 식구가 먹고 사는 일을 염려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천지의 잎과 뿌리와 열매와 꽃이 끼닛거리여서 생으로도 먹고 무쳐도 먹고 볶아도 먹고, 그도 안 되는 계절을 위해서는 묵나물로 두었다가도 먹었으니까요.

 

하지만 너무 화려하고 정교해 져서 스스로 할 수 있는 의식주 관련 가지 수가 거의 없는 오늘날 우리의 삶이 어디 그렇게 소박 청순한 마음만으로 살아지겠습니까? 아무리 안 벌어도 건강보험료와 국민연금은 내야 할 테고, 전기와 전화, 인터넷도 쓰려면 전기 통신비도 벌어야 할 것입니다. 아이가 있으면 교육비도 압박을 받게 되고, 이따금 고기도 사먹을 수 있고 여행도 해야 사는 것 같겠지요. 이렇듯 자연 속에 살더라도 최소한의 생존을 위한 비용의 목록이 있는 법이고, 더하여 소위 삶의 질을 향상하기 위한 비용의 목록 역시 있을 수 밖에 없는 법이지요.

 

따라서 지난 편지에서 말했듯 자연에서 내가 어떤 삶을 지향할 것이냐에 따라 그 목록은 달라질 것입니다. 자연에서 새로 시작하는 삶이 은퇴형이건, 귀농형이건, 혹은 생태적 삶 추구형이냐에 따라 년간 확보해야 하는 비용의 목록이 달라지는 것이지요. 그 선택은 순전히 자신의 형편과 지향에 따른 몫입니다. 다만 중요한 것은 자연에서 다시 시작하는 삶. 그러기 위해 떠남을 준비하는 사람이 떠나기 전 반드시 알아야 할 최소한의 것은 내가 품은 욕심의 크기입니다. 먼저 자연에서 살고 있는 나는 권합니다. ‘먼저 내가 품은 욕심의 목록을 만들어라!’

 

자연의 다른 생명들이 저마다의 때를 알아 자연스레 일어서고 피어나고 흩어지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것은 그들이 모두 저다운 욕심의 크기를 정확히 간직하고 있기 때문임을 나는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우리도 자기다운 욕심의 목록을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다음 주에는 자연에서 내가 품고 사는 그 욕심 목록의 사례 몇 가지를 들려드릴까 합니다.

IP *.200.17.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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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24 09:43:42 *.190.114.131
언제부턴가 습관처럼..........

아침에 출근하면 직접 내린 원두커피 한잔에

새로 변경연 홈피에 올라온

김이 모락모락나는 글과 함께

아침을 열게 되었다.........

인터넷에 온갖 가시돋힌...못자국이 숭숭 뚫린.........다른 사람들의 가슴을 후벼파는.......

살기어린 글들 사이에서........

내가 아침일찍 출력해서 손에 들린 글이...

어린날 자전거 타고 달리던 들녗 한가운데 기대어 누워 바라보던 하늘 같은.......

일하시느라 들어 오시지 않는 부모님을 기다리다 소파에 누워 바라보던 하늘녘 같은......

그런 글들을 대할 수 있다는 호사를 누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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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25 10:06:06 *.216.147.188
재작년 초겨울, 지리산에서 만난분이 해주신 말씀이 생각납니다. 시골에서는 '마트'가서 장 볼 생각은 꿈에도 하지 말라고. 또 다른 이야기, 귀농자들 모임에서 한 신참 귀농자가 이번달에는 40만원인가 밖에 안썼다고 자랑삼아 이야기 하니 다른 분이 "그렇게 많이 쓰면 어떻게 살려고 하느냐고" 하셨다더군요. 저도 노트북,인터넷,핸드폰,도서관,자동차, 자전거 그리고 가끔은 고기와 막걸리.가 기본 목록입니다. 그건 저 혼자 살때 이고요, 가족과 살면 그 목록은 더 늘어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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