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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2월 25일 11시 19분 등록

새로운 교육에 대하여

 

어린이집에 찾아오는 학부모들이 자주 하소연 하는 말이 있다.

“ 우리 애는 누굴 닮아서 000한지 모르겠어요.”

주로 아이가 부정적인 행동을 할 때 푸념을 하듯이 늘어놓는 말이다. 여기에는 자신의 책임은 아니라는 책임 전가의 의미도 들어있고 더 나아가서 어린이집에서는 제대로 안 가르치고 뭘 했냐는 비난의 의미도 들어있다.

그런 얘길 들으면 나는 웃으면서 그대로 돌려 준다.

“ 애가 엄마 아니면 아빠 닮았겠지 누구겠어요? ”

이럴 땐 농담인 듯 가볍게 꼭 웃으면서 말해야 한다.

농담으로 같이 받아 치며 넘기는 사람도 있고 맘 속에 꽁하게 담아가는 사람도 있을테지만 아이는 부모의 책임이라는 것을 꼭 심어주고 싶어서 항상 그렇게 강조한다.

누구나 알고 있는 말이지만 ‘ 부모 안닮은 자식’은 없다.

어린이집을 운영하면서 더욱 절실히 깨달은 사실이다. 유전적으로 닮았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만 유전과는 거리가 멀어보이는 행동,습관,태도,생각 등등 모든 것들이 부모를 닮았다.

부정적인 말을 자주 쓰는 아이는 부모도 부정적인 표현을 많이 한다. 다른 사람의 말을 잘 듣지 않는 아이는 부모도 남의 말을 잘 듣지 않고 자기 할 말만 한다.

 

요즘 아이들은 조잘조잘 말도 잘 한다. 선생님들은 교실에 앉아서도 아이들을 통해 각 가정의 집안 사정을 꿰뚫고 있다.

어제는 누구 엄마 생일이었고, 누구 할머니가 넘어져서 병원에 다녀오셨고, 주말엔 가족들이랑 마트에 다녀왔고, 누구 엄마,아빠가 부부싸움을 했으며, 심지어 누구 아빠의 여자친구 얘기까지.... 아이들에게 들은 얘기들을 다 풀어 놓으면 1년에도 책 몇 권은 써 낼 수 있을 것 같다.

아이들의 이야기 속에서 유추해낸 가정환경을 추측해보면 왜 아이들이 이런 행동을 했는지, 아이의 성격이 왜 이런지 대충은 짐작할 수 있고 부모는 아이들의 거울이란 말을 실감한다.

 

내가 어렸을 때는 7살 때 유치원에 입학했고 그나마 유치원을 안다녔던 친구들도 많이 있다. 하지만 요즘에는 어린이집에 처음 입학하는 연령이 점점 낮아져 돌도 안 된 아기들도 많이 들어오고 대부분 3,4살부터는 어린이집 생활을 시작한다.

그만큼 어린 유아들을 돌봐야 하는 교사로서의 사명감과 부담감도 커져가고 있다. 반면 학부모들은 이제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냈으니 부모로서의 역할과 가정교육의 중요성을 점점 망각해가고 있다. 모든 것은 이제 어린이집의 책임이 되는 것이다.

 

지금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기는 학부모들이 주입식교육과 입시열풍에 휘둘렸던 세대들이란 것을 감안한다면, 어린 아이들의 인성과 개성을 존중해주는 교육이나 가정에서 부모와의 올바른 애착관계 형성등에는 관심이 없고 벌써부터 영어,한글,수학 같은 교과 학습에 광적으로 매달리는 것이 놀라운 일도 아니다.

이것은 부모의 가치관 뿐만 아니라 사회 구조적인 문제와도 관련이 있다고 본다.

나의 부모님은 아버지 혼자 벌었지만 일찌감치 집장만도 하고 우리 3남매 대학교육까지 책임지셨다. 심지어 오빠는 외국 유학까지 다녀왔다. 옛날에는 외벌이로 그 모든게 가능했지만 지금 평범한 사람들은 혼자 벌어서는 꿈도 못꾸는 이야기다. 부모 모두 돈을 벌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자연히 아이 양육은 다른 사람 손에 맡기게 되고 제대로 돌봐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가정에서 아이는 응석받이로 자란다. 가정 교육을 소홀히 하는 보상 심리로 가시적인 효과가 가장 빠른 인지, 교과 학습에 더욱 매달리게 된다.

