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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2월 26일 11시 51분 등록

경주의 재발견




 시간을 확인하지 않았다. 그러니 시계도 필요 없었다. 경주에 있었던 지난 2박 3일간의 여행은 꼭 긴 하루 같다. 그들과 있으면 언제나 몇시 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나에게 맞지 않는 옷을 입을 필요도 없고, 이런 말을 하면 어떻게 생각할까란 고민도 필요없다. 팔팔이(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8기 연구원)는 나를 있는 그대로 수용해주고, 인정해주고, 존재만으로 존중해준다. 나는 그들과 함께 있는 것 자체에 행복을 느낀다. 나는 그들과 있을때 가장 나답다. 

 8기 연구원들의 7월 오프수업 과제가 올라왔을 때 나는 사부님께 질문했다. 다섯개의 질문 중 세번째로 ‘이 활동을 하는 목적이 무엇인가요?’ 라고 글을 썼다. 사부님은 댓글로 이렇게 말씀해주셨다. 그 대답은 ‘1년 동안  우리의 촛점은 오로지 한 가지다. ' 나를 탐구하라'’였다.


 1년 동안 자신을 탐구해 왔던 팔팔이들은 경주에 모여 그동안 했던 내면 탐구를 돌아보고, 서로가 서로에게 스승이자 제자이며 친구로 창조놀이를 했다. 수료 여행이라는 타이틀로 모였는데, 나에게 이번 여행은 수료이자 동시에 새로운 시작을 열어줬다. 팔팔이들은 내게 가장 많이 변화했다고 칭찬해주고, 앞으로 내 미래에 일어날 일들에 대해 좋은 예언을 해줬다. 그리고 많은 숙제도 알려줬다. 정리하러 갔는데, 숙제를 받아오니 끝이 아니라는 생각에 나는 기분이 좋았다. 앞으로 ‘1인 지식 기업가’로 살면서 더 깊이 파고들어야 할 분야, 내 커리어가 밟아야 할 정거장, 10년 후, 20년 후의 나의 모습들을 볼 수 있었다. 나에게 이번 여행은 나를 재발견할 수 있는 시간이 됐다. 


 경주 여행은 개인적으로 세번째 여행이다. 첫 번째는 중학교 때 문화유적답사반 친구들을 따라 경주 여행을 했다. 그때 나는 내가 역사 과목을 잘 못하고, 어려워 하기에 엄마를 졸라 여행을 보내달라고 했다. 역사 과목을 어려워 하긴 하지만 잘 알고 싶은 욕망이 있었던 것 같다. 유식해지고 싶은 욕망이 발현됐던 게 아니었을까? 그때 나는 첨성대, 석굴암, 불국사 등에 다녀왔다. 두 번째 여행은 2010년 초파일에 갔었다. 그때도 경주라는 도시가 여전히 궁금했고, 우리 나라 역사를 배울 수 있을 거란 기대감을 가지고 갔다. 그러나 많은 부분을 보지 못하고 왔다. 짧은 일정도 요인이었지만 초파일이라 그런지 엄청 많은 인파가 몰렸다. 안압지에 입장하는데만 1시간 정도 기다렸다. 불국사는 여행 첫날 갔다 둘쨋날 다시 갔다. 

 이번 여행은 경주에서 어린시절을 보냈던 깔리여신님과 함께 하시진 못했지만 가보면 좋을 곳을 추천해주신 사부님 덕분에 내가 가보지 않은 곳만 갈 수 있었다. 이번에 내가 다녀온 곳은 포항에 오어사, 경주 주상절리, 감은사지, 기림사, 남산 탑곡 마애불상군, 남산(칠불암, 신성암), 배리 삼릉이 있는 소나무 숲이다. 가는 곳마다 그곳의 존재 이유를 느낄 수 있었다. 오어사에 있는 자장암에 오른 후 '인생은 나는 것이 아니다, 산을 오르는 것이다.'라는 어록이 나왔다. 경주 주상절리를 걷다 우리는 멈췄다. 그리고 막걸리를 마시고, 치즈를 먹었다. 문경새재 때 오프 수업이 생각났다. 그때 사부님과 함께 물을 바라보며 막걸리를 마셨더랬다. 가장 웅장한 3층 석탑 두개가 남아 있는 감은사지, 절 터만 남아 있는 그곳에서 상상력을 발휘했다. 기림사는 잔잔하다. 넓고, 한가롭다. 절에서 감탄하긴 처음이다. 절에 다시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 것도 처음이다. 그곳에 피는 벛꽃을 보고 싶다. 남산에 올랐다. 경주 남산에서 본 칠불암과 신성암, 그런데 그 위에서 내려다본 경주시는 입을 다물 수 없는 순간을 계속 만들어 줬다. 마지막으로 갔던 배리 삼릉이 있는 소나무 숲, 그곳엔 꼭 연인과 함께 갈거다. 비밀스럽고 그윽한 추억 하나를 만들 수 있는 곳이다. 경주는 내게 가족들과도 연인과도 함께 가서 또 다른 낭만을 느끼고 오고 싶은 곳이 되었다. 경주의 재발견이다. 매력적인 곳, 그곳에 오래 머물렀다 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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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아와서도 계속해서 여운이 남는다. 그리고 계속 갔던 곳을 내 마음 속에 상기시킨다. 잊지 않기 위해서 말이다. 그런데 그런 나를 잘 들여다보니 나는 사부님과 팔팔이와 함께 한 1년을 계속 기억하고 싶어하고 있다. 그리고 특히 이번 여행에서 나를 재발견하고, 팔팔이 각자를 재발견 했기에 더욱 그런 것 같다. 한 달에 한 번씩 만나 우리는 자신을 탐구하고 서로를 탐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료 여행을 가니 아직도 계속 발견되는 우리들의 모습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됐다. 또 1년 전에는 몰랐던 우리들의 매력적인 부분도 새롭게 인지했다. 우리의 내면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이 아닐까? 카를 융은 자신의 자서전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의 생애는 무의식의 자기실현의 역사다.’


