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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마음을

2011년 5월 6일 06시 24분 등록

   옛날 중국에 날 닮아 약간 모자라고 허술한 사람이 있었는데, 이름이 곽휘원(郭暉遠)이라고 했답니다. 먼데로 나가 벼슬을 하고 있었는데, 집이 그리워 집에 보내는 편지를 써서 봉투에 넣다가 착각을 하여 그만 백지를 넣어 봉하고 보냈다는군요.   이제 내가 왜 이 사람을 허술하다 했는지 이해하시겠지요?

   아내가 오랜만에 남편에게서 온 편지를 꺼내보니 달랑 백지 한 장이 들어 있었으니 황당했지요. 그러나 아내는 매우 멋진 여인이었던 모양입니다. 먹을 갈아 이렇게 답신을 써 보냈습니다.

푸른 깁창 아래서 봉함을 뜯었더니
편지지엔 아무 것도 써 있지 않네
아하 ! 우리 님이 이별의 한 품으시고
말없이 그리운 맘 담아 보냈네

   편지를 부탁한 사람이 떠나고 난 후에야 잘못 보냈다는 것을 알게 된 이 사내가 전전긍긍하고 있다 아내의 답장은 받아들고 얼마나 흐뭇해했을지 그려지지요 ?   그래서 그런지 저는 이 시가 정겹습니다.   허술한 이 사내의 모자람도 귀엽고,   뜻을 몰라 망설이다   꿈 보다 몇 배 훌륭한 해몽을 해 보낸 아내의 마음도 지극합니다.        일은 엉망이 되었지만 결국 보고프고   그리운 마음이 이보다 더 잘 통한 것이 없으니    결국 실수가 더 좋은 일을 만들어 낸 셈입니다. 청나라의 원매가 지은 '수원시화'(隨圓詩話) 속에 나오는 이야기라고 합니다.    아내의 편지만 달랑 실어 두었다고 하니 곽휘원이 보내려다 못 보낸 편지의 내용이 무엇인지 모릅니다.     그러나 그것이 무엇이든 아무 것도 없는 백지 보다 더 훌륭하게 그리움을 전달하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아내는 완벽하게 남편의 그리움을 해석해 냈으니까요.

    자기 경영은 여백이며, 아무 것도 쓰여있지 않은 흰종이입니다.    다변과 요설을 피하고, 생취를 머금은 함축을 소중히 여기는 것입니다.     그러니 자기 경영은 시의 정신에 다가 서려는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어제 5월의 아름다움으로 결혼한 제자가 있어 부디 함께 하는 삶이 이렇게 시가 되길 바라며 오늘 편지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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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기원
2011.05.06 07:18:06 *.120.143.121
역설이 성립되는 곳에서 나오는 묘한 충만감을 느끼게해주는 글입니다.
본래자기는 가짜자기를 먹고살고 그는 대인이된다.
가짜자기는 본래자기를 먹고살아 그는 소인이된다.
사부님의 그 여백을 사랑합니다.
사부님의 시같은 삶을 바라보는 많은 제자들의 시가 여기저기서 곧돌아오리라 믿습니다.
그아름다운 시를 빨리만나고 그 시속에서 삶을 닮아가고싶고 가슴깊이 감상하고싶습니다.
어제 차란한 빛이있는 곳에서 사부님의 아름다운 시를 보았는데...
모두가 행복해보였습니다.
시에 소재가된 것도 행복하고
시를 보는 사람들도 행복하고
참여한사람도 모두 행복하고
아내와 나도 행복에 충분히 빠졌습니다.
고맙고 감사합니다...()...

해는 동에서 떠서 서로지는데...
내일의 해는 동에서 서로가지만
똑같은 해가 아니며 보다 많은 사랑을 뿌리고 있다.
텅빈충만_()_
떠나는것은 만남을 전제로한다.
만남은 이별을 전제로 시작되고
우연을 바탕을 필연이있고,
필연이 모여서 우연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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