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오늘의

마음을

마음을

2011년 4월 29일 04시 09분 등록

봄풀이 어느덧 저리 푸르러
동산 가득 나비가 날아다닌다
봄바람 잠든 나를 속여 깨우려
침상 위 옷깃을 불어 흔드네
깨고 보면 고요히 아무 일 없고
숲 속에 저녁 해만 비치고 있다
난간에 기대어 탄식하려다
고요히 어느새 기심 잊었네

   이 시는 고려 때 최유청(崔惟淸 1095-1174)이 지은 '잡흥(雜興)' 이라는 연작시 중의 한 수입니다.    말도 해설도 필요 없는 시입니다. 시인은 무엇을 짓는 사람이 아니라 자연을 번역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담박 알 수 있습니다.    말이 필요 없을 때 '통'했다 합니다.    이 순간 자연과의 일치를 깨지 않으려 시인은 탄식조차도 아낍니다.

   언젠가 토마스 칼라일과 랠프 에머슨이 처음 만났을 때의 일화가 재미있습니다. 그들은 30분 가량 아무 말도 않고 앉아 있다가 오늘은 퍽 재미나게 놀았다며 악수를 하고 헤어졌다는군요   . 참 싱겁고 이상한 이야기지요?       그러나 마음이 통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언어는 부질없는 군더더기 일 뿐이지요.

   우리는 침묵을 못 견뎌 합니다. 끊임없이 잡담을 하며 서로의 동질화와 평균화를 꾀합니다. 하이데거는 진정한 자신의 삶을 '본래적 삶'이라고 불렀습니다. 반면 세상 사람으로 살아가는 일상적 삶을 '비본래적 삶'이라고 말하며, 이것을 '무너져 내림'으로 규정했지요. 그들이 말하는 대로 따라 말하고, 그들이 행동하는 대로 따라 행동하기 때문에 자신의 진정한 삶이 무너져 내렸다는 것이지요.

   오늘은 '시간 죽이기'에 지나지 않는 비본래적 삶에 잡답을 줄이기 위해 시를 하나 끌고 들어 와 보았습니다. 시는 최소한의 언어니까요.    그리고 침묵도 데리고 들어와 보았습니다.       침묵은 '아 !'하는 깨달음의 탄식조차 버거워 하니까요.    그저 오늘은 봄, 어두운 새벽의 침묵 속에서 내 본래적 삶이 무엇인지 느껴보려 합니다.    자기 경영은 때때로의 침묵,   바로 그때, 적합한 침묵이 아닐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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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처럼
2011.04.29 04:58:10 *.10.140.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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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기원
2011.04.29 05:50:23 *.198.133.105
말보다 더 잘 통할 수있는 침묵을 알지만 참 어렵습니다.
하고픈 말을 참고 또 참아서 끝까지 가보면 알 수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시처럼 삶을 살아가시는 스승님 감사합니다...()...
따라하고 싶습니다. 아직도 멀리만 있는 스승님의 삶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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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해
2011.04.29 11:49:38 *.117.70.252
꽃지고 잎피어나는 봄의 질서를 감탄하며 걷던
탕춘대 능선은  말이 필요없는 세상.
그런데  석양의 노을이 너무 아름다워서  나도모르게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진달래를 다 불러내서 함께 놀았습니다.
전에 보던 꽃들이 결코 아니더군요,. 그래서 악수를 하는 대신 프렌치 키스를 하고 왔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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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4.29 17:47:45 *.93.45.60
아침에 사부님의 마음을 나누는 편지를 보고 놀랐습니다.
'오늘은 수요일 인데, 사부님은 금요일에 쓰시는데.. 왜???'
자연, 봄.. 그걸 두고볼 여유가 없었나 봅니다. 타인과 세상의 시계에 맞추며 살다가 문득 시간이 느려지고는 꽃향기가 계속 함께 있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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