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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2월 25일 02시 15분 등록

새로운 교육에 대하여

유형선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라고 노래한 윌리엄 워즈워스라는 시인이 있었다. 하루하루 커가는 자녀를 대하면 대할수록 참으로 진리의 노래임을 절감한다. 부모가 된다는 것은 곧 자녀를 가르치는 일이기도 하지만, 거꾸로 자녀에게 삶이란 무엇인가를 배우는 기회를 얻는다.

 

한국에 사는 맞벌이 부부의 흔한 사례이겠지만, 우리 부부 역시 돈을 벌어야 한다는 이로 큰 딸을 대전 부모님 집과 밀양 처가에 번갈아 맡겨놓고 한 달에 한두 번씩 보아가며 길렀다. 그리고 딸아이가 대소변을 가린 이후에야 비로소 서울로 데려 올 수 있었다. 자고 일어나 아침에 눈을 뜨면 엄마와 아빠가 옆에 있기를 간절히 원했던 딸아이의 소원을 들어 주었을 때 우리 세 식구 얼마나 기뻐했던지!

 

작은 딸이 잉태되기 직전의 이야기이니 약 4년 전의 이야기이다. 큰 딸과 함께 서울에서 살게 된지 얼마나 지났을까? 아내가 외출한 사이 나와 함께 TV를 보던 딸아이가 난데없이 펑펑 울기 시작했다. 당시 TV에서는 건물에 화재가 났을 때 얼마나 위험한지, 그리고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설명하는 프로그램이 방영되고 있었다. 나는 울음을 그치지 못하는 딸아이를 끌어안고 달래고 또 달래보았지만, 딸아이는 울음을 그치기는커녕 마치 부모를 잃은 아이처럼 대성통곡을 하였다. 한참이 지나서야 겨우 진정을 한 아이에게 조용히 물었다.

 

왜 그렇게 울었니? 불이 난 상황이 그렇게 무서웠구나?”

 

울음을 참으며 딸이 겨우 대답을 하였는데, 지금도 그 날 울음을 참아가며 아이가 대답하던 상황이 눈에 선하게 기억난다.

 

엄마가 매일매일 어려졌으면 좋겠어요. 엄마가 매일매일 어려지면 내가 죽기 전에는 엄마가 죽지 않을 것 아니에요? 엄마가 죽으면 나랑 엄마는 영원히 헤어지는 거잖아요. 그래서 엄마랑 헤어지지 않기 위해 엄마가 매일매일 어려졌으면 좋겠어요.”

 

이제 겨우 유치원에 갓 입학한 다섯 살 아이라고만 생각했는데, 내 딸은 벌써 생의 한가운데에 홀로 서서 삶과 죽음, 사랑과 이별을 온 몸으로 고민하고 있었다. 잠시 스쳐 지날 유한한 인간의 삶을 거부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할 수만 있다면 엄마와의 만남을 죽는 순간까지 놓치고 싶지 않은 이 간절한 소망 앞에서 나는 한없이 작아졌다.

 

그 순간, 내 딸은 나에게 우리 인간이 얼마나 한없이 작고도 또 작은 존재인지를 가르쳤다. 내 딸은 나에게 그러하기 때문에 우리 삶이 진정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임을 삶으로 보여달라며 울고 있었다. 부모로서의 는 자녀인 와 똑같은, 찰나의 인생을 살아가는 작디 작은 존재이지만, 동시에 그 먼지 같은 슬픔의 인생을 올곧게 받아들일 때, ‘우리의 사랑을 위해 우주가 존재한다는 진리를 보여주어야 한다고, 내 딸은 나를 눈물로 가르치고 있었다. 부모로서 나는 스스로의 인생에 끊임없이 무엇을 묻고 어떻게 답하여야 하는지를, 내 딸은 온몸으로 통곡하며 가르치고 있었다. ! 나는 부모가 되면서 동시에 자녀를 통해 새로운 교육을 받는 학생이 되었다!

 

오늘 탈무드를 읽다가 그 날의 기억을 다시 떠올리는 구절을 발견하였다.

