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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마음을

  • 김용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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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2월 28일 00시 02분 등록

이번 주에는 피어나려나 했는데 아직 꽃이 피지 않았습니다. 이 숲 생강나무. 하지만 멀지 않았습니다. 반년 가까이 머금고 키워낸 꽃눈 속에는 이미 꽃이 가득 하여 터질 날만 앞두고 있으니까요. 터져 나오기 직전의 꽃망울을 바라보는 것이 실은 설레임의 정점인지도 모릅니다. 비슷하게도 나는 늘 보름달보다 그믐 지나 점점 차오르는 손톱달을 더욱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곤 합니다.


빛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해를 똑바로 바라볼 수는 없습니다. 너무 눈이 부시니까, 태양의 중심, 그 빛은 맞설 수 없는 빛입니다. 가만히 바라보다가는 눈을 잃을 수도 있는 빛이니까요. 하지만 달빛은 오래토록 바라볼 수 있는 빛입니다. 가만히 바라볼수록 오히려 그리움이 깊어지는 빛입니다. 세상 이치도 비슷해 보입니다. 한낮 허공, 맑은 하늘 쪽을 오랫동안 바라보면 어지럽지만, 푸르른 숲에는 아무리 오래 눈길을 주어도 무리가 없습니다. 오히려 평화와 고요를 얻게 됩니다.


우리 마음 중에도 그런 측면이 있습니다. 분노나 질투와 같은 마음에 정면으로 맞서면 태양의 중심을 바라볼 때와 같은 부작용을 얻기 쉽습니다. 달빛은 태양을 비추어 드러나는 빛입니다. 숲의 초록빛도 식물들이 다른 빛은 모두 받아들이고 초록색만을 비추어냄으로써 드러나는 빛입니다. 달이 태양을 비추어 강렬한 빛을 오히려 편안하고 그리움 깊은 빛으로 바꿔내는 것처럼, 그리고 숲이 비슷한 방식의 걸름과정을 통해 제 푸른 빛으로 평화를 빚어내는 것과 같이 우리의 어떤 마음에는 걸름의 시간과 과정이 필요합니다. 예컨대 분노나 질투를 거울 속에 놓아둘 수 있다면 참 훌륭해집니다. 거울을 통해 내게 이는 분노와 질투를 한 발 떨어져 가만히 바라볼 수 있다면 우리는 그 마음 때문에 눈이 멀거나 화상을 입거나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스무 살, 그저 바라볼 수만 있어도 가슴이 뛰던 사람을 만난 적이 있었습니다. 그 사람 가만히 바라볼 수만 있었다면 참 좋았을 텐데 나는 끝내 가슴을 데이고 말았습니다. 그 나이의 두 배 반을 향해 살고 있는 지금도 나는 이따금 햇빛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어리석음을 겪습니다. 태양 빛을 땅이 반영하는 빛인 따스한 햇살로 마주하지 못하는 날이 있습니다. 당장 맞느라 눈 멀고 가슴을 데는 날이 있습니다. 달빛이거나 숲빛으로 마주하지 못하는 때가 있습니다. 분노이거나 질투를 거울로 비추어 바라보지 못하는 때가 있습니다. 나이는 자꾸 먹어가는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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