 우리 팔팔이들의 생애도 내면을 계속 탐구해 가며 자기를 실현하는 역사가 되었으면 좋겠다. 조금이라도 더 자기답게 살다가면 멋진 삶이 되지 않을까? 계속 탐구해도 계속 새로운 면들이 나올 것이기에 그것을 조금 더 많이 발견하며 살아가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1년에 한 번, 2월 정월대보름 주간 금,토,일에 여행을 가자는 결의를 하고 돌아왔다. 단, 부부동반이나 가족 초대 같은 말을 꺼내지 않기로 했다. 처음에는 가족도 다 함께 모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조금 더 생각해보니 아니다. 고유 팔팔이들만 모이는 것이 더 좋겠다. 그것이 훨씬 더 우리를 우리답게 한다. 



<못다한 피드백>

 웨버 오라버니! 작년 8월 시칠리아에서 로마로 건너와 로마 자유여행을 했던 때가 기억나요. 그때 그 시간을 웨버님과 함께 했다는 것이 제게 소중한 추억이 됐습니다. 이번 수료여행 때 자신을 돌아보며 팔팔이들에게 이야기하시는 모습 보고 많이 놀랐습니다. 3월 면접 여행때와는 정말 다른 모습이었거든요. ‘제우스가 없는 아폴론’의 스토리가 ‘제우스가 된 아폴론’이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칼리여신님!. 언니가 가끔 제게 던지는 질문과 코멘트에 저는 많이 따뜻했답니다.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질문해주고, 잘 될거라, 예쁘다, 칭찬해주셔서 용기를 많이 얻었어요. 팔팔이가 따로 모일때마다 빠지지 않고 참석하는 언니의 성실과 사랑에 감동 받았고요. 나는 언니를 촌철살인 팔팔이라 이야기하고 싶어요. 가끔 이야기 하실 때 가슴에 팍 꽂힐 때가 있거든요. 앞으로 멋진 작가이자, 훌륭한 강사가 될거라 믿습니다. 


길수행님!. (왠지 서연언니보다 길수행님이 입에 착 붙는다는) 행님의 가슴팍은 따뜻합니다. 늘 만나면 앵기고 싶어요. 세세하게 챙기시고, 뒤에서 도와주는 행님 있어서 우리 팔팔이가 한 걸음 한 걸음 잘 나아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행님의 공헌 잊지 않겠습니다. 나도 행님처럼 어딜 가든지 공헌하는 사람될게요. 일단 팔팔이한테부터 잘하라고요? 알겠습니다. ^^


샐리언니! 종로 토즈에서 만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언니는 나의 미래이자 제2의 사부님입니다. 언니 덕분에 나는 정말 많은 혜택을 누려요. 언니가 꾸는 꿈을 듣고, 저는 새로운 세계를 발견합니다. 나의 작은 안목을 크게, 얕은 지식을 깊게 만들어주는 앞선 리더가 바로 샐리언니입니다. 언니와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이 내겐 비전을 만나고 있는 시간이지요. 언니가 꿈꾸는 미래도 활짝 펼쳐지기를 간절히 간절히 바랍니다. 


콩두언니! 저는 언니의 잡념통이 참 좋아요. 그 통의 뚜껑이 우리들에게 자주자주 열리길 바란답니다. 재미있고 유익한 생각들로 가득 차 있는 그 잡념통 앞으로도 많이 열고, 풀어주세요. 특히 제 꿈에 대한 ‘그것이 내 꿈이라면’의 해석 듣고 저를 더 잘 발견할 수 있게 됐어요. 한 걸음 나아갈 때 버려야 할 두 가지의 모습이 무의식 속에 꿈에 나타난거라 생각하는 언니 해석을 듣고나니 무섭게만 생각했던 그 꿈에대한 시각이 달라졌지 뭐에요. 감사합니다. 인생에 동반자 만난 것을 축하하며 저도 얼른 분발할게요. 같이 배부르려면. (호호)


