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황농문 교수의 책, 『몰입』에는 재미있는 실험이 등장합니다. 어려운 문제도 몰입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한 실험인데요. 이를 위해 남녀 각 5명의 중학교 3학년생들이 모였습니다. 이들은 수학성적이 평균 이상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별다른 선행학습을 하지는 않은 학생들입니다. 이들에게 고등학교 2학년 수준의 미분문제가 주어졌습니다. 그리고 이들은 2박 3일내내 이 문제만을 생각하고 해결해야 한다는 설명을 듣습니다. 이 아이들은 과연 문제를 풀 수 있을까요?

미분의 개념은 우리가 흔히 천재라고 말하는 아이작 뉴튼에 의해서 증명됐습니다. 커다란 세월의 강이 뉴튼과 아이들 사이에 흐르고 있기는 하지만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지요. 처음 설명을 들은 아이들은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그런데 문제 속으로 빠져들기 시작한지 불과 2시간 만에 한 아이가 문제를 해결합니다. 해결 과정을 따라가보면 뉴튼이 미분을 증명해낸 것과 똑같은 생각의 궤적을 그리고 있습니다. 이틀째 되는 날 오전, 또 다른 아이가 문제를 풀어냅니다. 첫 번째 아이와는 달리 자신만의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한 것입니다.

실험의 마지막 날, 보충 설명을 들은 나머지 아이들이 산발적으로 문제를 해결해냈습니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깊은 몰입을 통해 자신들의 능력을 뛰어넘는 결과를 만들어낸 것이지요. 아이들은 자신들이 이뤄낸 성과에 만족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이들은 2박 3일에 걸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민하는 몰입의 과정이 괴롭기보다는 흥미롭고 보람 있었다고 이야기합니다. 신기하지요?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요?

2008년 초 어느 봄날, 저는 많은 사람을 모아놓고 중독에 대한 책을 쓰겠노라 큰 소리를 쳤습니다. 대략적으로 윤곽을 잡고 그럴싸한 말로 포장해서 사람들을 속였지요. 그리고는 3년 넘는 시간이 흘러버렸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처음 만들어 두었던 목차를 벗어나지 못한 채 그 언저리를 헤맸습니다. 막연한 책임감과 부담감만으로 책을 쓸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인가 제 마음이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중독’이라는 주제가 제 마음 깊은 곳으로 들어와 몰입의 스위치를 건드린 거지요. 그리고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그 동안은 도무지 찾을 수 없었던 책과 자료들이 우연처럼 눈에 띄기 시작했습니다. 누군가가 의미 없이 들려준 이야기 속에서 실마리를 얻었고, 기존에 품고 있던 생각들과 어우러져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올랐습니다. 잘못된 번역으로 인해 읽어나가는 것조차 고통스러운 책을 붙들고 있다가 내려야 할 지하철역을 지나치기 일쑤였고, 잠자리에 들었다가도 떠오른 생각을 잃어버릴 새라 벌떡벌떡 일어나 컴퓨터를 켜곤 했습니다. 이 과정 속에서 때때로 짜릿한 쾌감이 밀려들었습니다. 미분을 풀어나가던 아이들의 마음도 저와 같았을까요? 이제 제가 해야 할 일은 어렵게 붙은 불씨가 꺼지지 않도록 보살피는 거겠지요.

몰두하라. 뜨겁게 타오를 것이다. 시작하라. 어느새 이루어질 것이다. - 괴테 -

누구나 오랫동안 가슴에 품고 있는 ‘하고 싶은 일’이 하나쯤은 있지요? 불을 붙여보세요. 뜨겁게 타오를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