 

우리 아이들에게 새로운 교육이 필요한가? 지금 읽은 탈무드에서도 아이들 교육에 대한 공감할 수 있는 구절들이 줄줄이 쏟아져 나온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교육은 다시 옛날로 돌아가 자유롭게 뛰어 놀며 삶과 자연 속에서 스스로 사물의 이치를 깨닫고 우주의 질서를 배우고 인간성을 회복하는 일일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하기엔 현실이 만만치 않다. 그것이 실현 불가능한 일이라면 부모들을 가르쳐서 변화시켜야 한다.

부모가 배운 것을 바로 바로 아이에게 적용시킬 수 있게 부모와 아이가 함께 배우는 학교가 있었으면 좋겠다.요즘 유아교육에서 강조되는 것이 부모교육이다.

아이와 부모와 교육기관이 상호작용을 주고 받으면서 이상적인 교육관을 확립시켜 나가는 길이 현실적인 대안이다.

 

재미있는 사실 한 가지, 요즘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부모교육에 관한 프로그램을 많이 시행하고 있다. 유명한 강사의 강의를 듣기도 하고 개별 상담을 하기도 하고 여러 가지 형태가 많이 있는데 그러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기관의 고민거리는 정작 꼭 와서 들어야 할 사람들은 오지 않고 부모교육이 없어도 아이를 잘 키우는 부모들만 와서 경청한다는데 있다.

IP *.100.185.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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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25 19:41:28 *.185.21.47

ㅎㅎㅎ 부모 교육을 들어야 할 부모는 오지 않고 

부모 교육 듣지 않아도 될 부모는 와서 듣고

그래서 부모 교육을 들은 부모들은 아이와 친구처럼더더욱 잘 지내서 잘 자라게 되고

부모 교육을 듣지 않는 부모는 더더욱 가정 교육을 소홀히 하게 되고....


맘껏 뛰어노는 속에서 아이들은 삶속에서 배움을 터득한다는 

이효은님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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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25 21:32:39 *.58.97.136

효은님의 어린이집 경험담은 늘 재미있습니다...  자식은 부모 만큼...^^  부모교육이 정말 필요한데... 들어야 하는 사람은 꼭 안듣고 안 들어도 되는 사람은 출석율이 좋고...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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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26 14:08:18 *.177.81.203

주위를 보니까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대한 부모의 반응이 둘로 나뉘는 거 같더라구요.

영어, 수학, 미술, 음악, 체육 등등 많은 것을 시켜서 그런 곳만 찾아서 보낸다고 하는 사람,

오히려 아이한테 너무 많은 것들을 가르치는 곳은 싫다고 그런 원은 피해서 보낸다고 하는 사람.

가정교육이나 양육방식에 대한 차이는 있게 마련이겠죠. 하지만 어쨌든 두 부류 모두

부모교육 받아야 한다는 것엔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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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26 23:18:51 *.33.184.60
딱 제 또래가 들어야 할 이야기를 하시는군요. 주입식 교육 자식에게는 대물림 안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수학성적으로 고민하는 큰 딸 볼때마다 고민이 아니될 순 없더군요. 그래도 아직까지 태권도 이외는 아무것도 안시키고 있습니다. 계속 노력하겠습니다. ^__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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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3.01 06:47:31 *.35.252.86

"부모교육 정작 꼭 와서 들어야 할 사람들은 오지 않고

부모교육이 없어도 아이를 잘 키우는 부모들만 와서 경청한다"

 

참... 으로 가슴아픈 현실이네요.

'아이는 부모의 거울' 정말 맞는 것 같아요.

그런데, 그 부모 역시 그러한 부모에게서 태어나서 그런 것일 거구

그럼... 결국 숙명론으로 가는 건가요 ㅎㅎ

 

가정교육, 취학전 아동교육, 초등학교 이후 교육부터 취업 전까지

정말 각 영역별로 역할과 책임 또 집중해야 할 부분이 다른 것 같아요.

그럼에도 전 과정에서 공통적으로 핵심이 되어야할 부분은

아이를 그 아이 자체로 인정하고 아이의 잠재 가능성을 발견해주는 것이 아닐까 싶네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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