 

호주머니에는 언제나 두 가지를 적어두는 것이 좋다.

하나에는 나는 먼지와 재에 지나지 않는다.’

또 하나에는 이 세상은 나를 위하여 창조되었다.’[1]

 

 

2013 2 24일, 坡州 雲井에서



[1] 부남 드 프시케, <솔로몬 탈무드> (이희영, 동서문화사) p 322

 

IP *.236.183.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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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25 15:46:46 *.236.20.55

내 공부해보겠다고 백일된 첫아이를 시골에 계신 할머니에게 맡겨서 키웠더랬습니다.

맡겨두고 서울로 오는 길에 엄마인 나는 아이를 잃은 것 처럼 세시간동안 울었습니다.

이년만에 아이를 데려오는데 이번에는 아이가 할머니와 헤어진 서러움에 세시간내내 울더군요.

그렇게 눈물로 키운 아이를 학교에서는 참 너무 막대한다 싶을 때가 많았습니다.

이제는 아이를 웃음으로 키우고 학교에 믿고 맡길 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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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25 18:47:07 *.185.21.47

저도 자녀에게 배우는게 더 클때가 많습니다.

아이들은 순수하기에 그 배움이 더 큰 것 같습니다. 

부보와 자녀가 상하인 직선적인 관계가 아니라

인간 대 인간으로 수평적인 친구관계가 되면 더 잘 보인답니다.

친구같은 부모, 친구같은 자녀는 삶의 모든 문제를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지요.


제 딸아이가 17살때 잠시 동안 남자친구를 사귄적이 있었습니다.

어느 날, 저에게 물어오더군요. 남자친구가 스킨쉽을 하자고 하는데 어떻게 해야 되냐구요.

엄마 : "네가 생각하는 스킨쉽은 어디까지인데?" 

딸 : "음..... 손잡고 포옹하는 것까지요."

엄마 : "남친이 생각하는 스킨쉽은 어디까지일까?"

얼굴이 빠알갛게 달아오른 딸은 그날로 남친과 헤어졌답니다.


이렇듯 자신의 고민과 생각을 함께 의논할 친구같은 부모가 되어준다면

형선님의 자녀분들도 세상에서 행복이 무엇인지 

삶이 무엇인지 부모님의 사랑을 느끼면서 살아갈 수 있을 겁니다.


따님의 말이 눈시울을 붉히게 만드는 군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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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25 21:03:21 *.57.123.22

 

따님이 이제 유치원생이 되었군요.

그래도 지금이 부모로서 제일 행복할때네요.

 

그 날이 엊그제 같은데 전 벌써 어깨에 오십견이..^^

 

따뜻한 아빠를 둔 따님이 부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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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25 21:46:15 *.58.97.136

형선님의 글 속에서 따님에 대한 사랑이 진하게 느껴집니다.  따님과 함께 이쁜 추억 많이 만드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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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26 14:53:30 *.177.81.203

형선님, 부모교육 생략~~해 드려도 되겠어요.

근데 이런 분일수록 부모교육 열심히 받는다고 하시더라구요.

주제가 주제이니만큼 교육에 대해 열내다가

두 부녀의 모습을 떠올리며 웃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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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26 18:54:31 *.62.167.181
많은 분들 격려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꾸벅 ^___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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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3.01 06:27:16 *.35.252.86

형선님의 따님을 직접 보고 또 대화도 나눈 입장에서

읽으니... 새삼 따님이 다시 생각나네요.

 

'꽃은 원래 별이었어'라는 시가 아직도 잊혀지지 않아요.

그리고 함께 여우숲을 산책할 때 사소한 것에서도

시상(詩想)을 떠올리며 질문하고 관찰하던 그 모습...

 

형선님 글을 읽다보니,

진정한 우리 시대의 새로운 교육은 자녀가 나중에

부모의 부재시에도 부모를 그리워하되 홀로 서서

스스로의 삶을 용감하게 개척할 수 있는

용기와 희망을 주는 것이 아닐까 싶네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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