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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종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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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3월 29일 18시 00분 등록

한국 골프 역사에 있어 박세리 선수의 등장은 문자 그대로 혁명이었습니다. 아시아 선수의 활약이 두드러지지 않았던 세계 무대에 그 모습을 드러낸 것만으로도 대단했지만, 그녀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데뷔 첫해, 메이저 2연승을 포함한 4승으로 상금 랭킹 2위에 오르며 신인왕을 거머쥐었습니다. 그리고 불과 10년 만인 2007년 11월, LPGA투어 명예의 전당과 세계 골프 명예의 전당에 최연소로 헌액되는 영광을 안았습니다.

동양인 최초로 명예의 전당에 입성한 업적도 대단하지만 사실 제가 생각하는 진짜는 따로 있습니다. 바로 LPGA를 한국인 잔치로 만들어버린 ‘세리 키즈’의 등장입니다. 그녀는 이 소녀들의 가슴에 ‘나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의 불을 당겼지요. 그녀의 성공을 가늠하는데 수많은 우승 트로피와 천문학적인 액수의 우승 상금이 유용하다는 걸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묵직하게 사람들의 가슴에 남은 건 그녀의 열정이었는지도 모릅니다. 해저드에 빠진 티샷을 살려내기 위해 양말을 벗고 물 속으로 들어가던 그녀의 하얀 발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녀가 외로움과 두려움을 이겨낸 덕분에 뒤를 따르는 많은 후배들은 한결 수월하게 정상에 도달할 수 있었을 겁니다. 가장 존경하는 선수가 누구냐는 질문에 한국 LPGA 선수들이 박세리 선수를 가장 많이 언급한 것은 자연스러운 결과겠지요. 아마 피겨 스케이팅 분야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질 겁니다. 아니, 간간히 들리는 소식에 의하면 이미 벌어지고 있는지도 모르겠네요. 조만간 우리는 수많은 ‘연아 키즈’를 만나게 될 겁니다.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가는 것은 어렵지요. 마치 끝나지 않을 듯한 터널을 더듬어 가는 것과 같을 테니까요. 아무리 연습해도 실력이 전혀 늘지 않는 연습생의 초조함을 떠올려보세요. 매일 손가락이 짓무르도록 연습하지만 바이엘 수준에 머무르는 피아노 연습생의 답답한 마음 말입니다. 이런 상황을 이기게 해주는 유일한 희망은 때가 되면 둑이 터지듯 라흐마니노프와 같은 연주를 할 수 있을 거라며 다독이는 자기 자신뿐입니다. 보통 사람이라면 이런 상황을 견뎌내는 것이 쉽지 않을 겁니다.

이에 반해 누군가를 따라 하는 것은 해볼만합니다. 어둠의 공포가 마음을 휘감아버릴 때 앞서 걸어간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될 테니까요. 그런 면에서, 닮고 싶은 누군가를 찾아 모방하는 전략은 유용합니다. 무엇을 해야 할 지가 분명하게 드러나고, 단기적인 효과도 확인하기 쉽지요. 가정형편이 어려워서 사설 골프학교에 갈 수 없었던 세리 키즈의 대표 주자, 신지애 선수는 박세리 선수의 훈련방법을 따라 아파트 계단을 오르내리며 기초 체력을 연마했다고 합니다. 많은 기업들이 벤치마킹 기법을 활용해서 위대한 기업을 따라 하는 것도 비슷한 이유에서일 겁니다. 물론 대상을 찾기에 앞서 자신이 이루고 싶은 성공의 모습을 분명히 해야겠지만요.

개인이 원하는 성공의 모습은 다면적입니다. 기업경영에 성공한 누군가를 존경한다는 말이 그의 개인적인 삶까지 닮고 싶다는 말로 해석될 수는 없지요. 골프나 피겨처럼 목표와 과정이 분명한 분야가 아니라면 자신이 원하는 성공의 모습을 몇 가지 분야로 나누고 각 분야별로 닮고 싶은 인물을 선정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그리고 그 인물을 깊이 조사하고 따라 해보는 거지요.

저는 말콤 글래드웰처럼 글을 쓰고, 톰 피터스처럼 강연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구본형 선생님처럼 살기를 원합니다. 이제 제가 당장 해야 할 일이 분명해졌네요. 자! 여러분은 누구를 따라 해보시겠습니까?


IP *.227.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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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2011.03.30 03:42:50 *.111.206.9
감동적입니다.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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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31 14:42:36 *.227.22.57
잘 읽었다는데, 왜 부끄러울까?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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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환
2011.03.30 10:55:02 *.128.229.174
힘이 느껴지는,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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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31 14:42:59 *.227.22.57
저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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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4.03 07:25:08 *.109.54.94
뒤 늦게 읽었지만 가슴을 움직이게 하는 좋은 느낌을 얻었습니다.
저도 제가 원하는 각 분야의 역할 모델을 분명히 정해 보아야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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