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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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계획을 따를까? 아니면 어떤 필연적 운명을 따를까? 그대는 어느 쪽에 더 비중을
두고 살고 계신지요? 수많은 자기계발서들은 삶이 계획을 따른다는 쪽에 무게 중심을 두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명확한 목표와 그를 이루기 위한 차별화된 전략과 실행계획을 세우고 이를 견고하게 실천할 때 꿈꾸는 삶을 이룰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목표를 반드시 이루겠다는 강렬한 의지와, 그것은 반드시 이루어질 것이라는 긍정적 마인드가 더해지면 삶이 소망하는 지점에 닿을 수 있다고 역설해 왔습니다. 주장에 다양한 변주가 있을 뿐이지 그 틀은 대략 이 차원을 벗어나지 않는 듯 합니다.
그렇다면 자연에서 새로 시작하는 삶도 이 틀을
따라 구상하고 모색하고 실천하면 꿈꾸는 삶을 이룰 수 있을까요? 과문하여 아직 그 정답을 알지는 못합니다. 하지만 삶에는, 특히 자연에서 새로 시작하는 삶에는 뱀처럼 가만히
도사리고 있는 시간이 반드시 배치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이 나의 생각입니다. 도시에서 자연으로 삶의 기반을
옮기면 자연 모색과 도모가 많아지기 마련입니다. 해보고 싶은 모색도 많고, 시도해 보는 도모도 많은 것이 어쩌면 당연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우선 땅부터 사고 다음은 집도
크게 짓는 것이 도모의 처음일 것입니다. 농사를 지으며 살려는 사람은 당장 기존의 농부들을 기웃대며
정보를 취합하고 이듬해에 자신이 지을 농사의 종목과 규모를 결정할 것입니다. 더 과감한 사람 중에는
수백만 원부터 수천만 원까지 하는 농사 장비를 덜컥 구입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그들 중 대부분은 트랙터
한 대를 구입했을 때 그것이 효율성을 확보하려면 며칠간 가동되어야 하는지를 따져보지 못해서 농협이자 갚기에 급급한 신세가 되었습니다. 도시에 있을 때를 생각해서 큰 집을 지은 사람은 덩그러니 그 큰 집을 관리하고 유지하기 위해 난방비 걱정을
하고, 아내와 청소문제로 툭하면 다투며 사는 것도 보았습니다. 이것은
그저 가벼운 사례에 불과할 뿐입니다. 더 심각한 경우는 엄청난 손해를 감수하고 그간 저질러 놓은 동산과
부동산을 처분하고 결국 규모를 줄여 다시 낯선 지역으로 이사하거나 도시로 되돌아가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목격할 수 있습니다.
이런 사례는 그에게 계획이 없어서 빚어지는 결과는
아닐 것입니다. 자기계발 컨설턴트들은 아마 그들의 목표와 전략, 그리고
계획이 치밀하지 못해서 빚어진 결과라고 진단할 것입니다. 하지만 나는 이를 그들의 자연 속 삶의 욕심
속에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오로지 도사린 채 살아보는 욕심’이
없기 때문이라고 진단하고 싶습니다. 우리 삶의 시간 속에 아무 것도 모색하지 않고 오로지 스스로와 주변을
가만히 바라보고 살피는 시간을 배치하여 그것을 누리며 살기가 참 어렵습니다. 특히 도시 속 삶의 흐름은
그것을 허용하지 않는 구조여서 더욱 그렇습니다. 뒤처진다는 느낌이 들어 조급해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한시도 스스로를 가만두지 못하고 무언가를 모색하거나 도모하는 삶을 살기 쉽습니다.
오늘부터 이 숲에 소쩍새가 울기 시작했습니다. 밤의 개울에서 들리는 개구리 울음소리, 산 정상의 부엉이 소리와
뒤섞이지만 단연 소쩍새 소리는 이 즈음 밤 소리의 백미입니다. 소쩍새는 꼭 이 즈음, 입하 어간이 되어야 들려옵니다. 벌도 이 즈음부터 분봉의 절정을
시작합니다. 뱀은 한식 어간에 동면을 풀고 모색을 시작합니다. 꽃다지나
냉이는 그보다 먼저 들과 숲 언저리의 바닥을 물들입니다. 그들은 모두 자신들의 때를 기다렸다가 모색을
시작합니다. 삶의 전체 기간 중에 반드시 가만히 웅크리고 해와 달과 별의 흐름만을 관찰하고 있는 시간을
두고 있습니다. 때때로 나는 그들이 품은 욕심의 절반 이상은 어쩌면 길을 나서라 일러주는 시간의 흐름만을
바라보며 아무 것도 하지 않을 수 있는 힘에 할당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곤 합니다. 그들은 모두
계획이 흐름을 만나야 한다는 것을 아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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