승욱오빠! 오빠의 환한 미소 덕분에 팔팔이들의 입가에도 더 많은 미소가 번졌던 것 같아요. 균형을 잘 이루는 오빠의 성품 덕분에 팔팔이도 균형을 잘 이뤄나갈 수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오빠가 전화하면 '무슨 일 났나?' 하고 떨었던 초반에 비하면 이제 오빠 전화가 반갑고, 편안해졌어요. (크크크) 오빠가 고민하고 생각하고 있는 앞으로의 진로에 우리 팔팔이들이 큰 힘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경주에서 2박 3일 동안 이야기 나누면서 오빠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되고, 또 함께 이야기 나눌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복인지 새삼 깨달았던 시간이었어요. 아, 이게 말로 하다가 글로 쓰려니 문체 영 어색하다. 오빠! 오빠가 살아온 역사에 오늘과 내일 그리고 미래가 오빠다운 모습을 잘 써나가지길 응원할게요! 파이팅! 


재용오빠! 멀지만 가까운 산사나이 재용오빠! 오빠를 보고 이렇게 생각했지. '진국인 사람이다.' 팔팔이 모두가 진국이지만 캐릭터 상 오빠가 제일 진국인 걸로. ^^ 회사일에, 가정 돌보는 것에도 벅찰텐데 꿈을 이뤄가려는 모습에서 많은 걸 배웠어. 절대 흐트러지지 않는 북리뷰와 컬럼에 나 스스로 반성도 하고, 본받기도 하고 그랬다는. '회사로 가다 산으로 간 사나이'가 출간되고, 작가로서의 삶을 살아가게 될 그날, 그 이후도 기대하고, 기다리고, 응원할게. 


레몬! 레몬아! '인생은 나는 것이 아니다. 산을 오르는 것이다.' '게으름은 행동을 안하는 것이 아니다.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다.' 이번 여행에서 너의 어록만 모아도 내 삶에 좋은 지침들을 많이 얻었어. 고마워. 우리 진짜 우리 둘만이 경쟁자가 되도록 살아보자. 왠지 그럴 수 있을 것 같아. 왜냐하면 우리는 우리가 속한 분야에서 신과 겨루는 사람들이기 때문이지. 싸랑한다. 진심으로. 

IP *.142.24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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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27 05:30:26 *.194.37.13

고마워, 세린아~^^

웃는 사람도 함께 웃어주는 사람이 있어서 더 행복한 것 같아.

내가 웃을 때, 가장 먼저 웃어주는 세린이가 있어서

주변으로 행복이 언능 번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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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27 09:28:35 *.51.145.193

주위의 사람들을 좋은 에너지로 샤워시키는 독보적인 능력이 있다는 것.

매력적인 목소리로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다는 것.

그러나, 무엇보다 청춘, 가만히 되니이면 폭풍이 되어 몰려오는 그 단어에

가장 충실하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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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27 11:28:45 *.120.78.130

눈물 난다 세린아...

 

그들과 있으면 언제나 몇시 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나에게 맞지 않는 옷을 입을 필요도 없고, 이런 말을 하면 어떻게 생각할까란 고민도 필요없다.

팔팔이는 나를 있는 그대로 수용해주고, 인정해주고, 존재만으로 존중해준다.

 나는 그들과 함께 있는 것 자체에 행복을 느낀다.

 나는 그들과 있을때 가장 나답다. 

 

우리가  서로에게 이런 존재가 되었구나.

행복하고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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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27 17:08:31 *.41.190.165

세린이와 로마 자유 여행을 같이 했지. 그 때 바울과 베드로가 갇힌 감옥속을

들여다 보며, 움침하고 갑갑한 감옥에서 바울은 데살로니아 전(후)서를 썼다고 ...

리더의 대명사인 모세상도 함게 본 기억이 새록 새록 떠 오르네...

 

‘제우스가 없는 아폴론’의 스토리가 ‘제우스가 된 아폴론’이 되기를....갈망 하고 있지.

세린의 정확한 통찰력에 속을 다 보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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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3.01 13:01:55 *.129.0.63

사진이 좋아요. 다른 이들도 여행을 같이 다닌 느낌이 들겠어요.

세린신은 이미 2013년을, 자신을 펼쳐가고 있지요.

분명 잘 해나가실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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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3.02 16:48:55 *.137.98.177

이야~ 세린아. 나는 아랫글들부터 댓글을 달면서 네가 남긴 댓글들도 같이 읽었는데 "넌 정말 많이 발전"했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부럽구나! 지난 일년 간 내 안의 갈등이 일 때마다 너에게 징징댔던 게 기억난다. 그만큼 난 너에게 많이 의지하였는데 앞으로 갚아나갈 기회가 나에게도 있겠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는 신뢰와 사랑의 획득으로 공고해지는 데 너는 이 두 가지를 모두 가지고 있네. 그건 애초에 네가 가지고 있던 씨앗이었고 이제 연구원 생활을 통해 자기 확신을 얻게 되었으리라 생각된다. 너를 보면서 닮고 싶고 계속 나 역시 변화할 수 있다고 세뇌시켜보련다. 우린 변화경영연구소 출신이니깐!!

 

우리 서로가 서로의 사다리가 되어주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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